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리언 로물루스 (2024) 하이틴 에이리언 무비. 스포일러 있음.

 

에이리언 1은 다른 에이리언 무비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그 이유는, 그것이 악몽이기 때문이다.

HR Giger는 원래 악몽을 그린 화가다. 아래 그림은, 기거가 본 악몽이다. 외계 괴물을 그린 것이 아니다. 저 길다란 에이리언 머리는 귀두를 상징하는 거다. 그리고 여성 성기를 상징하는 것도 있고. 에이리언 1에서, 에이리언은 단순히 무서운 외계괴물이 아니다. 에이리언 1에서, 우주선 승무원들이 직면한 것은 무서운 외계괴물이 아니라, 저 무서운 기거의 악마적인 비젼이었던 거다. 이것이 에이리언 1이 근원적인 공포를 우리에게 주었던 이유다. 하지만, 이후 에이리언 2부터, 저 에이리언은 단순한 외계괴물이 되어 버렸다. 그렇다고 해서, 에이리언 2부터 나오는 영화들이 무의미하다는 것은 아니다.   

 

 

에이리언 2는 당시 유행했던 람보류 머슬맨이 나와서 무차별 학살을 하는 것을 따른다. 여기에서 머슬맨은 

리플리라고 하는 여자가 대체한다. 하지만, 대감독 제임스 카메론답게, 엄청난 공포와 액션을 보여준다. 에이리언들이 비록 단순한 외계괴물들이기는 하지만, 떼거지로 덤벼드는 에이리언떼들과 거대한 퀸 에이리언이 등장함으로써

액션호러물로 훌륭하게 작동한다. 

 

이 영화 에이리언 로물루스는, 기존 에이리언 영화들을 많이 오마쥬한다. 그러다 보니까, 영화가 엄청 풍부하다. 모든 것을 다 생각해내기보다는, 기존의 훌륭한 영화들로부터 아이디어를 가져올 수 있으니까. 그렇다고 기계적인 카피가 아니라, 아주 훌륭하게 자기것으로 변용시켰다. 

 

일단 에이리언 로물루스는 여러가지 장점들이 있다. 기존의 에이리언 영화들이 갖지 못했던 유니크한 점들이다. 

 

이 영화는 하이틴 영화다. 에이리언 1같은 악몽을 주는 영화는 아니다. 아주 산뜻하고 속도 빠르고 정리정돈 잘 되어 있다. 하이틴 영화라고 무조건 가볍다는 뜻이 아니다. 텁텁하고 기분 나쁘고 무엇인가 세상에 엄청난 모순이 있어서 우리는 좌절할 수밖에 없다 같은 느낌이 없다. 에이리언1, 3, 4가 이런 종류 영화들이다. 

 

이 영화는 에이리언 시리즈 최초로 노동자들을 그린 영화다. 에이리언 2에서, 에이리언이 있는 행성으로 이주한 노동자들이 떼죽음을 당한다. 군인들이 와서 그들을 구원한다. 정확히 말하면, 군인들 가운데, 영웅 리플리 한 사람이 구한다. 왜 영웅주의가 이 영화에 있어야 하는가? 왜 노동자가 주인공이어서는 안되는가? 이런 의문을 가졌었다. 이 영화는 노동자가 주인공이다. 이것은 아주 큰 장점이다. 

 

그리고, 청소년 세대가 주인공이다. 이들이 속한 행성은 대기업 웨이랜드에 의해 운영되는 것이다. 이들은 이 행성에서 광물 채취일을 하고 직업병을 얻어 죽어간다. 이 행성을 떠날 수도 없다. 웨이랜드는 그들에게 악덕계약을 강요해서 이 행성에 붙잡아둔다. 속칭 "낳음을 당해 노예로 태어난" 세대 청소년들은 이 행성을 벗어날 수 없음을 잘 안다. 그들은, 가장 가까운 행성으로 이주하려 한다.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불가능하다. 그들은 우주에 떠도는 웨이랜드 소유의 버려진 우주선을 훔쳐서 가장 가까운 행성으로 도망가려 계획을 세운다. 이것도 에이리언 로물루스만이 가진 유니크한 주제다. 

 

영화에 아주 잠깐, 웨이랜드의 착취에 대항해서 투쟁하자고 대중연설을 하는 사람이 나온다. 아무도 듣지 않는다. 이 사람이 주인공인 영화도 나올 법 하다. 

 

주인공 청소년들이 버려진 우주선에 들어가 그것을 작동시키려 시도하는 장면도 그럴 듯한 긴장감을 창출해낸다. 비록 기존 영화들에서 많이 보았던 것들의 조합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새로운 점은, 하이틴 무비와의 결합이다. 

이들은 직업적인 우주선 승무원과는 달리, 임신이나 그밖의 개인적인 이유로 다투거나 토론하거나 한다. 하이틴무비와 스페이스 호러무비가 결합함으로써, 경쾌하고 산뜻하면서도 무시무시한 - 이 영화 특유의 분위기가 나온다. 

 

에이리언의 등장 이후 영화는 좀 평범한 슈팅게임 영화가 된다. 하지만, 이 영화는 이렇게 평범하게 끝나지 않는다. 중반 이후, 에이리언 로물루스의 액션장면은 아주 훌륭한 것이 된다. 아주 훌륭한 장면들이 연이어 나온다. 우주 엘리베이터씬이나, 에이리언떼들 중간을 관통하여 지나가는 씬, 인간형 에이리언 등장 그리고 마지막 우주선 창고에서의 싸움 등은 기존 에이리언 시리즈를 참조하기는 했지만 아주 훌륭했다. 우주 엘리베이터 씬은 에이리언 3, 관통씬은 에리리언 2, 인간형 에이리언은 에이리언 4 그리고 우주선 창고에서의 싸움은 에이리언 2/1을 참조한 것이다. 하지만, 전적으로 자기것으로 만들었다. 이 정도면 에이리언 시리즈 중에서도 상위에 놓을 만하다. 여기에서 싸우는 사람은 청소년이다. 기존 영화 리플리는 중년여인이다. 세상을 알고 자기 자신을 잘 안다. 원숙한 사람이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주인공은 청소년이다. 순수하다. 자기가 사랑하는 동생을 위해 싸운다. 어린 누나가 자기보다 어린 남동생을 끔찍이 돌봐주는 것을 연상시킨다. 

 

엘리베이터씬에서 기껏 에이리언을 피해 도망간 여주인공이 남동생을 찾기 위해 다시 그 무서운 장소로 혼자 돌아가는 장면은, 에이리언 2에서 가져온 것이다. 에이리언 2에서 엄청 무서운 장면이었는데, 에이리언 로물루스에서는 그 정도는 아니다. 에이리언 로물루스가 대가의 작품까지는 안되는 이유다. 

 

또 하나, 이 영화에서 유니크한 점은, 인조인간이 인간만도 못하다. 아주 예전에 버려진 모델이라서 좀 어벙하다. 주인공인 소녀가 어린 남동생으로 생각한다. 인조인간은 아주 예전에 주인공의 아버지에 의해, 주인공을 위해 최선의 행동을 하도록 프로그램 되어졌다. 인조인간은 자기 프로그램대로 움직이는데, 이 행동이 인간의 사랑처럼 보인다. 이것은 진짜 사랑인가? 아니면 프로그램의 구동인가? 케케묵은 주제이지만, 이 영화의 신선한 설정은, 이 주제를 생동감 있고 의미있는 것으로 만든다. 이것도 아주 큰 장점이다. 

 

마지막으로, (당연하게도) 특수효과가 기존 에이리언 영화들보다 더 훌륭하다. 기존 에이리언영화들의 훌륭한 장면들을 최신영상기술로 업그레이드한 것 같다. 

 

영화가 재미있고 아주 공포스럽다. 기존 에이리언 영화들의 장점을 다 흡수해서 아주 화려하고 최신의 기술로 이를 보여준다. 공포의 심연까지는 안 간다. 에이리언 2의 대가급 연출까지는 못 간다. 하지만, 아주 잘 만든 영화다. 몇몇 장면에서, 에이리언1이나 에이리언 2의 공포스런 장면들 수준에 (그 자신만의 스타일로) 가까이 다가갔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작과 걸작 사이에 있다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