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금호러 No.59] 내가 친구를 죽였어! - 고백
고백 (2024)
내가 친구를 죽였어!
눈보라 치는 산속, 두 남자의 드라마틱한 심리전이 펼쳐집니다. <고백>은 70분 정도의 짧은 이야기로 <도박 묵시룩 카이지>로 유명한 후쿠모토 노부유키와 <침묵의 함대>의 카와구치 카이지가 합작한 동명의 단편 만화가 원작입니다. 연출은 <린다린다린다>의 야마시타 노부히로이며, 원작보다 더 어둡고 잔혹한 비주얼이 특징입니다.
겨울 등산 중 조난당한 두 남자, 아사이와 지용. 폭설 속에서 지용이 다리를 다치고 쓰러집니다. 죽음의 문턱에서 지용은 오랫 세월 가슴 속에 묻어둔 충격적인 비밀을 아사이에게 고백을 합니다. 15년 전, 그들의 친구 사유리를 자신이 살해했고, 그 일로 오랫동안 죄책감에 시달렸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운명은 그들에게 또 다른 기회를 줍니다. 근처에서 발견된 산장. 살아남을 수 있다는 희망. 그러나 이 희망은 곧 악몽으로 변합니다.
자신이 곧 죽을 줄 알고 오랜 시간 품어온 비밀을 고백을 했는데, 생존의 희망이 생기면서 친구 놈이 내 비밀을 발설하면 어떡하지? 걱정하는 자… 한편으로 비밀을 밝힌 친구가 입막음을 위해서 자신을 죽일지도 모른다며 의심하는 자 사이에서 벌어지는 심리전입니다. 오랜 친구 사이지만 극한 상황에서 생겨나는 서로에 대한 의심, 자신의 무의식 속에 숨겨진 죄책감, 그리고 현실과 환상의 모호한 경계 등 다양한 심리적 요소들과 추격전이 70분의 시간을 꽉 채웁니다.
영화의 원작은 단 1권으로 완결된 단편 만화입니다. 이는 두 유명 만화가의 일종의 꿈의 콜라보로 탄생한 결과물이며, 원작에서는 두 주인공 모두 일본인인데 영화에서는 한 명을 한국인으로 변화를 주고 그 캐릭터인 지용을 양익준이 연기합니다. 이러한 설정 변경은 영화에 불안과 긴장을 불어넣는 긍정적 효과를 일으킵니다. 지용은 종종 한국어와 일본어가 뒤섞인 대사를 내뱉는데, 아사이는 한국말을 알아듣지 못해 답답해하고 불안감에 빠져드는 식이죠. 캐릭터의 국적 변경은 의외로 괜찮은 것 같습니다.
야마시타 감독은 원작의 심리 스릴러에 호러 장르의 색을 덧칠합니다. 양익준이 연기한 지용 캐릭터는 마치 <샤이닝>의 잭 니콜슨을 연상시키는 광기를 보여주곤 하는데, 특히 문을 부수려는 도끼질은 영락없는 잭의 모습입니다. 양익준은 때론 차갑게 때론 폭발하는 감정의 뜨거운 열기를 발산하는데, 굉장히 인상적인 연기로 극의 긴장감을 끌어올리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특히 자신의 다리를 칼로 푹푹 찌르면서, 아무 느낌이 없어! 라며 중얼거리는 모습은 으스스합니다.
<고백>은 좁은 산장에서 펼쳐지는 두 남자의 심리전으로 시작해, 폭력이 난무하는 추격전으로 변화합니다. 제한적인 공간을 최대한 활용한 사건은 이쿠타 토마와 양익준 두 배우의 대비되는 연기, 고백으로 시작된 심리전이 초래하는 뜻밖의 반전으로 이야기에 빠져 들게 합니다. 그리고 후반부 중요한 상황 변화는 원작에는 없는 설정인데 아사이의 복잡한 내면을 시각적으로 풀어낸 것으로,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있을 것도 같군요.
영화의 아쉬운 점은 우선 주 무대인 산장의 이상한 구조입니다. 2층짜리 목조 건물인데, 2층 바닥에 문이 있고, 거기를 통해 물건들을 보관하는 창고 같은 곳으로 내려갈 수 있습니다. 1층에 별도의 문이 있고, 많이 둘러서 가야할 거리도 아닌데 굳이 사다리를 통해 아래로 내려가야 할까? 의문이 들죠. 이 구조는 긴 추격전을 위한 편리한 선택이었던 것 같습니다. 아사이와 지용의 추격전은 1층과 2층을 반복적으로 오가며 진행되는데, 그걸 위해 2층 문이 따로 필요했던 거죠.
문제는 이 추격전이 오르락내리락 단조로운 패턴으로 반복이 되면서 긴장감을 갉아먹는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다리를 심하게 다친 지용이 계속 1, 2층을 오가는 모습에서 저래도 괜찮은가? 라는 물음표를 떠올리게 하며 몰입을 방해합니다. 후반에 나름의 이유를 제시하지만 석연치 않습니다. <고백>은 배경 자체가 제한적인 공간이어서 다양한 상황을 연출하기 어려웠겠지만, 좀 더 창의적인 추격전을 연출했더라면 영화의 박진감이 훨씬 더 잘 살아났을 겁니다.
<고백>은 인간의 내면에 숨겨진 어두운 면을 고립된 산장에 갇힌 두 남자를 통해 들여다보는 작품입니다. 흔히 하는 말로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의 마음이 다른 것처럼, 극한 상황에서 벗어나 생존의 빛이 보일 때 달라지는 인간의 양면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죠. 배우들의 좋은 연기와 서서히 긴장을 끌어올리는 심리전, 내면의 죄책감을 시각적으로 풀어낸 상황들은 꽤 매력적입니다. 아사이와 지용, 각각의 캐릭터에 감정 이입을 하며 영화를 본다면 더 흥미로울 것입니다.
다크맨
추천인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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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도 기대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