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랩 - 간단 후기(약 스포)
엊그제가 개봉일인데, 개봉관이 처참하더군요. 이 표현이 맞을는지 모르겠으나, 개봉일 밤에 "겨우" 봤습니다. 한산하더군요. 일단 현재는 <베테랑2>가 거의 다 먹어서. 그만큼 기대작이 아니라는 뜻이겠지요. M.나이트 샤말란의 처지를 확인한 것 같기도 해서. 뭐 개봉 사담은 이쯤 하고.
아마도 저처럼, 나이트 샤말란의 영화가 개봉하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보시는 분들 있을 겁니다. 그렇다고 딱히 그의 빅팬이라고 말하기는 애매한데 이상하게 챙겨보는 심리는 참 저도 뭐라 말하기 어렵네요. 여하튼 이번에도 개봉일 사수를 했습니다. 트랩.
제법이나 오랜만에 샤말란의 영화에서 패기가 느껴졌습니다. 초반에서 중반으로 넘어가는, '덫'이라는 설정에서입니다. 콘서트장에 연쇄살인범이 잠입해 있을 거라는 첩보를 가진 FBI가 그를 잡기 위해 콘서트 전체를 덫으로 활용합니다. 여기에 연결고리 역할로 콘서트를 여는 가수 레이디 레이븐이 등장합니다. 레이븐으로 인해 영화는 전반과 후반으로 나뉘는데 제가 '패기'라고 표현했던 부분이 후반에서 완연하게 바뀌어 마치 가족 인질극 같은 형태가 되고 맙니다. 그러며 영화는 무리수를 남발하며 패기 넘치는 설정을 제대로 활용하지도 못한 채 용두사미의 전형적인 잘못 만든 샤말란 영화로 끝을 맺네요.
네, 바로 샤말란 영화라고 칭하면 이렇게 용두사미형의 전형적인 잘못 만든 영화와 함께 <식스 센스>나 <23아이덴티티> 같은 잘 만든 샤말란 영화로 나뉘곤 합니다. 더불어 샤말란이 블록버스터에 어울리지 않는 감독이라는 사실 역시 그 스스로 증명하고 말았죠. 작가주의적 성향이 짙다고 좋게 표현할 수 있겠으나 거대한 프로젝트에 이 작가주의적 성향이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는 게 지난 발자욱에서 너무나 또렷하게 족적을 남겨두고 말았습니다.
영화 <트랩>은 도입부에서 잘 나가던 시기 브라이언 드 팔마의 마지막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 <스네이크 아이>를 연상시키기도 합니다. 커다란 콘서트장이라는 배경과 여기에 잠입한 연쇄살인마를 잡으려는 FBI라는 설정이 상당히 멋진 영화가 탄생할 거라는 예상을 하게끔 유도하거든요. 그러나 나이트 샤말란은 자신의 이름이 무색하게도 배경도 또 설정도 어느 하나 영리하게 써먹지 못하는 그야말로 최악의 영화적 진행을 해버립니다. 레이디 레이븐, 즉 나이트 샤말란의 친딸이 분한 역할을 키우기 위함이었는지는 모르겠으나 그녀가 콘서트장을 벗어나며 영화도 궤도를 완전히 이탈해 버리거든요. 오로지 콘서트장 내에서 쫓고 쫓기고 잡으려 하고 벗어나는 상황만으로 연출했어도 성공은 하지 않았을까.
결과적으로 연쇄살인마로 쿠퍼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지도 못했으며, 오히려 허우적거리는 바보같은 연쇄살인마를 FBI가 대단하다고 칭하는 모습만 관객이 보게끔 해버리고 말았죠. 더해서 프로파일러였던 닥터 그랜트 역시 특장점을 잃으며 캐릭터들 대부분이 산화하고 말았습니다. <트랩>을 놓도록 만든 작은 반전이 등장하지만 그것 역시 그렇게 언급할 만한 게 아니어서 무엇 때문일까, 왜 이 영화가 이렇게 무너지나, 하고 대유해 보니 영화 속 쿠퍼나 영화 바깥 샤말란이나 결국 딸 때문은 아니었을까. 그놈의 콘서트가 뭔지!!!
(기분 좋게 확 달아올랐던 감정이 점점 다운되는 걸 체감할 수 있는 영화였습니다. 정말 특이합니다!)
대단한 용두사미로 끝나버린 나이트 샤말란의 16번째 연출작!
추천인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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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랩은 감독의 딸 사랑이 지나쳤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