양조위와 맞짱 뜰 줄 알았던 배우-정보석
이 글의 제목을 본 분들은 먼저 웃으실지도 모르겠어요. 하이킥의 어리바리한 이미지가 강력했지요. 그러나. 저에게는 한때 넘버원 픽이었던 배우님에 대한 이야기를 절대 하이킥스럽지 않게, 써보고 싶은 열망이 있었습니다. 그런 까닭에, 또 절대, 하이킥스럽지 않게 한 번 써보겠습니다.
저는 양조위를 참 좋아합니다. 물론 한창 홍콩영화가 활황이던 시기, 그 역시 몸을 사리지 않는(!) 액션을 연기하고는 했습니다. 오래 전이라 기억하는 분도 드물 <의천도룡기>를 지금까지도 명작으로 꼽는 분들이 계시다는 사실은, 양조위에게 여러 함의와 가치가 존재함을 반증하는 사례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또한 <철갑무적 마리아> 같은 영화에도 출연했던 양조위를 떠올리면 그가 상당한 다작을 했다는 사실도 알 수 있습니다.
<다음 이미지 캡처>
홍콩 영화의 활황기를 말해 무엇하랴, 싶기도 하네요. 지금 이 글을 쓰는 저는, <아비정전>을 넷플릭스하고 있습니다. 명작도 졸작도 그 자체로 의미가 있어 보이던 홍콩의 영화들. 그리고 양조위.
아주 아련하고 오래 되어서 왜 제가 양조위라는 배우를 떠올리며, 정보석이라는 배우를 대척점에 또 동일 선상에 둔 건지는 모르겠습니다. 그저 한국에서도 양조위 같은 배우로 자리매김할 사람이라면 정보석이 아닐까 모호한 안개 같은 형태가 아주 오래 전, 담배연기처럼 생겨났다고 하면 말이 되려나요?
그 시작이 아마도 이 영화였을 거라 생각됩니다.
<꼭지딴>
뭐랄까, 제가 태어나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S전자 팸플릿까지 모을 정도로 좋아했던 여배우가 주연이었습니다. 남자는 여자하기 나름이라던. 이름 말하려니 참 마음이 아프네요. 그 배우님.(영화는 분명 좀 허술하고, 기억에는 와이어도 보였던 걸로, 그럼에도 좋은 기억만 남은 영화입니다.)
미미비디오, 월영비디오 등. 신작을 보는 조건으로 주인 아저씨를 대신해 가게를 봐주기까지 하던 저에게, 함께 출연한 정보석이라는 배우는 원석처럼 여겨졌습니다. 그리고 그를 완전히 각인하게 된 영화가 등장합니다.
바로!
<걸어서 하늘까지>
많은 이들이 최민수 주연의 드라마를 기억하시겠지요. 동명의 OST 역시나 대히트를 쳤습니다. 이 노래 모르는 분이 드물 정도로.
영화는 드라마 한 해 전이었을 겁니다. 문순태 작가님의 원작을 영화화한 <걸어서 하늘까지>에서 정보석은 물새를 연기합니다. 사실 영화는 드라마에 비하자면 스릴이 덜했습니다. 홍콩 영화에 이리저리 치이고, 적은 제작비로 드라마에 집중하던 시기였어서 그렇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물론 이즈음을 필두로 <넘버3> 같은 상징성을 가진 영화가 나타나며 한국 영화의 부흥기가 시작되기는 합니다만.
이 영화에서 정보석에게 빠져버린 저는, 그의 영화를 찾아보기 시작합니다.
<젊은 날의 초상>, <그 후로도 오랫동안> 같은. <그 후로도 오랫동안>은 최근에 본 적이 없기 때문에 기억뿐입니다만 감히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한국 영화 걸작 중 하나.(정말이지 다시 보고 싶은 영화입니다.) 이 영화로 인해 곽지균 감독님 영화에도 빠지는 계기가 되었네요. 특히 <겨울 나그네>는 무시로 기억나는 영화가 되었습니다.
이어서 정보석은 (당시 한국 영화의 집약체였다고 생각하지만 기술력이나 더 큰 자본이 받쳐주지 못한 영화로 생각하는) 대작 영화인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에 출연합니다. 이토록 화제성이 큰 영화의 단독 주연이었습니다. 영화는 아쉽게도 상당한 실망으로 변화하고 말지요.
원작은, 한국 문학에서 가장 많이 팔린 소설을 꼽으라면 빠지지 않는 작품 중 하나입니다. 1차 부도를 맞았다던 특정 출판사를 거뜬히 살려내 건물을 짓게 했다거나, 각 부당 천만부를 팔았다거나 도합 2천만 부를 넘게 팔았다는 출처 불명의 우스갯소리도 지금까지 회자됩니다.
홍콩 영화의 몰락과 한국 영화의 부흥은 묘하게도 사이클을 달리합니다. 앞서 언급했고, 양조위가 주연하기도 했던 동명의 <의천도룡기>가 홍콩 영화의 몰락을 상징하는 단초 중 하나였다면, 물론 무리가 있는 대유입니다만, 전혀 다른 장르인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나 <개같은 날의 오후>는 한국 영화의 성장을 엿볼 수 있는 단적인 예가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 영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가 아마도, 단독 주연인 정보석이라는 배우의 변화점이 아니었을까 조심스레 추측해 봅니다.
다만 저는!!! <화양연화>가 등장했을 때!!!!!!
이상하게도 이런 상상을 하고 말았습니다. 저 영화의 주인공이 정보석이었다고 해도 괜찮았겠다! 그즈음 저는 <오! 수정>에서 완전히 힘을 뺀 정보석의 연기에 반했던 때였거든요. 게다가 <젊은 날의 초상>과 <그 후로도 오랫동안>을 기억하던 저에게 정보석 배우의 눈빛과 날카로운 얼굴선이 어쩌면 <화양연화>에 더 잘 어울렸을 거라는 영뚱한 상상까지도 하게 만들었지요. 물론 상상일 뿐이니 결과를 누가 알겠습니까마는.
이즈음부터 저는, "한국 영화에서 없어서는 안 될 천호진을" 아버지 배우의 대체불가라고 생각하는 한편으로 양조위와 맞짱을 떠도 꿀리지 않을 배우가 정보석이라는 이상한 "신념 같은 상상"을 하고는 했습니다.
희한하게도, 한국 영화와 홍콩 영화는 부흥과 몰락이라는 상반된 길을 걷지요. 그리고 배우 정보석과 양조위 역시 다른 길을 걸어갑니다. 정보석이 브라운관에 안착해 명품 배우로 자신의 길을 갔다면, 양조위는 영화로 꾸준히 또 독보적인 자리매김을 합니다. 특히 하이킥을 기점으로 정보석의 대중적인 이미지는 쉽고 가벼워지기도 했지요. 이건 참 긍정적인 듯합니다.
이러한 상반된 교차로 인해, 브라운관이 아닌 영화에서 정보석을 보기는 참 어려워졌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양조위처럼 세계적으로 알려졌으면 했던 배우가 작은 상자에 갇혀버린 듯해서 아쉽기도 했던...
사실 이 글을 써야겠다, 마음을 먹은 건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때문이기도 합니다. 저 영화에 샹치로 비가 등장하고 양조위 역할을 대신해 정보석 배우님이 나왔다면 어땠을까, 라는 (또 저만의 엉뚱한)상상 탓에.
지금은 그야말로 꽃중년이 되신. 최근에 빵집을 하신다고 하던데, 제가 이 글을 썼다지만 빵 하나 얻어먹은 사실이 없음을 밝힙...ㅇㅇ
양조위와 정보석을 애당초 비교한다는 것은 무리라는 또 저의 상상에서 출발한 일이기에 그저 읽을거리로 생각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하나 더 덧붙이자면 양조위와 정보석의 나이 차는 겨우 한 살입니다. 여기서 이 글을 쓰는 저의 목적이 드러나네요.
정보석 배우님, 너무 빨리 늙어가지 마세요. 그리고 이제는 좀 하고 싶은 거 하셔도 되는 때이지 않을까... <젊은 날의 초상>이나 <그 후로도 오랫동안>처럼 좋은 영화에 나와 주십사, 그래요, 부디! 바라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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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행복하세요. 감사합니다.
가끔.. 너무 일찍 태어나서 한국영화가 지금처럼 잘 되기 전에 활약 못 한 게 아쉽다 싶은 배우들이 있어요.
골고 님. 오늘도 좋은 날 되세요.
김프프 님, 오늘도 행복하세요!
오늘도 행복하십시오!!! 꼭이요.
어느 시대를 봐도 국적과 관계없이 비슷한 이미지를 가진 배우들이 있다고 봐요.
의외로 이미지뿐만 아니라 행적이나 행동도 비슷한 부분이 보여서 신기할 때가 있죠.😆
비록 활동하는 매체가 다를지라도 지금까지 꾸준히 연기를 하면서 사랑을 받아왔다는 점에 있어서 두 배우의 내공은 만만치않다고 생각해요.
각자의 영역에서 지금까지 멋지게 활동한다는 것만 해도 존경 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해요.
오늘도 행복한 날 되세요!
노래 따라 불렀던 기억이 ㅋㅋ
멋진 하루 되십시오!
나름 영화 쪽에서도 맹활약하셨었군요
오늘도 좋은 날 되십시오.
인어아가씨, 문득 생각나네요. ㅎㅎㅎㅎㅎ
오늘도 행복하세요.
오늘도 행복하십시오, 많이 많이요.
어쨌든 행복한 오후 되십시오.
영화에 출연 많이 하셨음에도 TV가 강렬하기도 해서 그런가 봐요.
비가 또 오네요. 그래도 좋은 날 되세요.
좋은 오후 되십시오. 행복하세요!!!
정보석님 젊은 시절에 우아한 포스가 장난아니시더라구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애정이 담뿍 전해옵니다
정보석의 화양연화
옆 우주에는 있을 거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