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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호마쓰의 일생 (1958) 도시로 미후네의 열연. 히데코 다카미네의 우아한 연기. 스포일러 있음.

BillEva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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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이테리언으로 리매스터링도 되고, IMDB 평점 7.6,

거기에다가 일본 어느 지역에 가면 동상까지 있을 정도의 영화니, 

대성공을 거두고 훌륭한 영화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도시로 미후네로서도 회심의 연기를 보여주었다.

강렬하면서도 섬세하고 페이소스 넘치는 연기다.

터미네이터 하다가 코메디, 로미오와 쥴리엣을 넘나든다는 것이다.

이것을 훌륭하게 해내는 배우가 몇이나 될까?   

히데코 다카미네는 나이가 몇이나 되었다고, 연기의 달인이자 우아한 연기를 보여준다. 

그 나이에 벌써 24개의 눈동자와 부운 등 영화사에 길이 남을 영화에 출연했던 대배우였다.

이 영화도 이미 걸작 예약이나 다름 없다.  

 

하지만, 영화의 줄거리가 순애보다.

그것도 자기가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평생 한 마디 말도 못하고 

그녀 주변에 머물며 도와주다가 죽고 만다는 것이다.

이미 아웃데이티드된 영화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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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얼마나 설득력이 있을 지 모르겠다. 오늘날에도 이런 사랑이 없으리란 법은 없다.

하지만, 문제는, 관객들이 이런 사랑을 얼마나 아름답게 보아주느냐 하는 것이다.

영화적 감동은 여기에서 오는 것이니까.

 

영화적 완성도는 턱없이 못미치지만, 우리나라에서도 1980년대 

지옥의 링이라는 영화가 있었다.

이현세 만화가 원작인데,

고아인 까치 오혜성은 고아원 동기 엄지가 어느 집에 입양을 가 쫄딱 망했다는 소식을 듣는다.

오혜성은 고아원에서 졸업해서 청과상을 시작한다. 악착같이 돈을 모아서 몇년만에 자기 가게를 하나 갖는다. 

사회에서 보면 별 거 아니지만, 그 시장에서는 놀라운 업적이다. 오혜성은 이제 돈을 그만 벌고, 

자기 행복과 남에게 베풀면서 살겠다고 선언한다. 시장사람들은 오혜성을 사랑했고 그의 앞길을 축복한다.

그런데, 오혜성이 가난에 시달리고 있을 엄지를 찾아가자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엄지는 가난한 처녀가 아니라, 굉장한 부잣집 딸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고아원이 창피해서 

소식을 끊으려고 거짓말을 했던 것이다. 엄지는 오혜성을 부끄러워 하고 가라고 한다. 

엄지는 엄지대로 자기보다 더 더 부자 - 그러니까 재벌가에 시집가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었다. 

만족을 알던 오혜성과 만족을 모르고 더 더 올라가기만 바라던 엄지 - 

오혜성은 엄지 주변을 맴돌며 마음을 돌려보려 애쓰지만, 엄지는 차갑다. 

엄지는 오혜성더러 자기와 어울리는 사회적 신분을 만들어 오라고 한다.

시골 청과상 주인인 오혜성이 어떻게 갑자기 상류층 신분을 얻는가? 당시에는 딱 하나밖에 없었다.

권투 세계챔피언이다. 젊은 오혜성이 늦게 권투를 시작한다는 것도 그렇거니와,

그는 권투선수가 되기에는 나쁘다는 나쁜 조건은 한 몸에 갖고 있다. 하지만, 딱 하나 강점이 있다.

맷집이 놀라운 것이다. 아무리 강펀치라도 그는 견뎌낼 수 있다. 그는 이 맷집 하나로 우리나라 챔피언까지 오른다.

사회 유명인사가 되고, 엄지와 만나도 부끄럽지 않을 신분이 된다. 

하지만, 세계챔피언이 되기 위해 경기를 치르다가 결국 좌절하고 만다.

맷집으로 버텨 보지만, 세계 챔피언이 너무 강해서 결국 오혜성의 맷집조차도 파괴해 버릴 정도였다.

그는 죽어간다. 엄지는 그가 죽어가는 머리맡에 가서 단 둘이 있는다.

오혜성은 죽어가면서 고백하는데, 그는 다른 능력처럼 맷집도 형편없었다. 

그는 권투 링이 꼭 지옥 같았다. 정말 올라가기 무서웠다. 올라가서 맞을 때는 몸이 깨질 듯 아팠다.

엄지가 울면서, 그런 주제에 왜 권투를 한다고 설쳤냐고 소리치자, 

오혜성은 아무 말 없이 눈을 감는다. 

1980년대에 사람들을 감동시켰던 드라마이지만, 오늘날 관객들에게 그만큼 감동을 줄까?

그것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잘 만든 영화는 관객들에게 시대를 투명하게 드러내 보여준다.

좋은 영화를 통해서 시대를 들여다볼 수 있다. 오혜성의 질주와 좌절과 패배는, 1980년대 사람들이 

공감했고 공유했던 정신이었다. 

 

무호마쓰의 일생이라는 이 영화도 비슷한 것 같다. 

 

무호마쓰는 인력거꾼이다. 사회 밑바닥이다. 그는 동네에서 유명한 난폭한 깡패이자 도박꾼이다. 

수십명이 그에게 덤벼도 안된다. 

하지만 악당은 아니다. 자기 이익을 위해 남을 해친다거나 하지는 않는다.

아니, 그런 생각은 꿈에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솔직하고 투박하고 거침 없고. 

어느 여인을 짝사랑해서 평생 고백 못하고 그 여인 주변을 맴돌다가 비참하게 죽을 사람이라고는 전혀

생각되지 않는다. 아마 그 자신도 그러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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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어느날 나무에서 떨어져 발목이 삔 아이를 집에 업어다 주면서,

그의 인생에 전기가 발생한다.

아이의 집은 군국주의시대 장교의 집이다. 무호마쓰와는 신분 차이가 크다.

하지만, 아이의 아버지인 장교나 그의 아내 히데코 다카미네는 무호마쓰에게 격의없이 대해준다. 

장교가 젊은 나이에 어이없이 죽자, 무호마쓰는 그의 집에 드나들며 히데코 다카미네와 아이를 

성심을 다해 돕는다. 

 

영화 대부분은, 무호마쓰가 순애보를 바치면서 느끼는 행복이다. 

그가 짝사랑을 하면서 번민하고 고뇌하고 괴로워했다면 영화도 보기 괴로웠을 것이다. 

하지만, 무호마쓰는 행복하다. 히데코 다카미네는 귀부인으로 우아하고 정숙해서,

무호마쓰가 감히 넘볼 생각은 하지도 못한다. 

히데코 다카미네와 아이들은 모두 깊이 무호마쓰를 믿고 의지하고 사랑해준다. 

이렇게 그들 간에 주고받는 순결하고 순수한 사랑이 수십년 지나가고, 히데코 다카미네도 무호마쓰도

늙는다. 이들은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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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호마쓰 캐릭터가 상징하는 사람은 누굴까?

그는 일본 군국주의가 한창인 시기 일본을 관통하여 살아간 사람이다.

정숙하고 우아한 여주인공 히데코 다카미네의 남편은 군국주의시대 군인이다. 

무호마쓰는 히데코 다카미네와 남편에게 감동하여,

그들을 돌봐주며 짝사랑을 평생 하며 자기를 희생한 민중이다.

이 순애보 속에는 당시 한창일 군국주의의 흔적도 민중의 고생도 없다.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이 영화는 일본이 평화로웠던 시기를 그린 작품이라고 할 정도다. 

 

그냥 현실과 유리된 순애보인가? 그렇다면 일본 민중들이 이 캐릭터를 그렇게 사랑했던

이유를 알 수 없다.  

 

어쨌거나, 이 지극히 일본적인 멜로드라마를 나는 이해할 수 없다. 

지금 일본인이 1980년대 지옥의 링을 보고 이해할 수 없는 것처럼.

 

히데코 다카미네의 아이는 다 자라 어른이 되고, 자기를 마치 아이처럼 부르는 무호마쓰를

창피하게 생각하기 시작한다. 

무호마쓰는 행복했던 세 사람의 시간이 끝나감을 깨닫는다. 

그는 마지막으로 히데코 다카미네에게 찾아가 사랑을 고백한다. 

그리고, 뛰쳐나간다. 그는 술에 취해 눈 내리는 속을 방황하다가 

히데코 다카미네의 아이를 처음 만났던 초등학교 부근에서 누워

잠들다가 얼어 죽는다.

히데코 다카미네는 무호마쓰를 회상하며 눈물을 짓는다. 

무호마쓰는 히데코 다카미네가 주었던 돈은 한푼도 쓰지 않고 잘 모아놓고

더군다나 자기가 번 돈도 쓰지 않고 그들을 위해 저금해 두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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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현재의 일본사람들도 이 영화 속 무호마쓰의 사랑을 잘 이해하지 못하지 않을까?

나는 이 잘 만든 영화를 보고 감동했던가? 별로 그렇지 못했다. 

무호마쓰의 사랑이 당대에 왜 그렇게 인기를 끌고 공감을 얻었는지

생각해 보면 참 재미있는 질문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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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상건
  • Sonatine
    Sonatine
  • golgo
    gol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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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image 1등

저 시절 일본 영화의 연기톤이 한국인들에겐 오히려 더 자연스러운 것 같습니다. 저때가 더 감정 표현이 직설적이라고 할지..

19:02
6일 전
BillEvans 작성자
golgo
묵직 장중 직설적입니다. 일본영화사의 긴 흐름을 보면, 잔잔한 힐링스타일 영화는 오히려 일본영화스타일이 아니죠.
20:12
6일 전
profile image 3등
이때의 일본영화가 최고전성기였죠
정말 걸작들이 많았습니다
21:12
6일 전
profile image
이건 좀 딴 예긴 데 ......
중간에 나온 지옥의 링 이야기에 더 몰입되었네요.^^
15:00
6일 전
BillEvans 작성자
슈피겔
쟝르 불문 1980년대 최고의 사랑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1980년대 정신세계를 그대로 보여줍니다.
20:13
5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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