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의 없는 전쟁: 히로시마 항쟁 (1973) 걸작. 스포일러 있음.
상당히 강렬한 캐릭터들 둘을 중심축으로 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야기도 아주 잘 짜여져 있고, 후일 홍콩느와르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을 명장면들 그리고 처절 장엄한
화면들이 영화를 가득 채운다.
1편의 주인공 히로노는 뒤로 물러앉는다. 이 영화의 주인공들은 좀 더 뒷세대의 다른 사람들이다.
히로시마 야쿠자들 중에서도 전설로 후일에 남은 야마나카 그리고
대니 드비토를 연상시키는 폭발적이고 다혈질에다가 엄청난 행동가 오토모 - 이 둘이 이 영화의 중심축이다.
둘 다 실존인물들이었을 텐데,
이 둘 모두 마치 영화 속 킬러처럼
총을 한번 들면 수많은 사람들을 추풍낙엽처럼 쓰러뜨리는 능력을 가졌다.
히로시마 야쿠자 두목의 아들인 오토모는 자기 능력을 엄청 확신하고 사람들을 하찮게 본다.
엄청난 다혈질에다가 폭발하면 사람들을 눈 하나 깜박않고 마구 죽여댈
그런 성격의 사람이다. 사이코패스다.
당시 히로시마에서는, 암시장은 오토모 일가가, 그리고 도박은 무라오카가 지배하고 있었다.
하지만, 시장경제가 발전하면서 암시장은 그냥 사양산업이다. 오토모일가에게 미래가 없다.
오토모는 무라오카를 쳐누르고 도박시장을 집어삼킬 생각을 한다.
명색이 히로시마에서 가장 큰 야쿠자인 무라오카가 가만 있을 리 없다.
오토모를 견제하기 시작한다.
오토모는 온몸에 총을 칭칭 감고 무라오카의 집에 쳐들어가서 총을 쏘아댄다.
무라오카일가가 커다란 야쿠자가문이라도,
난 데 없이 갑자기 혼자 들이닥쳐 총을 쏘아대니 그냥 속수무책
총에 맞거나 도망을 간다.
현대의 장비라고 할 수 있는 이 오토모에게 대적할 인물이 있을 것인가?
소니 치바가 무라오카일가의 집에 난입하여 총을 쏘아대는 장면도 명장면이다. 피가 튀기고 피범벅이 되는
장면도 선명하게 충격적이지만, 일본 특유의 좁은 다다미방과,
이리 뛰고 저리 뛰며 발광하는 소니 치바의 역동성이 상충작용을 일으켜 오히려 박진감을 더한다.
명장면이라고 할 만하다. 다다미를 뜯어내 어떻게든 소니 치바의 총알을 막아내려고 필사적으로
벌버둥치는 무라오카일가의 야쿠자들의 모습이 처절하기 그지 없다.
소니 치바가 오토모역할을 맡아서 엄청난 열연을 보여준다.
온몸이 다이너마이트같은 폭발력 있는 연기다. 동작 하나하나가 팽팽하고 긴장감 넘친다.
갑자기 어떤 행동을 할 지 모르고, 갑자기 눈 하나 깜박않고 킬킬 웃으면서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인물이다.
곁에만 있어도 공포스런 인물이다.
오토모 한명에게 무라오카일가가 쩔쩔 맨다.
히로시마항쟁이라고 하는 것이 바로, 오토모 vs 무라오카일가 간 싸움이다.
앞서 1편은 기승전결 식의 구성 없이 사건들을 병렬식으로 나열했던 데 반해,
이 영화는 아주 훌륭한 구성을 갖고 있다.
인중지룡들이었던 오토모 그리고 야먀나카라는 두 강렬한 인물들을 확고한 중심축으로
해서 영화가 견고하게 구축되어 있다.
오토모에 비해 야마나카는 내성적이고 사랑에 굶주린 사람이다.
야쿠자 두목 무라오카의 조카딸에게 정을 느낀다. 야마나카가 자기 자신에게 킬러로서의 소질이
있다는 것을 발견한 것도, 무라오카 패밀리에 들어온 이후의 일이다.
야마나카도 킬러로서 전설적인 능력을 갖고 있지만, 사실 그는
살인을 즐기기보다 야스코와 가정을 이루어 행복하게 사는 것이다.
정신적으로 연약하고 정에 굶주리고 순박한 사나이 야마나카가
야쿠자들에게 조종당하고 이용당하다가 파멸하고 말 것은 처음부터 자명하다.
사실에 바탕을 둔 이야기이지만, 소설을 원작으로 한 것이 아닐까 생각될 정도로
구성 전개가 탄탄하다. 소니 치바가 사람들을 죽이고 다니면서 히로시마를 피바다로 만드는
장면도 처절 끔찍 그 자체다. 한번 쏴도 죽는 것을 몇방을 쏴서 피범벅을 만들고,
심지어는 금방 죽이지도 않고 낄낄거리면서 총으로 계속 죽을 때까지 쏘아 고통을 준다.
야마나카역을 맡은 배우는 상당히 미소년 풍으로 생긴 배우인데, 어딘가 좀 연약하게 생겨서
캐릭터 분위기와 딱 맞는다. 너무 신파조로 감정적인 연기를 하는 감은 있지만, 저 유명한 여배우 카지 메이코가
감정적이면서도 깔끔한 연기로 잘 받쳐준다. 덕분에 영화가 너무 감정적으로 떨어지는 것을 막아준다.
카지 메이코와 함께 하기 위해서는, 무라오카 패밀리에 남아서 인망을 유지해야 한다.
그러자면, 킬러로서 어려운 임무를 계속 성공해야 한다. 이것이 그를 야쿠자라는 늪에 계속 묶는다.
처절한 두 캐릭터를 아주 성공적으로 그려내서, 영화가 아주 긴장감 넘치고 생기가 있다.
허술하거나 늘어지거나 뭔가 빠진 것 같은 장면이 전혀 없다. 아주 복잡한 사건들, 많은 등장인물들,
많은 장소들이 나오지만, 이렇게 완벽하다는 것은 훌륭하다.
에피소드 별로 병렬적으로 나열되어 있다기보다는, 소니 치바와 야마나카의 비극적 운명을 주욱 따라가는
식으로 되어있다.
이 영화가 가장 우수한 점은 촬영이다.
후대의 홍콩느와르가 엄청난 영향을 받았음은 분명하다.
홍콩느와르 특유의 그 푸르고 처절한 화면색채, 주인공의 처절한 몸부림을 보여주는 방식 등이 똑같다.
소니 치바는 야마나카에 의해 몰락하고, 야마나카는 보스 무라오카의 배신으로
경찰에게 쫓겨 어느 창고로 숨어들었다가 자결한다. 이 장면이
첩혈쌍웅의 마지막에 주인공이 사망하는 장면과 유사해서,
이 영화가 홍콩 느와르에 큰 영향을 미쳤음이 분명해진다. 마지막 비 오는 속에서
(비정한) 푸른 조명을 한가득 받으며 야마나카가 빗속을 달려가는 장면은 너무 멋지다.
남성적인 비장미의 절정이다.
야마나카가 흐느끼면서 자기 입 속에 권총을 넣고 방아쇠를 당기는 장면도 아주 멋지게 연출되어서
걸작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당시로서는 엄청 끔찍한 장면이었을 것 같다. 총을 입안에 넣고 쏘는 장면을 그냥 자세히 보여주니 말이다.
총을 쏘자 머리 뒤로 뇌가 확 쏟아져나오는 장면을 보여준다.
이명세감독의 인정사정 볼 것 없다의 빗속의 결투장면과 이 장면이 아주 흡사하다.
야마나카가 자기 머리에 총을 쏘는 장면은, 박찬욱감독의 올드보이에서 유지태가 자기 머리에 총을 쏘는 장면과 유사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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