듄 프로퍼시 잡담 및 간략 리뷰 (feat.이퀄리브리엄)

스포있어요.
일단 이 드라마 이야기하기 전에 잡담 하나. 아무리 용을 써도 '범작' 정도 밖에 안될 작품의 퀄리티를 '수작' 쯤으로 끌어 올리려고 한다면, 헐리우드가 쓸 수 있는 치트키는 뭐가 있을까요? 제 의견은 '영국 배우를 데려다 쓴다' 입니다.
제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됐던 계기는 바로 영화 <이퀄리브리엄(2002)>이었습니다. 약물로 감정을 억압하는 디스토피아가 무대인데 딱 반나절만 약물을 안먹으면 사람들 감정이 살아나서 체제가 홀라당 뒤집힌답니다. 이런 어이 털리는 설정을 영화를 보는 2시간 동안만이라도 잊게 만들어주는 건, 바로 영국에서 온 실력파 배우과 그들의 연기였습니다. 숀 빈, 에밀리 왓슨, 앵거스 맥페이든 그리고 이후 놀란의 배트맨으로 등극할 크리스찬 베일까지, 그들은 그야말로 관객 멱살을 잡는 연기로 이 영화를 제법 볼만한 SF액션물로 살려냅니다.
<듄 프로퍼시(2024)>를 보면서 이퀄리브리엄을 떠올린 건 이 작품 역시 극을 끌고 나가는 주연 대부분이 영국 배우들이기 때문입니다. 특히나 에밀리 왓슨은 이퀄리브리엄에도 출연한 적이있었고, 또다른 HBO 히트작 <체르노빌>에서도 좋은 연기를 보여준 바 있죠. (뭐 애초에 라스 폰 트리에의 <브레이킹 웨이브>가 그녀의 데뷔작이었던 걸 생각해보면 첨부터 될성부른 떡잎이었습니다만)
물론 오해는 마시길. <듄 프로퍼시>가 <이퀄리브리엄>처럼 배우 빨로 밀어부치는 빈약한 드라마란 뜻은 절대 아닙니다. 이미 <왕좌의 게임>으로 섬뜩한 중세 판타지판 정치 드라마를 선보였던 HBO의 강점은 이 드라마에서도 여전합니다. 만듦새 역시 영화판의 아트 스타일을 고스란히 물려받아 미니멀하면서도 격조가 넘치고요. 여기에 저 영국 배우들이 이 드라마의 품격을 몇 레벨 이상 올려준다는 사실은 그저 금상첨화일 뿐입니다. 특히나 베네 게세리트(이하 자매단)를 말없이 보좌하는 2인자 툴라 역을 맡은 올리비아 윌리암즈의 존재감은 그야말로 엄청납니다. (얌전한 고양이가 부뚜막에 먼저 오른다더니... ㄷㄷㄷ)
<듄 프로퍼시>는 팬이라면 한번쯤 생각해봤을, 듄 특유의 방대한 설정의 빈자리가 주는 간지러움을 살살 긁어주는 드라마입니다. 예를 들어 레이디 제시카와 폴이 구사하는 '목소리'는 누가 처음 만들었을까? 라든지 폴 이전에라도 아트레이디스와 하코넨 사이에 아이가 생겼다면, 그는 어떤 능력을 가지고 어떤 운명을 걷게 될까? 뭐 이런 거죠. 예, 아주 만족스럽지는 않더라도 어느 정도는 팬들의 갈증을 풀어주긴 합니다. 피날레에서 코리노(황제)가문, 자매단, 아트레이디스 가문, 모두 사이좋게 공멸각을 타는 모습을 보여서 이거 다음 시즌에 수습가능해? 싶을 정도의 우당탕탕 클리프행어로 시즌 1이 마무리 되긴 했지만요^^.
PS.
이 드라마의 화룡정점이었던 3화에서 툴라 하코넨의 어린 시절을 엠마 캐닝이라는 배우가 맡았는데... 예, 저 이제 아트레이디스에서 하코넨으로 갈아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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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적인 미국 배우들이 도저히 못따라가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