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커2가 폭망한 이유에 대한 고찰(스포)
조커2는 혹평리뷰 쓰는것도 아까운 쓰레기영화라고 평가하기에, 영화 자체에 대한 리뷰는 건너뛰고 왜 영화가 이 지경이 됐는지에 대한 고찰이나 해보려 합니다.
1.애초에 조커1은 토드필립스의 진짜 역량을 훨씬 넘어선 원히트원더, 뽀록성 히트였다.
조커1, 걸작입니다. 그런데 이 조커1은 비유하자면 '유희열식 작곡법'으로 만들어진 걸작에 가깝습니다. 애초에 이 영화는 스콜세지 감독, 드니로 주연의 두 영화, <택시드라이버>와 <코미디의 왕>이라는 두 영화와 DC코믹스의 <조커>라는 캐릭터를 교묘하게 3단합체 시킨, 표절과 오마쥬의 경계선에 한없이 가까운 작품이었죠.
물론 그 3단합체가 무리없이 성공하였고, 거기에 피닉스의 미친 연기와 손색없는 영상미와 영화음악이 덧붙여지고, 감독 본인은 택시드라이버와 코미디의 왕에서 영감을 얻고 오마쥬했음을 직접 자진납세하며 밝히고, 그 두 영화의 주인공인 로버트 드니로를 핵심조연으로 섭외하면서 표절시비를 원천차단했습니다. 덕분에 두 영화의 감독인 스콜세지에게도 찬사를 들었지요.(아마 두 영화를 모티브로 삼았음을 미리 자백하지않고 드니로를 캐스팅하지 않았다면 스콜세지감독이 가만히 있었을까요?)
문제는 조커1의 기반이 된 택시드라이버, 코미디의 왕에겐 속편이 존재하지 않는다는겁니다. 1편에서 핵심적으로 참고한 두 레퍼런스영화가 없이 2편을 만드니 여기서 이제 토드필립스의 진짜실력이 뽀록나게 된 것이죠.
2.조커1편에 대한 평론가들의 비판과 우려, 그리고 조커1편이 미국사회에 끼친 영향은 과소평가할수 없는 일이었음.
조커1편이 나왔을 당시 미국의 PC주의 평론가들 사이에서 이 영화가 '인셀'의 범죄행위를 미화하거나 옹호할 소지가 있다는 비평이 많이 나왔습니다. 토드필립스가 조커1편을 만들고 가장 곤혹스러워했을 부분이죠. 흥행도 10억달러 찍고 성공, 영화제에서도 수상, 흥행과 비평 다 잡았는데 '범죄를 조장한다'라는 비평은 토드필립스에게 있어서 상당히 뼈아픈 부분이었을 겁니다. 왜냐하면 그런 부분들이 기우에 불과한 것이 전혀 아니었기 때문이죠.
당장 2012년 다크나이트라이즈 개봉 당일날엔 조커분장을 한 왠 미친놈이 극장안에서 총기난사를 해서 수십명이 사망하는 사태가 있었습니다. 가까운 나라 일본에서도 조커복장을 한 미친놈이 지하철에서 사람을 죽인 일이 발생했구요. 공교롭게도 우연인지 필연인지 조커가 개봉한 2019년 10월과 그리 멀지않은 시점이었던 2020년 5월에는 21세기 이후 미국에서 가장 큰 규모의 시위 혹은 폭동인 조지플로이드 사망사건 항의시위사태가 발생합니다.
토드필립스 입장에선 조커1편때 받았던 비평의 무게감이 점점 커지는 사건들이었죠. 총기소지자유가 없는 한국인 입장에선 온전히 이해하긴 힘들 부담감일겁니다.(요즘 급격히 증가한 정신병자 혹은 성격장애 범죄자들의 묻지마살인사건들을 보고 조금 이해도가 높아졌으려나요?)
1번에서 언급한 토드필립스의 진짜실력의 실체가 조커2의 만듦새에 핵심적인 원인이라면, 2번은 조커2의 노선과 결말에 핵심적인 영향을 끼친 요인일 겁니다. 만약 2번이 아니었다면 토드필립스는 아캄어사일럼에 갇힌 조커가 그곳에서 할리퀸을 만나 서로 광기의 시너지를 일으킨 후에 조커1의 결말에서 이제 막 탄생과 발아를 시작한 '조커 1.0'에서 배트맨의 숙적이 될 정도로 무자비하고 강력하고 혼돈 그 자체에 가까운 '조커 2.0'으로 업그레이드되어 아캄어사일럼에서 탈옥에 성공하고 우리가 DC코믹스나 영화에서 보았던 그 '조커'로서의 활동을 마침내 시작하게 된다는 왕도적인 속편노선으로 나아갔을 겁니다. 예고편에도 마치 조커2가 그런 영화인 것처럼 포장하고 있으니까요.
3.조커1의 영광을 재현해낼 실력도, 왕도적인 조커2의 노선을 밀고나갈 용기도 없던 토드필립스의 마지막선택:메타픽션화
1편과 달리 택시드라이버와 코미디의 킹같은 훌륭한 레퍼런스영화 없이 만들어야하는 난관(유희열 보고 너 다른 노래 우라까이하지말고 작곡해봐라는 미션을 던진 상황)과 조커가 1편에서보다 더 흉악하고 파괴적인 빌런으로 한 단계 더 각성하는 왕도적 속편을 제작할수도 없는 이중의 난관에 봉착한 토드필립스가 도피한 곳은 바로 게임 '라스트오브어스2'에서 제작자 닐드럭만이 선택한 바로 그 지점과 동일했습니다. 바로 '자신이 만들고 엄청난 성공을 거둔 1편에 대한 자기부정+메타픽션화'였죠.
조커2의 핵심결말과 메세지는 이겁니다. '아서플렉은 조커가 아니고 그냥 한 불쌍하고 가련한 우리 주변의 소외된 이웃이었다.' 그리고 영화의 내용과 결말은 자신이 조커임을 부정한 아서플렉이 자신을 추종하던 지지자들과 할리퀸에게 처절하게 버림받고 살해당하는 내용이죠. 어, 그런데 이거 뭔가 제4의 벽을 넘어선 느낌이 드네요? 네, '조커가 아닌 또는 조커임을 부정한 아서플렉'의 초라한 모습을 보고 침을 뱉고 저주하며 등을 돌려 나가는 영화속 인물들의 모습과 조커2를 보고나서 혹평을 쏟아내는 관람객들의 모습이 너무나 유사합니다.
아직 미국에서 개봉이 안됐기에 잠잠합니다만, 미국에서 개봉된 이후에 조커1편만큼은 아니겠지만 꽤 시끄러워질겁니다. 라스트오브어스2때도 그랬거든요. 제가 보기에 이동진 평론가는 이 '메타픽션구조'를 간파한듯 보입니다. 이동진평론가의 조커2에 대한 간단평을 보니 확실해보이네요. 아마 시네마톡이나 조커2에 대한 긴 리뷰를 통해 이동진평론가도 메타픽션화에 대한 언급을 할 걸로 예상됩니다.
개인적으론 토드필립스감독, 앞으로 처신 잘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만약에 조커2 미국 개봉 이후 '라스트오브어스'의 닐드럭만처럼 조커2를 보고나서 실망한 관람객들에게 '니들이 느끼는 실망감은 내가 애초에 의도한 것들이다' 식의 소비자를 모독하는 대처를 한다면 닐드럭만과는 다르게 진짜로 백주대로에서 총맞아 죽을지도 모르는게 미국사회거든요. '라스트오브어스'의 팬덤과 '조커' 혹은 'DC코믹스' 팬덤은 그 규모와 강도, 역사면에서 비교가 안됩니다. 진짜로 영화 하나 잘못 만들어서 감독이 총 맞아 죽을수 있는게 지금의 '조커2'사태라고 봅니다.
평론가들은 조커2가 메타픽션이라고 지적하더라도 토드필립스 본인은 끝까지 그걸 부정하는게 본인 생명 오래 부지하는 길일텐데, 토드필립스의 에고가 닐드럭만의 그것과 비교해서 어떨런지는 앞으로 지켜봐야하겠네요.
추천인 11
댓글 5
댓글 쓰기정치,종교 관련 언급 절대 금지입니다
상대방의 의견에 반박, 비아냥, 조롱 금지입니다
영화는 개인의 취향이니, 상대방의 취향을 존중하세요
자세한 익무 규칙은 여길 클릭하세요
미국이 아직 개봉 전인데.. 어떤 반응 나올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