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클라베' 알면 흥미로운 트리비아 모음

IMDb에 등록된 트리비아들 번역해봤습니다.
가톨릭에서만 쓰는 용어들이 많아서 오역 있을 수 있습니다.
스포일러가 될 부분은 하단에 표시해놨으니, 아직 안 본 분들은 그 부분은 건너 뛰시면 됩니다.
출처: https://www.imdb.com/title/tt20215234/trivia/
※ 콘클라베(conclave: 교황 선거)라는 말은 라틴어로 “잠글 수 있는 장소”라는 의미, 혹은 come(함께) + clavis(열쇠)라는 단어에서 유래되었다.
※ 감독 에드바르트 베르거는 오래 전부터 이 영화를 준비해왔지만, 전작인 <서부 전선 이상 없다>(2022)가 갑자기 아카데미상 경쟁에 뛰어들고 결국 4관왕을 차지하면서 촬영을 미루게 됐다.
※ 에드바르트 베르거 감독은 앨런 J. 퍼쿨러 감독의 열렬한 팬이었는데, 피터 스트라우헌의 <콘클라베> 각본이 그가 좋아했던 퍼쿨러 감독의 편집증적 스릴러에 딱 어울린다는 걸 알게 됐다.
※ 각본가 피터 스트라우헌은 각본 작업을 위해 한 추기경과 만나서 콘클라베 과정의 디테일에 관해 들었다. 그는 또한 바티칸도 사적으로 방문했는데, 그곳에서 아무런 적대감도 느끼지 못했고, 바티칸 측 사람들이 자신에 대해 열린 자세였다고 말했다.
※ 각본가 피터 스트라우헌의 *각본이 워낙 탄탄해서, 에드바르트 베르거 감독이 출연을 제안한 배우들 모두가 곧바로 승낙했다.
(*97회 아카데미 각색상 수상)
※ 이 영화에는 아카데미상 후보에 오른 배우가 총 4명 출연했다. 레이프 파인스, 스탠리 투치, 존 리스고, 이사벨라 로셀리니.
※ 1970년대부터 영화에 출연하기 시작한 *이사벨라 로셀리니는 이 영화를 통해 처음으로 아카데미상 후보에 올랐다.
(*이탈리아 감독 로베르토 로셀리니와 할리우드 배우 잉그리드 버그만의 딸)
※ 이사벨라 로셀리니는 가톨릭 신자로 자랐고 수녀들에게서 교육을 받았다.
※ 촬영은 2023년 1월부터 2023년 3월까지 이탈리아 로마에서 진행되었다. 일부 장면은 이탈리아 치네치타 촬영소에서 촬영되었다.
※ 치네치타 촬영소에서 영화 촬영을 위해 시스티나 경당 세트를 세운 것은 <콘클라베>가 4번째다. 앞서 <고뇌와 환희>(1965), <슈즈 오브 더 피셔먼>(1968), <두 교황>(2019) 때도 세트를 지었다.
※ 세트 디자이너들은 시스티나 경당을 재현하는 데에는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지만, ‘성녀 마르타의 집’에 관해서는 다소 창의적인 변형을 가했다. 그들은 실제 장소가 좀 따분하다고 느껴서, 극적 긴장감을 높이기 위해 세트를 좀 더 감옥처럼 만들었다. 의상 디자이너들은 조사를 위해 Gammarelli(교황의 공식 재단사), Tirelli Costumi(로마의 의상 대여 서비스), 그리고 로마의 여러 박물관들을 찾았다.
※ 바티칸 궁전 내부는 나폴리에서 북쪽에서 35km 떨어진 카세르타 궁전에서 촬영되었다. 그곳은 과거 나폴리 왕국 통치자들의 주요 거처였다. 이탈리아 영화 <Il pap'occhio>(1980)도 실제 바티칸 궁전 대신 그 장소를 촬영지로 이용했다.
※ 의상 디자이너 리시 크리스틀은 실제 추기경들이 입고 있는 빨간색 예복이 너무 칙칙하다고 느꼈다. 그녀는 17세기 예복에 사용된 빨간색이 훨씬 더 생동감 있다고 생각하여 영화에 그 색을 채택했다.
※ 작곡가 폴커 베르텔만이 에드바르트 베르거 감독과 5번째로 협업한 작품이다. 베르텔만은 베르거 감독과 앞서 작업한 <서부 전선 이상 없다>(2022)로 아카데미상을 받았다.
※ 폴커 베르텔만은 영화에 전통적인 악기 연주의 음악을 사용하는 건 너무 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손가락에 물을 적신 뒤 문질러서 연주하는 ‘Cristal Baschet’이라는 생소한 악기를 채택했다.
※ <콘클라베>는 전미 비평가 위원회와 미국영화연구소가 2024년 10대 영화 중 하나로 뽑은 작품이다. 제78회 영국 아카데미 영화상에서는 작품상, 영국 영화상, 각색상, 편집상을 수상. 97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는 작품상 포함 8개 부문 후보에 올랐고 그중 각색상을 수상했다.
※ 영화감독 알렉산더 페인이 2024년 가장 좋았던 영화 중 하나로 <콘클라베>를 꼽았다. 그는 “이 영화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매혹적이다. 재미있고 긴장감 넘치며 배우들의 캐스팅과 연기가 정말 좋다. 베르거 감독은 영화라는 생각이 들게 하면서 동시에 실제로 그 현장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기적 같은 퀄리티를 보여줬다.”
※ 영화 속 콘클라베 과정에서 로렌스 추기경(레이프 파인스)을 비롯한 여러 추기경들이 취하는 행동들은 가톨릭 신앙과 수세기에 걸친 전통에 정확히 부합한다. 교황이 *선종한 후 교황이 낀 반지(어부의 반지라고 함)를 빼서 파괴하는데, 그건 공식 문서에 찍히는 교황의 인장을 위조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바티칸은 교황청의 사도좌가 공석이 됐다고 공식 발표한다. 교황의 거처는 진홍색 리본으로 폐쇄되고 교황 인장이 찍힌 밀랍으로 봉인된다. 추기경단은 선거 투표 기간 중 아파트(Domus Sanctae Marthae 성녀 마르타의 집)에 격리되어서 그곳에서 먹고 잔다. 마지막으로 실제 선거와 무기명 투표가 진행되는 시스티나 경당의 창문과 문은 콘클라베의 비밀을 유지하기 위해 어둡게 하며 셔터를 닫고 잠근다. 그리고 영화 속에서 최신의 보안 조치 몇 가지도 소개하고 있다. 2013년 프란치스코 교황을 선출했던 콘클라베가 열렸을 때 시스티나 경당에서는 도청 장치나 기타 전자 감청 장치가 있는지 샅샅이 수색했다고 한다. 2005년 베네딕토 16세 교황이 선출된 콘클라베에서는 시종으로 위장한 기자가 발각돼서, 콘클라베에 관여하는 모든 시종들에게 신분증이 발급되었다. 추기경단의 모든 구성원은 휴대폰 및 기타 전자 기기를 반납해야 했고, 바티칸 시국의 Wi-Fi 네트워크는 일시적으로 폐쇄되었으며, 시스티나 경당에는 무선 신호 방해기가 설치되었다.
(*임종 때에 성사를 받아 큰 죄가 없는 상태에서 죽는 일)
※ 영화에서 토마스 로렌스 추기경이 추기경단의 단장으로 나온다. 단장은 주교급 추기경의 지위를 갖는다. 단장은 추기경들의 일상적인 회의를 감독할 뿐만 아니라 교황 선종 혹은 사임 시 새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를 소집하고, 사도좌 공석 기간 동안 교회의 임시 수장 역할을 맡는다. 단장은 역시 주교급 추기경 지위를 갖고 있는 부단장의 보좌를 받는다. 가톨릭 교회의 서열에서 단장과 부단장은 교황 다음 가는 2위와 3위이다. 이들은 교황 공석 기간 동안 단장으로서 직무를 수행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다른 추기경들에 대한 실질적인 권한이 없다. 1965년 이전에는 로마교구에서 가장 오래 재임한 추기경이 단장이 되었다. 1965년 교황 바오로 6세는 추기경들에게 단장을 선출할 권한을 부여했다. 2019년 이전까지는 단장이 종신직이었지만, 2019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단장이 임기를 5년으로 정하고, 총 두 번의 임기만 수행할 수 있다고 선언했다.
※ 추기경 계급에 관한 자세한 설명
(생략... 관련 정보가 궁금한 분은 아래 위키백과 참조)
https://ko.wikipedia.org/wiki/%EC%B6%94%EA%B8%B0%EA%B2%BD
※ 레이프 파인스가 연기한 캐릭터의 이름이 소설에서는 로멜리 추기경이었다.
※ 공교롭게도 레이프 파인스는 ‘토마스 로렌스’라는 이름의 캐릭터를 이전에도 연기한 적 있다. 그는 <아라비아의 로렌스, 그 후의 이야기>(1992)에서 T.E. 로렌스(토마스 에드워드 로렌스)를 연기했다.
※ 영화에서 교황은 바티칸 영빈관의 한 방에서 선종한다. 전통적으로 교황은 교황 아파트에 거주한다. 하지만 현실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바티칸 영빈관의 작은 방 두 개짜리 스위트룸에 살면서, 교황 아파트는 사무실로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이런 점에서 영화에서 선종한 교황은 프란치스코 교황임을 암시할 수도 있다.
※ 로렌스와 벨리니(스탠리 투치)가 옷걸이에 걸린 수단(가톨릭 사제복) 크기에 대해 이야기하는 건, 새 교황이 선출된 후 어떤 일이 벌어질지를 암시한다. 새 교황이 신자들에게 첫 인사를 하기 전에 ‘교황 신사들(papal gentlemen)로 알려진 평신도 도우미들이 교황의 예복을 입는 것을 도와준다. 교황의 첫 등장을 위해 다양한 사이즈의 예복이 준비되어 있고, 다음날 새 교황은 새 옷들을 맞추기 위해 치수를 잰다.
※ 배우 브라이언 F. 오번(오말리 몬시뇰 역)은 자신의 캐릭터를 연기할 때, 브로드웨이 연극 <다우트>에 나오는 플린 신부를 참고했다. <다우트>는 <콘클라베> 속 로렌스의 설교처럼, 신앙의 핵심으로 의심의 필요성을 설파하는 설교 장면으로 시작된다.
※ 원작 소설에서는 베니테스 추기경이 필리핀 사람이며(영화에선 멕시코인), 바그다드 대교구(영화에선 카불)를 맡은 것으로 나온다.
※ 테데스코 추기경(세르조 카스텔리토)이 그리스도의 적(적그리스도)의 탄생에 관한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의 시 ‘재림(The Second Coming)’을 인용한다. “모든 것이 파괴되고 그 중심은 무너진다.”
※ 영화 속에서는 교황 선출을 알리기 위해 특수한 기계와 *연기 색깔을 내는 연막통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오는데, 그런 도구를 사용하기 전 과거에는 선출 실패했을 경우 투표용지와 지푸라기를 같이 태워서 탁한 연기가 나오게 했다.
(*흰색은 선출 / 검정색은 선출 실패)
※ 바티칸에 자주 몰리는 수많은 군중의 모습이 이 영화에는 안 나온다. 촬영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드는 장면이기도 하지만, 감독 에드바르트 베르거는 영화에 군중 장면을 삽입하는 것에 관심이 없었다. 그는 관객이 외적인 방해 요소 없이 로렌스 추기경의 내면에 집중하기를 바랐다.
※ 서기 533년, 요한 2세가 교황으로서의 새 이름을 채택한 최초의 교황이 되었다. 그는 자신의 본명 메르쿠리우스가 로마 신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어서 부적절하다고 여겼다. 자신의 본명을 교황명으로 사용한 마지막 교황은 1555년 마르첼로 2세였다.
이하 스포일러 주의
※ 로렌스가 선종한 교황의 침대 옆 서랍장을 살펴볼 때 그 안에 고무줄이 잔뜩 있는 게 보인다. 현재의 프란치스코 교황이 교황으로 즉위하자마자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신문 가판대에 직접 전화를 걸어서, 자신이 받아보던 신문을 묶었던 고무줄을 매달 반납해왔던 걸(환경을 위해) 더 이상은 못한다(교황이 되어 바티칸에서 살아야 하기 때문)고 알렸던 일화가 유명하기 때문에, 영화 속에서 선종한 교황이 프란치스코 교황을 암시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 로렌스 추기경은 한때 자신이 쓸 교황 이름을 고른 적이 있다고 인정했다. 만약 그가 선출되었다면 요한 24세가 되었을 것이다.
※ 이 영화는 가톨릭 교회법에 대체로 충실하지만, 이야기 구성 가운데 교회법에 위배되는 설정이 나온다. 과거 16세기부터 여러 남자들이 정치적 위협으로 보호받기 위해 *인 펙토레(in pectore) 추기경이 되었다. 그리고 그 추기경들 중 다섯 명이 교황으로 선출되었다. 교회법에 따르면 인 펙토레 추기경은 그를 임명한 교황이 사망한 뒤에는 추기경의 지위를 잃는다. <콘클라베> 원작 소설에서는 교회법이 최근에 바뀌었다면서 베니테스가 추기경 지위를 유지하는 것으로 설명한다.
(*교황만이 그 존재를 아는 추기경)
※ 성직매매의 범죄 - 로렌스 추기경이 교황의 거처에서 증거를 발견해 트렘블리 추기경(존 리스고)을 고발하면서 교황의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지적한 죄악이다. 여기서는 트렘블리가 표를 얻기 위해 다른 추기경들을 매수한 것으로 밝혀지는데, 그밖에도 돈을 내고 전대사를 받는 행위, 수도회 회원 자격, 교회 내 직책 및 기타 혜택을 매수하는 행위도 이 죄에 포함된다. 이는 단순한 범죄 행위가 아니라 교회와 교회 성직자를 더럽히고, 하느님의 뜻을 상업적으로 이용한다는 점에서 독성죄(가톨릭 교회에서 가장 큰 죄)에 해당한다.
※ <콘클라베> 영화 속 세계에서 같은 이름의 다른 교황이 없다고 가정한다면, 엔딩에서 선출되는 교황은 인노첸시오 14세가 된다. 과거 13명의 교황이 인노첸시오라는 이름을 가졌으며, 그중 가장 마지막 교황인 인노첸시오 13세는 1721~1724년 동안 재임했다. 교황의 이름 선택은 대단히 상징적인 것으로 여겨지는데, 종종 새로운 교황이 선례에 따라서 앞으로 행할 정치적 행보를 암시한다. 인노첸시오 13세는 개혁 지향적이었으며, 부정부패에 대한 조치를 취했다.
※ 영화의 마지막 반전은 바티칸에서 교황 후보자가 남자가 맞는지 확인하려고 ‘성별 검사’를 실시했다는, 수세기 동안 퍼진 거의 날조에 가까운 소문을 떠올리게 한다. 교회에 창피를 주고 조롱하기 위한 반가톨릭 선동으로 만들어진 이 소문은, 교황 후보에게 고환이 있는지 검사하려고 아래쪽에 구멍을 뚫은 특수 의자에 앉혔다는 것이다. 이 소문은 중세 시대에 자신의 성별을 숨기고 교황이 됐다는 ‘여교황 요한나’라는, 아마도 거짓이었을 다른 전설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된다.
※ 2024년 내셔널 가톨릭 리포터와의 인터뷰에서 에드바르트 베르거 감독이 영화 속 거북이의 의미에 대해 말했다. “바티칸 경내에서 거북이로 가득 찬 분수를 본 기억이 납니다. 바티칸이 받은 선물이었는데, 여러 문화관에서 거북이가 어떤 의미인지 찾아보니 다양한 뜻이 나오더군요. 따라서 거북이의 존재는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에 영화에 넣기 좋은 소재입니다. 어떤 문화권에서는 거북이가 변신과 변화를 상징하고, 또 다른 문화권에서는 지혜와 나이를 상징하기도 하죠. 레이프 파인스가 그런 아이디어들을 염두에 두고 영화의 마지막에 거북이를 분수대로 데려가는 것이 멋진 정점이 될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일부 거북 종은 수컷과 암컷의 생식 기관을 모두 가지고 있다. 남성과 여성의 생식적 혹은 성적 기관 모두 가지고 태어난 사람을 간성(intersex)이라고 한다.
※ 마지막 장면에서 로렌스는 콘클라베로 인해 추기경들이 격리되면서부터 자신의 방을 어둡게 만들었던 셔터가 다시 열린 것을 발견한다. 창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니 수녀 세 명이 문을 열고 안뜰로 나가는 모습이 보인다. 그 문은 잠시 열려 있다가 수녀들의 뒤에서 아주 천천히 닫힌다. 이것은 “신께서 문을 닫아도 창문은 열어 주신다(When God closes a door, He opens a window)”라는 격언을 시각적으로 잘 표현한 것일 수도 있다.
※ 엔딩 장면에서 로렌스 추기경이 안뜰을 내다보는데, 흰 옷을 입은 수녀들이 문을 열고 나와서 사도들을 새긴 하얀 조각상으로 장식된 벽을 지나는 모습을 지켜본다. 이 장면은 수세기 동안 교회를 다스려온 남성들의 정적인 기념물을 넘어서, 교회 안에서 여성들이 앞으로 나아가는 진보에 대한 희망을 상징한다. 이는 남자들의 바뀌지 않는 확신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아는 사람, 즉 간성인 교황을 통해 체현된 약속을 반영한다.
gol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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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야 사는 여자에서 헐 벗고 약 파는 그분이시네요.

대표작은 <블루 벨벳>이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