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수다 '하이파이브' 후기... 어수선한 소시민 히어로 영화

톡톡 튀는 편집과 연식이 느껴지는 올드팝들의 사용, 때론 보는 사람이 민망해지는 엇박자 개그 등, 강형철 감독의 스타일로 만든 슈퍼 히어로 영화입니다.

정체불명의 초인이 사망한 뒤 그의 장기 6개를 이식받는 6명이 각자 독특한 초능력을 얻게 되는데요. 1명 빼고 다들 소시민들이라 소시민적인 소소한 사고들을 칩니다. 하지만 나머지 1명이 노욕이 찌든 사이비 교주라서 끔찍한 상황으로 치닫게 되네요.

소시민 히어로들의 이야기는 과거 드라마 <히어로즈> 등에서 다뤘었고, 이 영화에서 그 드라마의 영향도 보입니다. 근데 이 영화는 가벼울 땐 한없이 가볍고, 캐릭터들의 어두운 과거사나 불법 장기 적출 등의 범죄가 나올 땐 또 지나치게 무겁습니다. 톤이 일관되지 않고 왔다갔다해요. 액션 씬도 <쿵푸 허슬> 같기도 하다가 잭 스나이더식 스피디하고 파괴적인 액션도 나오는 등 여러 잡탕들의 조합입니다. 감독의 취향 + "관객이 뭘 좋아할지 모르니 다 준비해봤어."란 느낌이랄까요. 전체적으로 산만하기만 해서 캐릭터에 공감하지 못하고 이야기에도 몰입하지 못했습니다.

CG도 아쉽습니다. 야심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인데, 결과물은 어색하기 그지 없는 게 2000년대 초반 저예산 영화 같습니다.

스캔들 때문에 홍보 자료에는 싹 빠져 있는데 주인공 5명 중 하나인 유아인의 비중이 제법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