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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금호러 No.76] 내 집 마련을 향한 광기의 여정 - 드림 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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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 홈 – Dream Home (2010)
내 집 마련을 향한 광기의 여정


<드림 홈>은 홍콩 슬래셔 영화로, 익숙한 서구 슬래셔 영화들과는 차별적인 캐릭터와 배경을 가진 작품입니다. 특히 슬래셔 장르에서 보기 드문 독특한 소재와 강렬한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것이 이색적이죠. 


이야기는 바다가 보이는 집을 소유하는 것이 꿈이었던 할아버지, 아버지, 그리고 자신을 위해 열심히 일을 하는 라이의 광기로 빚어지는 끔찍한 연쇄살인극입니다. 라이가 집을 가지려는 이유는 단순히 부동산 투자가 아닌, 잃어버린 행복을 다시금 찾는 것과 같기에 그녀는 집에 집착합니다. 대출을 받은 계약 당일 집값을 올려버린 집주인 때문에 라이는 극단적인 선택을 합니다. 아파트에서 연쇄 살인을 벌여서 집값을 떨어뜨린 후, 집을 소유하겠다는 결심을 한 것이죠. 


대부분의 슬래셔 영화들이 난도질에서 비롯되는 공포와 쾌감에 집중을 하는 것과 달리, <드림 홈>은 부동산 거품과 경제적 불평등이라는 현실적인 문제와 피범벅 난도질을 결합합니다. 홍콩의 기형적인 주택 시장과 그로 인한 중산층의 고통은 공감을 사기에 좋은 주제이죠. 한국의 상황도 다르지 않기에, 라이의 집에 대한 광기 어린 집착이 현실적으로 와 닿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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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라이가 연쇄 살인을 벌이는 끔찍한 하루를 중심으로 그녀의 어린 시절부터 현재까지를 비선형적인 구조로 풀어나갑니다. 마치 기억의 파편들이 무작위로 떠오르듯, 시간은 과거와 현재 사이를 오가며 라이와 그녀의 가족, 그리고 꼭꼭 숨겨둔 어두운 내면의 세계를 조금씩 드러냅니다. 


라이는 ‘집값을 떨어트리기 위해 살인을 벌이는 그저 미친년이구나!’라고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한 내면을 가진 인물입니다. 치열한 경쟁과 비정한 사회 현실에서 밀려나서 절망에 빠진 평범한 여성의 울분에 찬 광기로 볼 수 있습니다. 라이가 선택한 연쇄살인은 또라이짓이 분명하지만, 그녀가 처한 현실적인 압박과 심리적 고통과 붕괴는 묘한 공감을 끌어냅니다. 바로 이런 점이 <드림 홈>이 서구 슬래셔 호러 영화의 무차별적인 난도질과 차별점을 가지는 요소입니다. 


<드림 홈>의 폭력의 수위는 굉장합니다. 날것 그대로의 잔인함과 집요함이 특징으로, 과장된 살육을 벌이는 여타 슬래셔 영화들과 달리, 폭력의 본질적인 파괴적 행위가 일으키는 살벌함과 공포를 가감 없이 보여주고 있죠. 케이블 타이, 커터칼, 부엌칼, 세탁 비닐, 진공청소기 등이 흉기로 변모하는 순간, 일상의 물건들이 얼마나 쉽게 살인 무기로 전환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죠. 특히 케이블 타이로 목을 졸라 살해하는 도입부는 보는 이로 하여금 숨이 턱턱 막히는 경험을 하게 만들죠. 진공청소기를 사용한 임산부 살인 장면 역시 기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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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희생자들의 느린 죽음과 오랜 고통을 의도적으로 연출합니다. 마치 현대 사회에서 소외되고 망가지는 우리의 숨통을 조금씩 조여 오듯, 질식의 과정이 집요하게 펼쳐지는 식이죠. <드림 홈>은 자본주의 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슬래셔 장르로 적나라하게 묘사한 작품입니다. 화려한 홍콩 이면에 숨겨진 냉혹한 현실을 담아냈습니다.


주제 의식과 더불어 영화의 결말 또한 인상적입니다. 라이는 광기 어린 행위들을 통해 오랜 시간 꿈꿔왔던 집을 손에 넣지만, 세상은 그녀의 뜻대로 흘러가지 않습니다. 집을 얻는 순간, 미국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발생하고 그 여파가 전 세계를 강타한다는 뉴스가 전해집니다. 살인까지 저지른 라이의 집착의 여정이 허무하게 무너져 내리죠.


<드림 홈>은 집이라는 공간이 단순한 거주지나 투자 대상을 넘어, 정체성과 소속감, 가족의 안정을 상징하는 현대 사회에서, 그것을 얻기 위해 인간이 어디까지 타락할 수 있는지 질문을 던집니다. 수위 높은 폭력 장면에 대한 내성이 있다면, 충분히 감상할 가치가 있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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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임...


1. 펑하오샹 감독은 부풀려진 홍콩의 부동산 시장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평소 자신이 좋아하고 즐겨 봐왔던 할리우드 B급 영화의 스타일을 결합해 이색적인 슬래셔가 만들어지게 됩니다. 


2. 펑하오샹 감독과 라이를 연기한 조시 호는 의견 충돌이 격렬하게 일어났다고 하는군요. 감독은 현실적이고 사실적인 폭력 묘사를 선호했지만, 조시 호는 더욱 과장되고 충격적인 장면들을 원했다는군요. 이러한 견해 차이로 인해 제작 과정에서 갈등이 있었으나, 결국 영화는 두 요소를 절충해 완성됩니다.


3. 일본에서의 상영 중, 몇몇 관객들이 영화의 강렬한 장면으로 인해 기절하거나 구토하는 일이 발생했다고 하는군요. 믿거나 말거나...


4. 조시 호는 홍콩 카지노 재벌인 스탠리 호의 딸로도 유명합니다. 그녀는 영화에서 집을 사기 위해 살인을 저지르는 라이 캐릭터를 연기하는데, 현실의 환경은 엄청난 부자여서 흥미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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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image 1등

마지막 줄 보니... "도둑맞은 가난"이란 말이 생각납니다..^^;

09:33
25.04.04.
profile image 3등
영화에선 집없는 서민 현실은 갑부 딸...영화 엄청 잔인하다고 하는데 보고 싶네요
09:46
25.04.04.
profile image
사유리 어제 보고 왔더니 호러의 근간 중 하나가 그래, 하우스 호러였지 하게 되네요.

글 잘 봤습니다.
15:39
25.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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