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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수다 약스포) <해벅>후기. B급이 컨셉인 것과 만듦새가 B급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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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가렛 에반스 감독님이 돌아오셨습니다

가장 최근이 갱스오브런던과 복수의 사도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간만에 액션장르로 다시 돌아오셨습니다

 

살면서 참 많은 액션영화를 봤지만 에반스 감독님만큼 잔혹액션을 잘 구사하는 사람을 본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이 영화를 기대했던 것일지도 몰라요

 

 

도시의 시장을 위해 온갖 더러운 일을 도맡아서 했던 불량 형사 워커는 이제 지칠대로 지쳐 시장과 연을 끊으려 합니다

그때 마을 어느 곳에서 삼합회가 총에 난사 당해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이 사건으로 아들을 잃어 분노한 삼합회 보스는 이 사건의 범인이 시장의 아들이라 확신하며 그를 죽이려듭니다

도시의 시장은 워커를 놓아주는 대신 마지막으로 자신의 아들을 지켜 도시에서 빠져나가게 해달라고 부탁하게 되고 어느 한 밤에 난리통이 벌어지게 됩니다

 

 

우선 여러분은 의도한 것과 의도하지 않은 것의 차이를 아실 겁니다

일부러 못 만든 것과 잘 만들려고 했는데 못 만든 것의 차이는 명작과 졸작의 간극만큼이나 극명하죠

 

일부러 못 만든 건 컨셉이라고 부릅니다

연출자가 그 엉망을 의도하는 이유가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이런 컨셉 작품들은 오히려 못 만들었기 때문에 더 전달력을 가지죠

역설적이게도 이렇게 못 만드는게 컨셉인 작품은 오히려 못 만들 수록 더 명작에 가깝습니다

 

반면 그냥 못 만든 건 연출자가 이런 방식으로 전달을 하고 싶은데 그게 잘 전달이 안 됩니다

애초에 원하는 방식을 가지고 했는데 그게 안 되면 샤워기에서 이물질이 끼어서 수압이 약한 것처럼 답답하기만 할 뿐이죠

 

전자, 그러니까 컨셉을 가진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레이드 1>이 있습니다

<레이드>는 그저 액션을 원할 뿐 스토리는 그저 액션을 전달하기 위한 도구에 지나지 않죠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단순해서 좋습니다

스트레스 확 풀리는 액션만 즐기라고 내놓은 요리를 먹는 기분이니까요

 

반면 못 만든 영화로는 바로 이 영화를 꼽을 수 있습니다

액션은 액션명가답게 정말 화끈하다는 말 그 자체입니다

다수 대 다수의 싸움을 이렇게까지 깔끔하게 편집했다는 점에선 감탄스럽습니다

액션 하나하나가 제대로 시작과 끝이 보이며 카메라도 굉장히 현란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결정적인 순간엔 멈춰서서 동작이 제대로 눈에 들어오게 만듭니다

거기에 더불어 이렇게까지 피칠갑이 제대로 느껴지는 잔혹한 액션은 간만에 느껴보는 제대로 된 R등급 액션입니다

 

문제는 영화의 장점이 여기서 끝난다는 겁니다

 

영화는 여기에 인간드라마를 끼얹고 싶어합니다

자식을 둔 부모의 감정선을 말이죠

주인공 워커도 딸을 둔 아버지이며, 시장은 아들을 지키기 위해 무엇이든 할 자신이 있는 부모이고, 삼합회의 보스 역시 아들을 잃은 슬픔에 분노한 부모입니다

이 세명의 삼파전, 세명 각각의 감정선을 전달하려는 듯한 의도가 보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영화... 러닝타임이 짧습니다

짧은 러닝타임에 액션을 꽉꽉 눌러담느라 감정선을 끼워넣을 여유가 없습니다

그러다보니 결국 정작 중요한 세 캐릭터의 감정선이 서로 따로 놀게 됩니다

누군가는 이 영화는 그저 액션만 즐기라고 만든 영화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허나 그렇게 말하기엔 이 영화에선 감정선을 건드리려는 연출이 많아요

여기에 대고 무슨 의도니 뭐니 그런 소리는 하지 마십쇼

이건 그냥 드라마를 못 만든 겁니다

 

그런데 전 이런 평에서 좀 흥미로운 무언가를 더해볼까 합니다

이 영화를 본 뒤에 다시 곱씹어보면 의외로 액션이 아닌 다른 부분에서 웰메이드를 느낄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에겐 좀 불편할 수도 있겠지만 재밌게도 이 영화는 페미니즘의 시각으로 본다면 꽤나 잘 만든 페미니즘을 가지고 있습니다

 

일을 벌리는 삼합회의 보스이자 수많은 부하들이 벌벌 떠는 카리스마를 가진 캐릭터는 여성, 즉 아이를 가진 어머니입니다

그리고 모든 등장인물들의 안티테제이자 인간쓰레기로 가득한 피카레스크의 세계속에서 유일하게 선을 추구하며 최종장에선 결정적인 활약을 하는 캐릭터도 여성 경찰입니다

이 작품에선 여성차별에 대항하는 여성의 모습은 보여주지 않습니다

그저 혹독한 세상에서 스스로의 능력을 인정받고 활약을 할 뿐이죠

전 이 부분에서 이상적인 페미니즘 묘사를 느꼈습니다

모든 페미니스트들은 다들 아쉬워할것입니다

이렇게 좋은 페미니즘을 가진 영화의 드라마적 만듦새가 이 모양이라는 점에서요

 

이 영화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정확하게 OTT에 걸맞는 영화입니다

굳이 관객이 발을 이끌고 외출해서 극장까지 가서 돈을 지불해 표를 끊는 번거로움을 감수할 가치는 없지만

어느날 액션을 느끼고 싶어 선반 위에 올려둔 과자를 집어먹듯이 심심풀이로 꺼내 보는 시간을 소비할 가치는 가지고 있죠

 

제 점수는 10점 만점에 6.5점입니다

 

작성자 한줄평

"작은 그릇에 전부 담으려 했는데 막상 보니 담긴게 한두개뿐"

스누P
9 Lv. 8735/9000P
| |

개구리, 달팽이, 그리고 강아지의 꼬리.

남자아이는 그런 것으로 만들어져 있지.

 

설탕, 향신료, 그리고 귀엽고 깜찍한 것들.

여자아이는 그런 것으로 만들어져 있어.

 

"아! 남자아이는 애완동물로 삼고 여자아이는 먹어치우란 소리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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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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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golgo 4시간 전

이 감독의 오컬트 영화를 보면서도

액션이 좋다.. 라고 느꼈어요 ^^

드라마 연출 재능은 안 느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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