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 수채화 (1990) 30여년 전 건축학개론. 스포일러 있음.
30여년 전 러브레터 혹은 건축학개론이다.
첫사랑의 아련함을 가슴 시리게 그린 영화랄까.
줄거리야 간단하다. 과수원집에 양자로 들어간 강석현이 그집 딸 옥소리와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양아버지 신성일이 용납할 수 없다. 어쨌든 남매 아닌가?
그리고, 신성일은 강석현이 신학교에 들어가 목사가 되어주었으면 하고 바란다.
강석현은 일단 양아버지 기대대로 신학교에 들어가지만, 호스테스 경애가 강석현에게 목을 맨다.
강석현은 양아버지 반대때문에 옥소리와 관계 진전이 어렵게 되자, 신학교를 뛰쳐나와 술집에서 종업원을 한다.
옥소리에게 아버지와 주변사람들이 대놓고 가스라이팅을 하면서 죄의식을 주입시키려 한다.
결국 정신병원에 입원을 하게 된다. 둘의 관계는 서로 간절하게 사랑함에도 불구하고 평행선을 긋는다.
이런 내용이다. 결말까지 다 이야기할 필요는 없고.
순정만화 내용에 딱 맞는 내용이다.
엽기적인 그녀, 클래식 등의 고전을 감독한 곽재용감독의 젊었을 적 작품이다.
소녀만화 취향에 약간 오그라드는 내용이 개성인 감독이다. 오그라들지만, 또 로맨틱한 분위기는
그럴 듯하게 낼 줄 알기 때문에 관객들이 보고 감동을 받기도 한다.
이 영화가 왜 그렇게 성공했는지 지금 보면 잘 이해가 안 갈 수 있다.
강석현의 어깨에 힘을 잔뜩 준 중이병적인 연기나
옥소리의 좀 덜익은 연기 등도 문제다.
하지만, 영화 장면이라기보다 이쁜 엽서그림같은 감성적이고 심금을 울리는 화면들, 반항적인 강석현과
조용하고 청초하지만 속에 불길을 갖고 있는 소녀 옥소리의 화학작용이 가져오는 젊고 싱그러운 드라마,
불세출의 영화음악이 합쳐져서 좋은 영화가 나왔다.
당장, 소녀적이고 센티멘털한 감성으로 엽서그림같은 이쁜 영상에, 서정적인 명곡에,
제임스 딘과 수지가 등장하는 젊고 싱그러운 영화 - 가 있는지 한번 생각해 보라. 이 영화 말고는 없다.
옥소리는 나중에 안 좋게 풀렸지만, 이 영화에서는 청초하고 아름다운 첫사랑의 소녀를 연기한다.
역대급 미모다. 청초하고 아름답고 사려 깊다. 관객들은 이 영화를 보며, 저런 소녀라면 목숨을 걸어도 좋겠다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제3자인 관객들도 그러는데, 당사자인 강석현은 오죽하겠는가?
이런 종류의 영화는 명작으로 거장급으로 완성도 높은 것을 낼 필요 없다.
마음의 행로같은 영화를 만들어내면야 좋겠지만, 그거야 100년에 한번 나올 작품이고......
반항적인 강석현 그리고 아름다운 옥소리, 그리고 둘 간 안타깝고 애틋한 사랑만 느끼게 할 수 있다면 충분하다.
곽재용감독은 이 센티멘탈하고 어수선한 영화에서 이것을 해낸다.
과수원에서 옥소리가 걸어가는데 누가 천천히 쫓아온다. 그 사람의 시점에서 보기 때문에
옥소리가 사과나무꽃더미에 묻혔다가 드러났다가 한다. 사과나무꽃 향기가 맡겨질 것 같은 이쁘고 감성적인 화면이다. 옥소리는 절세미녀에 청초한 소녀다. 그녀도 이 사람을 발견한다.
안타깝고 괴로운 표정을 짓는다. 지금까지는 그 남자의 시점에서 옥소리가 보여졌는데,
이제 남자가 보인다. 강석현이다. 그는 아무 표정도 짓지 않는다. 하지만 그의 눈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도 속으로는
굉장히 떨리고 괴로워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지는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배경음악. 러브레터음악 안 부럽다.
-> 이런 화면들이 다수 등장하는 것이 이 영화의 장점이다.
보는 관객들, 특히 남자들의 심금을 울리는 뭔가가 있다. 젊고 청순한 전성기의 옥소리를 보고 이런 것을 안 느끼기가 오히려 더 여려우리라.
하지만, 나머지는 유아틱한 대사, 유아틱하고 혼돈스런 설정들로 채워진다.
아마 이 정도 이야기하면 이 영화가 어떤 영화인지 감이 오리라.
대부분의 어리석은 장면들을 견디면 가끔씩 옥소리와 강석현의 감동적이고 아름다운 사랑이 펼쳐진다.
그리고, 훌륭한 영화음악까지. 영화를 다 보고나면, 그래도 로맨틱하고 아름다운 경험을 했다 하고
영화 전반적인 평가를 하게 된다. 이 정도면 됐지 않은가?
강인권, 김현식, 권인하의 비 오는 날의 수채화가 가장 유명하지만, 김현식의 그 거리 그 벤치,
신형원의 커피향 가득한 거리, 권인하의 오래 전에 등
명곡들이 가득하다. 영화 개봉 시부터, 영화보다 음악이 더 유명했다.
신형원이 "마지막 가을비는 우산없이 혼자 맞고 싶어요/10월의 후회를 잊고 싶으니까요"하고 노래 부를 때,
미안하지만 신형원 얼굴은 안 떠오른다. 가을비를 우산 없이 맞고 싶어하는 소녀 옥소리의 애절한 얼굴만 떠오른다.
결국, 음악도 영화의 그 아우라의 덕을 본 것이다. 지금에야 이런 것들이 잊혀지고 사라졌지만 말이다.
이 영화에서 강석현의 친구역으로 조연으로 나와 인기를 얻은 배우가 바로 이경영이다.
배우 이경영의 시작이다. 젊고 뺀질거리지만 친구를 도와주는 사려깊고 의리있는 친구 - 이런 이미지로 시작했다.
결국 이 영화에 나온 배우들 중 가장 성공한 배우가 되었다. (조연으로 아들을 응원하러 나온 강석현의 아버지 - 신성일만 빼고.)
추천인 6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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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소리에 빠졌던....
지금은 불륜녀지만..ㅠㅠ
지금은 만들수 없는 스타일이어서.. 더 아련하게 느껴지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