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포머 원(2024)/ 이토록 시의적절한

스포 있어요.
<트랜스포머 원>은 1984년 트랜스포머 프랜차이즈가 시작할 때 만들어진 '사이버트론 내전'이라는 간단한 배경설정이 시간이 지나 어떻게 확대 발전해왔는지를 잘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트랜스포머(이하 트포)팬들이 나이를 먹고, 파생 코믹스를 통해 오토봇과 디셉티콘의 정치적, 사상적인 면들이 강조되면서 사이버트론 내전에도 현실 전쟁을 반영한 성인 테이스트의 잔혹한 설정들이 하나 둘 추가되었습니다. 경직되고 잔인한 계급사회를 타파하기 위해 벌어진 혁명과 내전이라는 비극을 강조하기 위해, 두 진영의 리더 옵티머스 프라임과 메가트론이 원래는 뜻을 함께하는 절친이었다라는 한 줄짜리 초기 설정 역시 발전, 계승되어 이번작 <트랜스포머 원>의 주요 모티브가 되었습니다.
오랜시간 축적된 방대한 트포 세계관을 잘 정리하고 추려내서 만든 <트랜스포머 원>은 액션으로나 스토리로나 깔끔하게 잘 뽑힌 수작입니다. 하지만 아이들과 함께 볼 수 있는 전체 관람가의 작품임에도, 어른들이 봐도 뭔가 등골이 서늘한 날 것 그대로의 느낌이 있습니다. 바로 악역 센티넬 프라임 때문입니다. 잘생긴 외모와 화려한 언변 뒤에 가려진 그의 정체는 매국노이며, 거짓말을 일삼는 독재자이자, 국민을 개돼지로 아는 엘리트주의자입니다. 무엇보다 하층민을 노예로 삼기위해 태어나자마자 불법 장기적출을 서슴치않는 로봇 백정입니다. 더 놀라운 건 마지막 순간까지 "나라 좀 망하면 어때, 나만 잘먹고 잘살면 그만이지!!!"라는 추잡한 욕망을 드러내는 데 아무 거리낌이 없다는 점입니다. 철저하게 자신의 욕망을 합리화하는 그에게는 인간이라면 당연히 가지고 있어야 할 최소한의 염치라던지 수오지심이 없습니다. 악역일지라도 최소한의 감정이입 포인트를 만들어주는 요즘 추세에 비추어보면, 그는 정말 희귀할 정도로 완벽한 '도덕적 금치산자'입니다.
이 영화가 섬뜩하게 느껴지는 건 지금 우리 세상이 저 로봇들의 세상과 과연 뭐가 그리 다른지 구분이 안되는 순간들 때문입니다. 철저하게 자신의 이익에만 봉사하는 권력자와 기득권 엘리트, 계속되는 불법과 지연되는 정의, 그리고 결국 분열되어버린 국민들. 예, <트랜스포머 원>은 작년 말에 뒤늦게 개봉되었지만 개봉연기가 도리어 신의 한수란 소리를 들었던 <시빌 워(2024)> 만큼이나 시의적절한 작품입니다. 자녀가 있는 익무분이라면 함께 이 영화를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아이가 센티넬 프라임의 만행을 보면서 누군가의 이름을 외쳐도 너무 놀라지 마시구요. 아이들은 솔직하거든요.
PS.
트포 시리즈의 정체성이라 할만한 피터 컬렌옹과 프랭크 웰커옹의 목소리가 빠지고 크리스 헴스워스와 브라이언 타이리 헨리가 그 자리를 채웠습니다. 후반으로 갈수록 선배들 못지않게 멋진 보이스 액팅을 구사해가는 두 배우의 캐스팅은 우려를 불식시키는 수준을 넘어 훌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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