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미키 17> 감상평(스포 있음)
미키 17은 창문도 없는 설국의 개척 행성에서 바이러스 실험에 반복적으로 투입되는 미키 17의 고통스러운 일상으로 시작한다.
백신 개발을 위해 온갖 바이러스를 흡입하고 감염되며, 죽음을 반복하는 그의 모습은 인간의 존엄성과 소모품 취급받는 노동자의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나는 이곳 실험장에서 17번이나 리프린트 된 익스펜더블이야”라는 대사는, 그가 얼마나 무의미하게 소모되고 있는지, 그리고 그 안에서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한 고민이 얼마나 깊은지 절절히 느껴진다.
반백신주의 컬트적 교회 장면에서는, 코로나와 백신 후유증에 대한 사회적 불신과 음모론이 SF적 상상력과 결합된다.
신도들은 백신의 부작용을 신체화 장애와 연결짓고, 마샬 의원은 “지구에서 서로에 대한 증오의 반물질을 이용한 버블 전쟁 이후, 이 새로운 개척 행성인 설국에 이 익스펜더블을 이용해서 우리의 새로운 세상을 만들 것이다 !”라고 외친다.
이 장면은 현대 사회의 불안과 분열, 그리고 새로운 세상에 대한 욕망이 어떻게 왜곡될 수 있는지를 풍자적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대왕 카스테라 집하다 망해서 이제 마카롱 집을 하는 미키 17과 동업자의 모습은, 실패와 재도전, 그리고 그 과정에서의 고지방식이로 인한 면역력 저하와 소모품화된 인간의 현실을 해학적으로 그린다.
“결국, 나도 미키처럼 익스펜더블 신세가 되어버렸군.”이라는 대사는, 누구나 시스템에 의해 소모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어릴적 중국집에서 일하던 엄마와의 기억과 차의 빨간 버튼으로 인한 자책은 미키 17이 겪는 인간적인 고통과 가족에 대한 미안함을 담담하게 그려낸다.
이 어릴적 사고의 회상 장면은 SF적 세계관 속에서도 인간의 따뜻함과 아픔이 어떻게 공존하는지를 보여준다
또한 여주인공과의 관계에서는, “그녀만이 저의 고통을 이해하고, 죽어가는 저와 함께 했으며... 제가 리프린트 되어도, 그 고통을 함께 했죠.”라는 나레이션이 인상적이다.
그녀는 군인, 경찰, 소방사 모두의 역할을 하며, 미키 17의 유일한 안식처가 된다.
이처럼 영화는 SF적 설정 속에서도 인간관계의 의미와 연대를 놓치지 않는다.
설국의 크리퍼 집단과의 대립, 그리고 크리퍼 마마의 기괴한 위협은 영화의 블랙 코미디적 색채를 한층 더한다.
“우리 크리퍼들이 꽥꽥대며 트름하면, 너희들 눈이 터져버린다!”는 대사는 기괴함과 유머가 절묘하게 섞여 있다.
이 과정에서 미키 17은 파시스트 군인 마샬 의원의 실험 대상으로 전락하고, 성장 호르몬과 기괴한 음식, 그리고 ‘매운맛 미키 18’로의 변이 등, 신체적·정신적 고통이 극대화된다.
설국열차 기관실에서 감독이 크리퍼 인형을 들고 돈벌레를 확대해서 귀여운 괴물로 만들었다고 크로와상으로 설명하는 장면은 그 현실과 허구 그리고 관객과의 소통을 유쾌하게 비튼다.
이어지는 실험실 장면에서는 기억이 벽돌머리에 업로드되는 미키 17의 존재론적 고민이 깊어진다.
“몸은 죽으나, 고통의 기억은 유지되고... 죽는 순간만 기억을 못하게 리프린트 된다면, 그 죽음의 느낌은 어떤가요?”라는 카이 L (1+1 의 멀티플 성적 상상력을 주는 L) 의 질문은, 인간의 정체성과 기억, 그리고 고통의 본질에 대한 철학적 물음을 던진다.
여주인공이 멀티플 미키 17의 가슴에 ‘자책하는 17번’, ‘매운맛 18번’이라고 쓰며 “똑같은 제가 두 명 있다고 성적 상상력으로 생각해봐요. 정말 흥분되지 않나요?”라고 말하는 장면은, 복제 인간의 존재론적 혼란을 유머러스하게 풀어낸다.
노숙자들에게 행하는 멀티플의 살인과 박사장의 단백질 싸이클러 복제, 그리고 범죄를 저지르는 멀티플에 대한 마샬의원의 사회적 금지령 등은, 복제 인간이 사회에서 어떻게 금기시되고 통제되는지 보여준다.
개척 행성에서 획득한 수석을 전시하는 저택의 파티장에서는 마샬 의원이 미키 18에게 저격당하며, 복제 인간의 존재 자체가 불법이 되는 아이러니를 드러낸다.
마카롱 가게에서의 배신, 크리퍼 조코의 꼬리 요리, 그리고 마샬 의원 부인이 미키들에게 “이 원시적인 다윗의 칼로 저 크리퍼들에게 가서, 항문 옆에 달린 100개의 꼬리 표피들 다 잘라와! 내가 최고의 소스를 만들게”라고 명령하는 장면은, 인간의 욕망과 잔혹함, 그리고 비인간적 실험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에 대한 풍자다
기관사실의 프린터 앞에서 부활한 마샬 의원 부인(LGBT 일파) 이 미키 17에게 “여기, 크리퍼 조코(G) 의 꼬리로 만든 소스를 먹어봐요”라고 유혹하는 장면, 그리고 “이것은 무엇인가요?”라는 미키의 두려움, “아뇨, 그건 질문의 순서가 틀렸어요. 우선 이 조코 꼬리 소스의 맛을 보는 게, 당신에게 주어진 임무이자 순서에요”라는 답변은, 시스템에 순응해야만 하는 인간의 비극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이어지는 마샬 의원 부부와의 만찬장 회상씬과 “성장 호르몬 섞은 수박 스테이크를 먹여 부작용으로 숨도 못쉬고 죽어가는 것을 머리에다 총까지 쏴서 죽이려고 했는데도, 미키 17인 너는 ‘괜찮아요, 고마워요!’라고 말했다고? 너는 지금 제정신이야!” 라는 미키 18의 분노의 외침은, 시스템에 순응하는 인간의 무기력과 각성을 동시에 보여준다.
결국, 미키 17은 “이제 다시는 당신들이 시키는 대로 성장호르몬 맞혀 미키 19가 된 그 조코 꼬리 소스를 먹지 않을 거예요!”라며, 자신의 의지를 선언한다.
자폭 폭탄을 찬 그에게 마샬 의원이 “벽돌인 기억 저장소가 파괴되어 이제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생긴 것, 그게 바로 네가 인간이 되었다는 증거지”라고 말하고, 미키 18이 자폭 버튼을 누르는 장면은, 반복되는 죽음과 부활의 굴레를 끊고 인간성의 회복을 선언하는 클라이맥스다.
폐허가 된 설국 개척 행성 위에 선 미키 17. 그는 이제 미키 18도, 미키 19도 아닌, 인간 ‘미키반스’가 되어 마샬 의원과 일파가 만든 세상을 끝내고, 세상을 바꾼 폭탄이자 아직 터지지 않은 폭탄으로 남는다.
총평<미키 17>은 반복되는 죽음과 부활, 복제 인간의 정체성, 인간성의 회복, 그리고 사회적 계급 문제와 시스템의 잔혹함을 블랙 코미디와 해학, 그리고 기괴한 상상력으로 풀어낸다. 봉준호 감독의 특유의 풍자와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 그리고 AI가 흉내낼 수 없는 인간만의 감정과 창의성이 곳곳에서 빛난다.
이 영화는 단순한 SF를 넘어,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모순과 인간의 본질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진다. 미키 17의 고통과 성장, 그리고 마지막 선택은 관객에게 “나는 누구인가, 그리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근원적 물음을 남긴다.
결국, <미키 17>은 인간과 AI, 복제와 원본, 순응과 저항 사이에서 우리가 진짜로 지켜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묻는, 매우 독창적이고 인상적인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