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얼빈....차가우면서도 강렬한 파란 불꽃같은 영화
1. 솔직히 올해 내가 본 가장 좋은 한국영화였다고 생각해요..그 이유는
2. 그 어떤 장르적 도식에 의해서가 아닌 한국사람의 입장에서 쓰여진 시나리오가 너무 좋았어요..한국 민중에 대한 고찰이 이토 히로부미의 입을 통해 나오는데 딱 그게 들어맞는 캐릭터들이 좋았어요..어떤 사람은 대의를 위해, 어떤 사람은 복수를 위해, 어떤 사람은 희망을 갖고, 어떤 사람은 절망과 냉소를 갖고 살지만 공통의 적에게는 끝내 포기하지 않는 그런 힘..횃불은 언젠간 꺼지겠지만 누군가가 계속 그걸 다시 이어받고 불을 붙여서 끝내 해결하고야마는 의지..숱한 스파이 영화에서는 강인한 면이나 변절하는 면만 보여주지만..무서워서 꺼이꺼이 알면서도 끝내 목표를 이루고야마는 한국사람..그런 한국사람에 대한 고찰이 있는 시나리오 같아서 좋았어요..그래서 전 마지막 대사 너무 좋았어요..얼어붙은 두만강을 건너면서 추위와 배고픔에 힘들어하는 안중근이지만 그의 차가운 불꽃같은 의지가 보이는 장면이라 너무 좋았어요..저는 현빈 배우가 이번에는 인정받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캐릭터의 얼굴 그 자체가 된 거 같아요..
3. 박정민 배우와 조우진 배우는 다소 단조로울 수 있는 역사의 빈 페이지에 좋은 긴장감을 준 거 같아서 좋았고..박훈 배우는 그 큰 덩치와 날카로운 인상으로 충분히 좋은 추적자가 되어준 거 같아요..전여빈 배우는 딱 조선의 강직함 그 자체로 보여주어 너무 좋았고..이동욱 배우는 구미호에서 자주 보여준 얄미롭게 빈정거리는 연기 너무 웃겼어요...
4. 릴리 프랭키 배우님은...짧은 분량이고 진짜 자칫 잘못하면 양쪽에서 엄청 욕먹을만한 캐릭터였을텐데 대사톤도 일본영화에서 자주 보던 장난기있는 모습이 아닌 대단히 귀족적인 느낌으로 장면 내내 장악력이 너무 좋았어요..분량은 차이가 나지만 곡성의 쿠니무라 준 배우 만큼이나 아우라가 장난아녔습니다..특히 러시아 관료랑 조선이 누구땅이 될 거 같아 하면서 픽 웃는 거 좋았어요...
5. 감정 과잉이거나 무조건 적인 영웅서사가 아닌 민중의 한 사람처럼 안중근이 느껴지게 해준 게 좋았다고 생각합니다..물론 안 좋은 점이 있었는데..팝콘과 콜라를 먹으면서 보기에 미안해진 점요..카레이우라 외치는 장면은 정말 너무 먹먹..
6. 우리는 슈퍼맨은 필요없는 민족인 것 같아요..어떤 환난도 이겨내는 사람들이 계속 태어나는 나라니깐요
보고난 뒤에 계속 여운이 남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