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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들의 감독' 그 거장의 쾌감과 감동이 함께하는 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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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알드리치 감독의 1981년작 <캘리포니아 돌스 ...All the Marbles>입니다. '감독들의 감독' 로버트 알드리치의 유작입니다.

여성 프로레슬러들과 그 매니저의 애환과 동료애를 담은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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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알드리치는 장르영화 안에서 장르의 관습을 전복하고 파괴하기 서슴치 않았던 거장이었습니다. 할리우드 스튜디오 체제와 독립영화를 오가며 '반골 정신' 가득한 작품 세계를 구축한 그는, 뉴 아메리칸 시네마의 원류로 간주되기도 합니다. 고다르와 트뤼포라는 누벨바그 감독들부터 구로사와 기요시, 류승완, 쿠엔틴 타란티노, 박찬욱 등 숱한 후대 감독들이 존경한 '감독들의 감독' 로버트 알드리치.  그 반골 거장의 유작은 <캘리포니아 돌스>라는 여성 프로레슬링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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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스'와 '몰리'로 이뤄진 2인조 프로레슬링 태그 팀 '캘리포니아 돌스'. 그리고 그들의 매니저 '해리'는 낡은 승용차를 타고서 여러 도시를 순회하며 경기를 합니다. 하지만 무명의 레슬링 팀인 그들은 늘 경제적인 궁핍에 시달리고, 이름을 널리 알릴 수 있는 큰 경기가 절실합니다. 우울한 상황에서 티격태격하지만 차근차근 조금씩 성장해나가는 캘리포니아 돌스와 매니저 해리. 그들에게 드디어 챔피언 벨트가 걸린 경기 기회가 찾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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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캘리포니아 돌스라는 2인조 여성 프로레슬링 팀과 매니저의 험난한 여정을 따라갑니다.  금방이라도 주저 앉을 것 같은 낡은 승용차를 타고 내일의 희망을 위해 길 위에 있는 사람들. 그런 면에서 이 작품은 로드무비기도 하죠. 로드무비적 구성에 스포츠 드라마와 코미디를 버무린 페이소스 짙은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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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여성 프로레슬링의 세계는 스포츠와 섹스어필이 결합된 통속적이고 원초적인 에너지가 흐르는 세계입니다. 스포츠의 쾌감과 성적인 스펙터클이 구분되지 않는, 매우 속된 이 동물의 왕국 같은 링 위는 세속적인 욕망이 교차하는 공간입니다. 선수들은 상대를 이겨야 더 많은 돈을 받고 유명해질 수 있으며 관객들은 선수들의 육감적인 몸매가 움직이고 부딫치는 모습에 환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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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자본주의가 선사할 수 있는 완벽한 판타지 실현의 장처럼 보입니다. 링 위의 선수들에겐 '아메리칸 드림'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판타지를, 링 밖의 관중들에겐 지루한 일상 속에서 일탈하는 오락적, 성적 판타지를 제공합니다. 하지만 영화는 판타지를 먹고 사는 자본주의 이면의 어두운 부분을 바라봅니다. 노동력을 제공하는 자와 소비자가 원하는 욕망의 엇박자. 영화는 그 욕망의 충돌이 빚어내는 엇박자가 자본주의가 가진 냉혹함의 본질이라고 말하는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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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 돌스의 꿈은 자신들의 이름과 얼굴로 스타가 되어 링 위에 당당하게 우뚝 서는 것입니다. 매니저 해리는 경기를 주선하는 관계자들에게 누누히 캘리포니아 돌스가 얼마나 특별한지, 다른지, 독보적인 존재인지 어필합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들의 이상과는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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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스가 더 많은 돈을 받을 가치가 있다고 말하는 해리에게 업계 관계자는 "관객들이 원하는 건 가슴과 엉덩이 뿐이지 그게 누군지는 상관 안해' 라고 말하죠. 단지  '가슴과 엉덩이'로 환원되는 이 '링 위의 노동자'들은 언제든지 대체가능한 존재입니다. 캘리포니아 돌스의 고단한 여정은 대체불가능한 '재원'이 되고자 하는 대체가능한 '자원'의 서글픈 몸부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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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그들의 자존감과 자존심의 바닥을 찍는 장면이 있습니다. 바로 진흙탕 레슬링 경기 장면입니다. 한 지역 행사에 참석한 캘리포니아 돌스는 싫지만 어쩔 수 없이 진흙 속에서 레슬링 경기를 합니다. 그들은 온몸이 진흙으로 범벅되고 옷은 찢어져 가슴이 노출되어 흔들리는 채로 흙탕을 뒹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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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남성의 성적 판타지의 재현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방점은 그것에 찍히지 않습니다. 경기를 관람하는 관객들은 남녀가 고루 섞여있고 모두 그 '흉한' 경기를 보며 왁자지껄 웃음을 터트립니다. 알드리치는 게걸스런 웃음을 터트리는 관객들의 모습을 히스테릭한 효과를 자아내는 촬영과 편집으로 묘사함으로써 아이리스와 몰리가 받는 모멸감을 드러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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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 돌스는 스스로가 성적으로 비춰지는 것에 대해선 크게 개의치 않습니다. 그들은 매우 세속적인 인물들이며 살아남기 위해서 성이든 무엇이든 이용하는데 거리낌이 없습니다.  그들을 무너트리는 건 그들을 바라보는 성적 욕망의 시선이 아니라 이름 없고 하찮고 대체가능한 존재로 보는 '물화'의 시선입니다. 진흙으로 뒤덮힌 여성 레슬러들은 누가 누군지 잘 구분이 되지 않습니다. 그로 인해 개별성은 지워지고 그들은 육감적인 몸매의 형상으로만 통일됩니다. 여기에서 그들은 구분이 무의미하고 대체가능한, 얼굴 없는 '가슴과 엉덩이'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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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한 여정길을 수놓는 것은 시시껄렁하지만 절묘하고 뼈가 있는 농담과 유머입니다. <형사 콜롬보>로 유명한 피터 포크가 연기하는 매니저 해리는 우울의 그림자가 드리운 길 위에서 익살꾼처럼 우스갯소리를 던집니다. 목적지에 도착하려면 얼마나 걸리냐는 돌스의 질문에 "숨보단 길고 평생보단 짧지."라고 답하는 그. 그 말은 끝이 어디인지 어디쯤 왔는지 알 수 없는 그들의 삶에 대한 비유기도 하죠. 그들은 그렇게 부박한 현실을 농담으로 우회하면서 돌파해나갑니다. 해리는 속물적인 인물이지만, 캘리포니아 돌스 아이리스와 몰리에겐 때론 아버지나 삼촌처럼 때론 연인이나 친구같이 느껴지는 소중한 존재입니다. 이 영화는 나이나 성별을 뛰어넘은 그 우정에 대한 드라마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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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부 마지막 경기 장면에서, 캘리포니아 돌스가 화려하게 등장하는 모습은 무척 감동적으로 다가옵니다. 진흙에 뒤덮혀 누군지도 알아 보기 힘들었던 모습과 달리 그들은 번쩍번쩍한 화려한 의상으로 마치 대체불가능한 듯한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남녀노소 불문 관중들은 캘리포니아 돌스 찬가를 합창하고 (다만 그것이 수완 좋은 세속적 인간인 매니저 해리의 술책이라 할지라도)그 순간 그들은 스스로의 이름과 얼굴로 존재하며 완벽한 주인공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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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부 20분 간 이어지는 경기 장면은 레슬링 영화로서의 장르적 쾌감을 확실하게 보여줍니다. 이전에 등장한 경기 장면들이 특별히 박진감을 묘사하기보단, 선수들의 '삶의 현장'으로서의 링이라는 공간을 드러냈다면 여기서 그들은 영웅입니다. 캘리포니아 돌스의 활약에 환호하고 그들을 진정 응원하게 되죠. 아이리스와 몰리 그리고 해리는 링에서, 시스템을 벗어날 수 없고 시스템을 체화한 세속적인 인간들이 펼칠 수 있는 최대한의 반란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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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 돌스>는 장르적인 쾌감과 관능적인 매력이 공존하는 작품입니다. 그리고 종국엔 감동을 남기기도 하죠. 첨예하고 날카로운 영화들을 만들었던 거장의 유작이 얼마간 길티 플레져적인 감흥을 자극하는 선정적인 여성 프로레슬링 영화라는 것도 그 반골의 거장다운 운명이 아닐까 싶습니다. 로버트 알드리치는 전성기 시절 만든 그의 걸작 <베이비 제인에게 무슨 일이 생겼는가?>에서 어느 자매의 지독한 갈등을 통해 파멸적인 인간 심리를 다뤘는데, 걸작이라 보기엔 부족할 수 있는 그러나 멋진 이 마지막 작품에서 그는 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프로레슬러 자매와 매니저의 끈끈한 우정을 다룹니다. 그는 결국엔 희망에 대해서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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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image 1등
피터 포크 출연작이라 더 관심이 가네요. 영화 출연작은 <5인의 탐정가> 정도만 알아서..^^
23:57
21.08.02.
ns 작성자
golgo

<5인의 탐정가> 어렸을 때 재밌게 봤던 기억이 나요^^ <형사 콜롬보>로 유명한 분이란 건 오히려 근래에 알게 되었네요 ㅎㅎ 이분도 참 독특한 매력이 있으신 것 같아요😄

00:25
21.08.03.
ns 작성자
어리석은짐승
참 놀랍죠 ㅎㅎ 지금도 여러모로 투자받기 힘든 영화가 아닐까해요 😂
00:30
21.08.03.
3등
정말 보고싶은 작품인데 못구해서 못보고 있네요
어디서 보나요?
00:01
21.08.03.
ns 작성자
베르기옹
국내에 DVD 같은 매체가 출시되지 않아서 참 보기 힘든 영화기도 하죠 ㅜㅜ 해외 DVD를 구매해 보는 방법이나, 간혹 안 좋은 화질로(...) IPTV 같은 곳에 올라와 있기도 한 것 같아요😥
00:34
21.08.03.
ns 작성자
하디

이 작품을 가장 좋아하시는군요😀! 아쉽게 조금은 간과되는 알드리치 영화기도 한 것 같은데 저도 무척 좋아하는 영화에요^^

00:37
21.08.03.
profile image
넷플릭스 드라마 '글로우'가 이 영화를 모티브로 한 듯 하지요.
00:25
21.08.03.
ns 작성자
선우
헛 전 몰랐던 작품인데 한 번 찾아봐야겠네요!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00:38
21.08.03.
근데 저사람들도 다각본때문에 상대선수들이랑 쇼연출자들이랑 다 상의하고 하는거죠??
00:33
21.08.03.
ns 작성자
헤레레레레
물론 실제 프로레슬링은 그렇지만 이 영화에서는 극적인 효과를 위해서인지 프로레슬링이 각본이 있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아닌 걸로 묘사돼요 ㅎㅎ
00:40
21.08.03.
ns
개떡같이 물어봤는데 제대로 답변해주셔서 감사해요 ㅋㅋㅋㅋㅋㅋㅋ제가 알고싶은답이었어요 ㅋㅋ
00:44
21.08.03.
ns 작성자
헤레레레레
아닙니다 ㅎㅎ 찰떡같이 질문해주셨어요😄
00:46
21.08.03.
수영복 입고 레슬링이라니 - 당시 촬영했을때 배우들 고충이 어마어마했겠어요 어후..
09:54
21.08.03.
동감
저당시 실제 일반적인 선수들의 복장이 저랬습니다. 남자선수들은 팬티형 경기복 입고 시합했고.
11:39
21.08.03.
엣센스불한사전
선수들이나 배우나 힘들긴 마찬가지였겠네요
13:18
21.08.03.
ns 작성자
동감

프로레슬링 경기복이 수영복처럼 생기긴 했죠😂 격렬한 프로레슬링 경기 특성 상 기술 구사의 용이함 같은 활동성 때문에 선수들은 저런 복장을 선호하는 걸로 알고있어요😮

16:02
21.08.03.
하이그래비티
삭제된 댓글입니다.
18:43
21.08.03.
ns 작성자
하이그래비티
흥미롭게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23:21
21.08.03.
profile image

굳이 생각나는 '란제리 풋볼리그'(현재 명칭은 LFL(Legends Football League))

속옷만 입고 격렬한 미식축구를…'란제리' 미식축구 화제 (imbc.com)

 

2009년부터 정식리그로 시작된 미국인들의 풋볼 열광에 여성성을 상품화시킨,

어떤 면에서 미국 자본주의 + 스포츠를 접목시킨 문화코드라고 하겠군요

아직 관련 영화는 없는 것으로 압니다

스포츠가 갖는 열정과 감동보다 원색적인 자본의 색깔이 강해 영화적인 그 방향성도 잡기 힘들 듯 합니다

산업적 측면으로 보면 자본의 냄새가 진하게 배어 있는 분야라 관련 영화가 나오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

23:22
21.08.03.
ns 작성자
스타니~^^v
처음 이런 스포츠가 있다고 알았을 때 상당히 신선한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나요😂 무척 미국적이면서 극히 자본주의적인 문화가 아닌가 싶어요ㅎㅎ 인간이 (모든 사람이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스포츠와 성이라는 것에 대해 갖는 원초적인 관심이 대단하구나 싶기도 하네요:) 그 두개를 합칠 생각까지 하다니.. 😅 특이한 소재라 관련 영화가 나와도 흥미로울 것 같아요!
00:04
21.08.04.
profile image
<빅나이프><키스 미 데들리>를 좋아하는데 <캘리포니아 돌스>를 기획전 당시 못 봐서 너무 아쉬웠던 기억이 나네요^^
23:36
21.08.03.
ns 작성자
스콜세지
저도 다 좋아하는 작품이네요:) 저는 뒤에 두 편은 극장에서 접했는데 <빅 나이프>를,영화 자체는 보았지만 극장에서 못봐서 아쉽네요 ㅎㅎ
00:07
21.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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