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ay We Were (1973) 격동의 역사를 관통하는 부부의 이야기. 걸작. 스포일러 있음.
바바라 스트라이샌드가 부른 주제가 the way we were 가 유명한 영화다. 하지만, 영화 자체도 걸작이다.
굉장히 깊이 있는 멜로드라마라고 부를 수 있는데,
서로 만나고 설레이고 하는 연애보다는
부부가 되어 함께 격동의 역사를 관통하여 나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로미오와 줄리엣같은 사랑이야기도 좋지만,
오래 함께 하여 서로를 속속들이 이해하는 부부가 역사의 격변기와 요동치는 사회를
함께 살아내는 것이 참 마음 따스하다.
바바라 스타라이샌드와 로버트 레드포드가 대학생 때 만나서 헤어지고
또 오랜 시간이 흘러 만나서 결국 결혼한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사회주의자로 자본가와 권력자들을 비판해 온 바바라 스트라이샌드와
부잣집에서 태어나 늘 이지고잉에 선량한 미남 로버트 레드포드는 생각하는 바와 인생에 대한 철학이 다르다.
부잣집에서 태어나 안락한 인생이 보장된 것이 충분하지 않다는 듯, 로버트 레드포드는 글쓰기의 천재다.
헐리우드로 가서 각본가가 되어 성공한다. 그는, 누구 기분 상하게 하지 않고, 안락하게 행복한 삶을 살고 싶어한다.
바바라 스트라이샌드와 로버트 레드포드는 이보다 더 할 수 없이 서로 다른 사람들이다.
하지만, 둘은 진정으로 사랑한다. 서로 떨어져 살기 힘들 정도로 사랑한다.
서로 사랑한다고 해서 부부가 함께 한방향을 보는 것은 아니다.
사랑하기에 이 부부는 서로 다른 철학, 서로 다른 삶의 방식을 가정 내에 공존시키려고 하였다.
하지만 역사의 격변기는 이 부부에게 그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매카시즘이 헐리우드에 불어닥치고, 바바라 스트라이샌드의 사회주의운동에 불똥이 튄다.
로버트 레드포드는 얌전하고 안락하게 자기 재능을 맘껏 펼쳐서 성공적인 삶을 살고 싶다.
하지만, 사회주의운동으로 조리돌림 당하며 비난받은 아내를 그냥 두고 볼 수는 없다.
덕분에 그는 헐리우드에서 블랙 리스트에 오른다.
바바라 스트라이샌드는 로버트 레드포드가 자기때문에 괴로움을 당하는 것을 보며 괴로워한다.
로버트 레드포드는 그녀더러, 사회주의운동 그만두고 남들처럼 우리도 그냥 행복하게 살면 안되냐고 한다.
바바라 스트라이샌드는 그럴 수 없다. 아무리 서로 사랑하더라도,
그들은 가는 길이 다르다. 그들은 이혼한다.
이 두 부부의 수십년에 걸친 사랑이야기가 이 영화의 줄거리다.
뜨거운 사랑이야기는 아니지만, 서로의 영혼을 들여다보는 깊이 있고 성숙한 사람들의 사랑이야기다.
사랑한다고 해서 다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고, 사랑한다고 해서 늘 같은 방향을 함께 걸어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서로 다른 방향으로 걸어간다고 해서, 그 사랑이 잊혀지거나 옅어지지는 않는다.
아무리 오랜 세월이 흘러도, 그것은 영혼 한가운데에 있다.
오렌 시간이 흐른 뒤, 로버트 레드포드는 각본일을 하러 브로드웨이를 방문한다.
그런데, 길거리에서 전단지를 뿌리며 소리치고 있는 바바라 스트라이샌드를 본다.
둘은 참으로 오랜만에 만났다. 하지만 그렇게 오랜 세월이 흘렀어도 서로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다.
둘 모두 바뀌지 않았다.
하지만, 바바라 스트라이샌드나 로버트 레드포드나 멈추어서서 서로를 바라보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들은 아주 잠깐 스치듯 인사를 나누고 헤어진다. 그냥 서로 눈빛만 애절할 뿐이다.
각자 자기들이 걸어가야 할 인생행로가 있으니까, 이제 둘 사이에 접점이 발생할 일은 없을 것이다.
로버트 레드포드가 사라지자, 바바라 스트라이샌드는 다시 전단지를 뿌리며 소리친다.
멜로 드라마는 많지만, 이 영화는 아주 특별하다. 역사의 격변기를 함께 살아내는 부부의 사랑이야기가 소재다.
성숙하고 깊이 있고 현명한 두 사람이 서로를 사랑하는 이야기다.
각본이나 연출이나 모두 훌륭하다. 바바라 스트라이샌드와 로버트 레드포드의 연기는 대가급이다.
사회고발적이고 예리한 힘이 있지만, 동시에 아주 로맨틱하고 노스텔지어가 넘치는 아련함이 있다.
이 영화는 아주 짙은 로맨티시즘으로 가득 차 있다. 하지만, 우리가 보통 보는
싱싱하고 푸른 빛으로 뻗어오르는 그런 로맨티시즘이 아니다. 그런 것들이 다 지나고 난 후,
뜨거움이 아주 안정적인 따스함으로 변하고 난 후, 빛나던 과거를 회상했을 때 떠오를 수 있는 로맨티시즘이다.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 바바라 스트라이샌드와 로버트 레드포드가
짧게 재회하는 장면은 잊을 수 없는 감동을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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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시대에도 관통하는 주제...
주제가는 불멸의 명곡이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