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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게임 2 - 드라마의 본질은 보존하고 있다. 스포일러 있음.

BillEvans
2282 4 4

오징어게임은 

게임을 하러 모인 사람들을 폐기물로 그린다.

사실은 이런 사정이 있었다 하는 식으로 합리화시키지도 않고, 

사실은 속으로는 좋은 사람이다 하는 식으로 옹호하지도 않는다. 

 

공유는 오징어게임에 대해,

사회적 폐기물로 처리되어야 하는 사람들을 

모아놓고 폐기한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1부 게임에서 살아난 이정재에 대해서도, 

너도 똑같은 폐기물인데 운이 좋아 살아난 것이라고 말한다. 

 

이정재는 그 말을 들으며, 반박하지 않는다. 그저, 공유더러, "너도 폐기물이야"하고 말할 뿐이다.

지금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여기 대해 한 글을 보았지만, 공유의 이 말에 대해 반박한 사람은 없었다. 

"어떻게 인간을 폐기물로 보는 것이냐?"하고 말한 사람은 없었다.

공유가 사이코패스면, 이 사회도 사이코패스들로 가득하다. 

 

이정재는, 자기가 오징어게임을 멈추겠다고 다시 여기 참가한다. 

그런데, 멍청하고 줏대없고 도박 좋아하는 이정재가,

오징어게임 한번 참가했었다고 없었던 리더쉽이 생기고 현명해지는 것이 아니다. 

이정재는 상황을 주도하기는 커녕. 다른 참가자들에게 휩쓸리고 농락당하는 처지가 된다.

이정재가 하는 말은 "이 게임 하다가 너도 죽을 수 있다. 다 그만두고, 집으로 돌아가자"하는 외침이 다다.

설득력 제로다. 이정재가 이 말 안해도, 참가자들도 다 아는 말이다. 이 게임 하다가는 죽을 수 있으니,

푼돈 받아서 집에 안전하게 가자 - 누가 이걸 모르는가?

 

이정재의 내면을 보면, 

"여러분, 이 게임을 하다가는 죽을 수 있습니다. 다 함께 살아서 집에 돌아갑시다"하고 말해주면,

사람들이 "듣고 보니 그러네? 미처 그 생각은 못했군. 자, 저 사람 말대로 합시다"하길 기대했다는 것이다.

딱, 이정재스럽다.  

 

그래서, 이정재가 이 게임의 진행에 미친 영향력은 미미하다. 

역설적으로 그래서 이 드라마가 살았다. 이정재가 갑자기 미친 리더쉽을 발휘하고 미친 행동력을 발휘해서 

오징어게임에 영향을 미쳤다면, 전형적인 액션물이 되었으리라. 

하지만, 그는 곧 뒷전으로 밀린다. 사회적 폐기물들에 대한 새디스틱한 

묘사가 다시 드라마의 중심이 된다. 그래서, 오징어게임2는, 오징어게임1의 그 파워와 집중력을

얻게 되는 것이다.

 

이정재가 막판에 총을 탈취해서 게임을 조종하는 자들에게 일격을 가한다는 

설정도 사실은 이정재스러운 것이다.  

이정재의 계획(?)이라고 하는 것도, 

죽은 척하다가 게임조종자들이 총을 갖고 다가오면,

총을 탈취해서 본부를 습격하자 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허술한 계획이 어디 있나? 

조종자들이 다가온다는 보장이 어디 있나? 멀리서 확인사살만 하고 끝나면? 

설혹 총을 탈취한다고 하더라도, 적들의 수가 월등하게 많아 도저히 대적할 수 없다면?

총을 들고 방을 나가자마자, 비밀경보장치가 발동하여 독가스같은 것이 뿌려진다면?

이런 고려사항 전혀 없다. 

이정재는 늘 하던 것을 하는 것이다. 도박이다. 운에 모든 것을 건 한탕이다.

그리고, 봉기의 결과는 실패다. 당연한 일이다. 손에 총 몇자루 쥔다고, 

그것을 가지고 거대한 무장조직을 척살할 수 있을 줄 알았나? 

 

이정재는 오징어게임 속에서,

자신만의 작은 오징어게임을 한 셈이다. 

그리고, 그 속으로 사람들을 끌어들인 셈이다. 

덕분에 사람들이 살해당했다. 

이정재는 무척 억울해하지만, 

사실은 억울할 것도 없다.

오죽하면 막판에 이정재의 봉기가 다 끝나고, 악역 이병헌조차 

"너, 도대체 이게 뭐한 거냐?"하고 한심하다는 듯 말할 정도다.

 

이것이 오징어게임2의 가장 좋은 점이라고 생각한다. 

이정재의 본질은, 죽음을 눈앞에 둔 시련 앞에서도 변하지 않는 

사회적 폐기물이라는 신랄하고 상징적인 비판 말이다. 죽음에 가까운 시련도 이들을 바꿀 수 없다.

그의 정의관이라는 것은 피상적이고, 

그가 갈파하는 철학은 피상적이라서 사람들에게 설득력 제로이고, 

그러면서 무슨 대단한 것이 있다는 듯 앞장서서 리더쉽을 발휘하려고 하고, 

다른 사람들의 생명을 도박에 맡긴 허술한 계획으로 날려 버리는 

그런 사람이다. 

자기는 465억을 갖고 살면서, 

절박한 삶의 위기에 몰린 사람들에게 "이렇게 살면 안됩니다"하는 수준의 철학을 갈파하는 사람이 이정재다.

 

오징어게임의 성공은, 

이것이 그리는 세계가 사람들의 마음에 확 와닿는다는 것을 의미하리라.

왜 이것이 사람들 마음에 확 와닿아야 하는지까지는 잘 모르겠지만, 

대충 사람들의 반응을 보니 그렇게 느껴진다.

 

** 이병헌에게는, 아내가 죽을 병에 걸려 어쩔 수 없이 뇌물을 받았다가 파멸했다는 딱한 인간적인 사정이 있었다.

혹시, 관객들이 이병헌에게 공감할까 봐, 감독은 장치를 미리 깔아놓는다. 이병헌은 뇌물을 받는다는 결정을 스스로 내린 것이고, 그의 파멸은 그 결정의 책임이라는 비판을 미리미리 드라마 속에서 해놓는다. 그래서, 관객들은 혹시 있었을 지로 모를, 이병헌의 고통에 대한 공감을 아예 하지 않게 된다. 이렇게까지 자기 주제에 대해 철저하다니, 

이 감독은 세계적인 성공을 거둘 자격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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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이 사회과 출신이라서 그런지 사회에 대한 시선이 참 냉철해요.

21:37
3일 전
BillEvans 작성자
golgo
1화 주인공 공유가 이 드라마의 주제를 한 몸에 구현하는 인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공유에 열광한다는 사실이 참 흥미롭습니다.
23:04
2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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