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나 재밌게 본 에이리언: 로물루스 노스포일러 리뷰
사실 이전작들 프로메테우스와 커버넌트를 극장에서 보지 않았기 떄문에 이번 로물루스를 볼까 말까 하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예선 에이리언 vs 프레데터 2를 보고 '아, 이제 에이리언 프렌차이즈는 끝났구나' 라고 생각하고 이후 작들은 '어떻게든 돈벌이하려고 죽어가는 IP에 산소호흡기 박아 놓고 어거지로 끌고 가는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이번 로물루스를 보면서 에이리언 시리즈가 아직 유지, 발전할 수 있다는 희망이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로물루스는 이전작들에 대한 헌사와 더불어 기존 시리즈 팬들에 대한 팬서비스, 그리고 새롭게 에이리언 시리즈를 접하는 관객들도 소흘히 대하지 않았습니다. 로물루스는 에이리언 시리즈를 가로로 확장했으면서도 기존 시리즈를 거부하거나 무시하지 않아 깊이도 유지했습니다. 무엇보다 영화의 가장 중요한 가치관인 '재미'역시 잘 잡았다는 생각입니다.
개인적으로 영화는 어떠한 사상이나 신념, 이상이나 스타일, 미장셴 등 작가로서 하고 싶은 것들을 주장하기 전에 일단 재미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이 영화는 영화를 보는 내내 관객들을 몰입시키고 긴장시킵니다. 영화의 이야기도 감독이 잘 이끌어나갑니다. 개인적으로 크리쳐물이나 공포물 같은 걸 볼 때 영화에서 상식적으로 납득되지 않는 행동을 하는 민폐 발암 등장인물(사실 이렇게 사고 치는 사람을 영화 전개에 중요한 방아쇠로 사용하는 영화들이 많지만)들을 싫어하는데, 이 영화에선 모든 등장인물들이 자신 나름대로 최선의 행동을 하는 것이 인상깊었습니다. (하지만 그럴 수록 상황은 점점 나락으로...) 영화 내 복선 회수가 아주 깔끔한 것도 맘에 들었습니다.
배우들의 연기 역시 꽤나 괜찮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에디 역의 배우 연기가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주인공의 연기도 영화의 당위성을 높여주는데 일조했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에이리언들도 꽤 괜찮게 묘사되었습니다. 영화에 나오는 제모노프들은 포식자의 위치에서 피식자가 되어버린 인간들의 공포를 유발시키는 존재로 아주 잘 묘사되었습니다. 페이스 허거들도 '아, 얘네는 이렇게 움직일꺼야' 라는 생각과 딱 맞게 아주 잘 움직여줬습니다.
물론 영화의 아쉬운 점도 존재합니다. 일단 이건 개인 호불호의 관점인데 점프스퀘어, 그러니까 깜짝 장면들이 가끔씩 등장해서 이거 싫어 하는 사람들은 좀 그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갔던 극장만 그랬는진 모르겠는데 음향이 너무 컸습니다. 중간부터는 아예 귀를 막고 들을 정도였는데요. 이건 사운드 믹싱이 잘못되었는지, 아니면 '일단 크게 소리질러서 사람들을 놀리자'가 목적이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 마지막 최종보스는.. 스포일러적인 측면이 있기 떄문에 자세히 설명은 못하지만 감독이 만약 '이 장면을 본 관객들이 되게 불편하게 생각했음 좋겠다' 라는 의도였다면 100% 성공했다고 하고 싶네요. 진짜 깊은 뜻이 있어서 그런 모습으로 만든건지 아무 생각 없이 만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영상 자체만으로도, 그리고 에이리언 시리즈를 아는 팬이라면 그런 모습을 하고 있다는 것 자체로도 불편한 마음이 들 게 할 것 같습니다.
하여간에 에이리언 시리즈라는 측면에서 봐도 꽤 괜찮은 영화였고, 에이리언 시리즈가 아니라 독립적인 하나의 영화라는 측면에서 봐도 괜찮은 영화였습니다. 극장에서 볼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는 영화라는 생각입니다. 개인적으로도 꽤 재밌게 봤습니다.
ps) 에이리언 시리즈를 전반적으로 보면서 궁금한게 있는데요. 기껏 해야 꼬리 빼고 몸통이 사람 팔뚝 만한 체스트버스터는 어떻게 그렇게 빠른 시간 안에 겁나 큰 제노모프의 모습으로 커지는 걸까요? 뭔가를 먹는 모습도 나오지 않는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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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스트버스터가 자연법칙을 많이 무시하긴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