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령 님 나눔, 스포) '나이브스 아웃' 후기 - 트럼프 시대에서 잉태한, 지독히도 날카로운 풍자극
은령 님 나눔으로 <나이브스 아웃> 보고 왔습니다.
굉장히 다양한 인물들을 다루면서도 낭비된 캐릭터없이 적재적소에 쓸 줄 아는 멋진 캐릭터 무비이자,
현대를 배경으로 하면서도 고전미가 물씬 풍기는 미스테리 장르 영화였어요.
게다가 추리물의 외피를 벗기면, 상당히 날카로운 메시지가 담겨있어서 놀랍기도 했어요.
사실 3년전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었을 때, 할리우드에서도 묘한 바람이 불 것이라고 생각은 했었어요.
대선 과정에서 쏟아낸 트럼프의 '막말'은, 이민자들이 이룩한 나라인 미국의 근간을 흔드는 발언이었죠.
대통령이 되고 나서도 딱히 크게 달라진 점은 없었구요.
영화 <나이브스 아웃>은 이렇게 편견과 차별로 얼룩진 시대에 놓인 미국을, 어느 추리 소설가의 대저택에 빗대어 풍자합니다.
트럼프 시대였기 때문에 나올 수 있었던, 트럼프 시대가 '잉태'한 작품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닐 정도예요.
이민자인 마르타를 겉으로는 아끼면서 가족처럼 대하지만,
속으로는 이 사람이 어느 나라 출신인지도 모를 정도로 무관심하죠. 오히려 아래로 봅니다.
실제로는 이들 역시도 이 저택에 오랜 역사와 전통을 뿌리 박고 사는 것이 아니라 비교적 최근에 매입해서 옮겨온 '이민자'일 뿐인데 말이죠.
자본이 있는 자에게 굴복하며, 종국에는 마르타에게 상속이 가자 화를 내다가 비굴하게 구는 온갖 추태를 다보여줍니다.
마치 미국이라는 나라, 특히 트럼프 시대의 미국을 지독하게도 날카로운 칼로 깊숙히 찌르는 것 같습니다.
이런 추한 민낯을 추리물이라는 장르 영화로 풀어내는 라이언 존슨의 솜씨 역시 지독히도 훌륭합니다.
배우들의 앙상블이 좋습니다. 대체적으로 기존 작품에서 가지고 온 자신의 이미지를 반전시킨 캐스팅을 했는데 잘 먹힌것 같아요.
특히나 자유, 정의 같은 소위 '미국적 가치'의 상징과도 같았던 '캡틴 아메리카' 크리스 에반스가,
오히려 이를 저버리고 오만과 편견으로 가득찬 캐릭터를 맡은 게 상당히 재밌었어요. 배우가 연기도 얄밉게 참 잘했구요.
아나 디 아르마스도 커리어에 빛나는 캐릭터 하나를 남겼네요. 극의 한가운데에 있는 역할이었는데, 정말 훌륭하게 중심을 잘 잡아주었던 것 같아요.
항상 이런 잘만든 장르물을 보는 것은 즐겁습니다.
범인이 누군지 추리하는 과정의 재미도 있지만, 이를 통해 굉장히 시사하는 바가 많은 사회적 메시지를 던지는 것 또한 매력적이었어요.
이 시점에서 꽤나 필요한 것이라는 생각도 들구요.
올 겨울에 볼 영화가 굉장히 많네요 :)
좋은 영화를 볼 기회, 그리고 팝콘과 콜라까지 놀라운 선물을 주신 은령 님께 감사드립니다 ㅎ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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