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크모드
  • 목록
  • 아래로
  • 위로
  • 댓글 5
  • 쓰기
  • 검색

데드풀과 울버린 덕분에 생각난 미드, 앨리어스

해리엔젤 해리엔젤
615 4 5

 

스포있어요.

 

 

 

05000-alias-poster.jpg

자칭 '마블 지저스' 데드풀과 울버린에서 개인적으로 제일 반가웠던 카메오는 엘렉트라역의 제니퍼 가너였습니다. 데어데블(2003)이 나온지도 20년이 훌쩍 지났건만 누님이 워낙 몸 관리를 잘한 덕분인지 이전보다 더 근육근육한 멋진 모습으로 돌아왔죠. 덕분에 제니퍼 가너에 대한 예전 팬심이 새록새록 떠올랐습니다.

 

오늘 이야기는 뭔가 아쉬웠던 데어데블과 이걸 감히 영화라고 불러줘도 되나 싶은 졸작 엘렉트라(2005)가 아니라, 제니퍼 가너를 스타덤에 올린 미드 앨리어스(2001)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제니퍼 가너가 분한 주인공 시드니는 평범한 대학생처럼 보이지만, 사실 SD6이라는 비밀 첩보기관의 스파이입니다. 여느 때처럼 임무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돌아온 그녀에게 CIA가 접근해서 진실을 알려줍니다. 사실 SD6는 첩보기관이 아니라 007의 스펙터같은 악의 조직이었습니다. 지금껏 나라를 위해 헌신해왔다고 생각했던 시드니가 배신감에 치를 떠는 사이, CIA가 새로운 제안을 해옵니다. SD6를 괴멸시키기 위해 이중스파이로 일해달라는 겁니다. 게다가 CIA가 감시역으로 그녀에게 붙여준 파트너는 다름아닌 SD6의 중간간부이자 오래 전 자신을 버리고 떠난 아버지 잭(빅터 가버 분)입니다. 이제 이 부녀는 오랫동안 의절했던 과거를 뒤로하고 자신들의 인생을 망친 악의 조직을 무찌르기 위해 힘을 합칩니다만... 잘 될리가요. 드라마 내내 둘은 죽도록 구릅니다.

 

앨리어스는 적어도 시즌2까지는 (취향에 따라서는 시즌3까지) 놀라울 정도로 재밌습니다. 기본적으로 언더커버물의 쫄깃쫄깃한 긴장감에 더해 매회 쏟아지는 떡밥과 다음 편을 보지 않으면 도저히 잠이 안올 것 같은 절묘한 절단신공까지... 도저히 안 재밌을 수가 없는 전개가 줄줄이 이어집니다. 시즌을 거듭할수록 유려해지는 제니퍼 가너의 발차기 실력까지 포함해서 말이죠. 그런데 여기서 잠깐, 떡밥이라고? 이 드라마 혹시...? 하시는 분들, 예 맞습니다. 이 드라마의 제작자는 한때 떡밥의 제왕이라 불렸던 J.J 에이브람스입니다. 지금은 스타워즈 시퀄 폭망의 책임을 옴팡 뒤집어쓰고 반강제로 자숙중이시죠. 

 

앨리어스는 방영 당시 최고의 인기 드라마였던지라, 많은 유명 배우들이 카메오로 출연했는데 그걸 찾아보는 재미 또한 쏠쏠합니다. 로저 무어나 페이 더너웨이, 이사벨라 로셀리니같은 대스타부터 왜 자네는 평소에 뭔가를 소중히 하지 않았냐면서 강렬한 톱질 퍼포먼스로 인생의 참교훈을 선사하시는 직쏘 선생까지, 정말 다채로운 배우들이 카메오로 출연합니다.

 

하지만 아니, 저 형이 왜 저기서 나와? 싶은, 전혀 예상치 못한 즐거움을 주는 까메오들도 있습니다. 바로 쿠엔틴 타란티노와 데이빗 크로넨버그입니다. 쿠엔틴 타란티노는 악의 조직 간부로 나와 언제나 그렇듯이 짧지만 걸쭉한 구강액션을 선보이고, 데이빗 크로넨버그는 주인공이 장장 2년간의 기억을 잃었을 때 기억을 찾아 무의식으로 들어가는 걸 돕는 과학자로 나옵니다. 고전 첩보영화에 무한한 애정을 가진 타란티노와 악몽과 현실을 뒤섞는데 탁월한 크로넨버그의 작품들을 생각해보면 참으로 절묘한 캐스팅이죠. 

 

하지만 화무십일홍이라고, 이 드라마의 인기도 시즌4부터는 서서히 식기 시작합니다. 계속해서 던져지기만 할 뿐 회수되지 않는 떡밥들이 슬슬 식상해지고, 분명 죽었던 사람들이 계속 예토전생하는가 하면, 주인공이 코마에서 깨어나보니 그 사이에 남친이 딴 여자와 결혼하는 바람에 졸지에 사랑과 전쟁 미국편을 찍는다던가, 겹겹이 쌓여있던 출생의 비밀, 가족 간의 비밀이 드러나면서 내 남친 죽인 저 웬수년이 알고보니 우리 엄마?!... 이런 식의 짜친 전개가 연달아 이어집니다. 하지만 이런 것조차도 어쩌면 인기가 있을 때 끊임없이 시즌을 이어가며 노를 저어야만하는 미드의 숙명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어쨌든 앨리어스는 시즌 5에서 실제로 제니퍼 가너가 데어데블 촬영 중 만난 벤 애플렉과 결혼하고 임신하면서 액션 연기가 힘들어지자, 작중 설정을 바꿔 그녀를 2선으로 물리고 다른 조연들에게 액션을 몰아주는 식으로 극을 전개했습니다만... 이미 앙꼬빠진 찐빵이었던터라, 결국 이 시즌을 마지막으로 종영하고 맙니다.

 

앨리어스는 새로운 천년의 시작, 밀레니엄이라는 새로운 시대의 분위기를 적극적으로 반영합니다. 주인공은 공부면 공부, 첩보면 첩보, 뭐든 간에 능숙하게 해내면서 동시에 사생활도 싹싹하게 챙기는 알파걸이고, 악당들은 이전처럼 이념과 사상 따위에 연연하지도 않습니다. 그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쉽게 이합집산하며, 심지어 주인공들과 손을 잡는 것도 서슴치 않습니다. 그들의 최종목표는 핵폭탄 같은게 아니라 르네상스 시대의 한 천재가 만들어낸 이른바 '현자의 돌'같은 어떤 물건입니다. 이 것을 얻은 자는 세상을 멸망시킬 수도, 영생을 얻을 수도 있다네요. 

 

이렇듯 앨리어스에는 새로운 시대가 요구하는 강한 여성을 주인공으로, 이전 세기의 메가히트작 X파일에서 물려받은 듯한 음모론과 오컬트, SF등의 다양한 소재를 익숙한 스파이물의 플롯에 끌고옵니다. 거기에 J.J 에이브럼스 특유의 관객 멱살을 잡고 끌고가는 연출력까지 비벼지면, 그 결과는 미드가 보여줄 수 있는 최고 등급의 순수한 재미입니다. 분명 추억 보정이 들어간 탓도 있겠지만, 시즌2 중반 주인공들의 대활약으로 철옹성같던 악의 조직이 와르르 무너질 때 느꼈던 그 카타르시스는 그야말로 대단했습니다.

 

PS. 

7a303dc432df290dcf04184df6b46a0c.jpg

앨리어스는 J.J 에이브럼스, 제니퍼 가너외에도 또 한 명의 걸출한 스타를 배출했습니다. 바로 시즌 1, 2에 주인공의 남사친으로 등장했던 브래들리 쿠퍼죠. 잔망스런 미소를 흘리며 여심을 사로잡던 이 꽃돌이 청년은 이제 연기력으로 승부하는 헐리우드의 중견배우가 되었습니다. 언젠가 마블 평행우주에서 로켓과 엘렉트라가 만나 오랜만에 회포를 푸는 모습을 한번 기대해봅니다.

신고공유스크랩

추천인 4

  • NeoSun
    NeoSun
  • spacekitty
    spacekitty
  • 선우
    선우
  • golgo
    golgo

댓글 5

댓글 쓰기
추천+댓글을 달면 포인트가 더 올라갑니다
정치,종교 관련 언급 절대 금지입니다
상대방의 의견에 반박, 비아냥, 조롱 금지입니다
영화는 개인의 취향이니, 상대방의 취향을 존중하세요
자세한 익무 규칙은 여길 클릭하세요
profile image 1등
감각적이던 오프닝 생각납니다.
한때 인기 많았던 미드죠
17:47
3시간 전
profile image 2등
전시즌 3회 정주행 했던 애정드라마..
19:09
1시간 전
profile image 3등
기억나는 에피중에.. 이사벨라 로셀리니가 정보를 얻으러 코리안타운을 갔는데.. 한국인 지인이 그녀가 오니까 같이 있던 여성직원? 에게 "김치 좀 갖다드려" 하던 장면.. 아니 누가 손님이 왔다고 다짜고짜 김치부터 내와요 ㅎㅎ 엄청 웃겼던
20:15
53분 전
profile image
spacekitty
아앗 그런 장면이...ㅋㅋㅋ
J.J 에이브럼스의 차기작 로스트에서도 한국묘사가 좀 엉성해서 말이 많았죠.
21:08
방금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에디터 모드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하시겠습니까?

댓글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공유

퍼머링크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HOT <퍼펙트 데이즈> 8만 관객 돌파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5분 전21:03 58
HOT <파일럿>을 보고 2 폴아트레이드 1시간 전19:52 250
HOT 귀여운 해리포터 가챠 카란 카란 21분 전20:47 83
HOT 센스있는 일본 핫토이 매장의 데드풀 진열장 2 카란 카란 25분 전20:43 125
HOT 폴 뉴먼 & 톰 크루즈 <컬러 오브 머니>(1986) 시... 1 카란 카란 48분 전20:20 169
HOT 임지연 전도연 리볼버 1 e260 e260 1시간 전20:06 225
데드풀과 울버린 덕분에 생각난 미드, 앨리어스 5 해리엔젤 해리엔젤 3시간 전17:40 615
HOT MCU, R등급 영화와 그렇지 않은 영화의 가장 큰 차이 4 golgo golgo 4시간 전16:42 1084
HOT <트위스터>(1996년) 개봉 당시 일본 극장 특전 12 카란 카란 7시간 전13:27 927
HOT 마블코믹스의 한국계히어로 4 cwolff 5시간 전15:49 1351
HOT M 나이트 샤말란 [트랩] 시네마스코어 점수 C+ 3 시작 시작 4시간 전16:46 772
HOT (스포) <슈퍼배드 4> 비판 위주 리뷰 3 도삐 도삐 8시간 전12:45 640
HOT 디즈니,제목 미정 마블-픽사 프로젝트들 개봉일 확정 2 Tulee Tulee 9시간 전11:51 917
HOT 에어로스미스 은퇴 발표 10 카란 카란 4시간 전16:34 1309
HOT 보스로직 ‘데드풀 & 울버린’ 팬아트 1 NeoSun NeoSun 5시간 전15:37 450
HOT 존 카펜터의 <괴물> 펀코 6 카란 카란 6시간 전15:00 747
HOT 좀비 캥거루와의 사투 호주 호러 <더 레드> 예고편 2 카란 카란 6시간 전14:55 677
HOT [시티 헌터: 엔젤 더스트] 가슴 마우스 패드, 아크릴 키홀더 4 호러블맨 호러블맨 6시간 전14:42 618
HOT CAPCOM VS. 데즈카 오사무 캐릭터 전시회가 토키와 장 만화 ... 2 호러블맨 호러블맨 6시간 전14:38 292
HOT '다람이 무비: 비키니 시티를 구하라' 로튼 리뷰 2 golgo golgo 9시간 전12:06 891
1146442
image
golgo golgo 4분 전21:04 75
1146441
image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5분 전21:03 58
1146440
image
카란 카란 21분 전20:47 83
1146439
image
카란 카란 25분 전20:43 125
1146438
image
카란 카란 48분 전20:20 169
1146437
image
e260 e260 1시간 전20:06 225
1146436
image
e260 e260 1시간 전20:06 141
1146435
image
e260 e260 1시간 전20:06 124
1146434
image
폴아트레이드 1시간 전19:52 250
1146433
image
hera7067 hera7067 2시간 전18:43 164
1146432
image
hera7067 hera7067 2시간 전18:42 113
1146431
image
hera7067 hera7067 3시간 전18:08 302
1146430
image
hera7067 hera7067 3시간 전17:51 217
image
해리엔젤 해리엔젤 3시간 전17:40 615
1146428
image
hera7067 hera7067 3시간 전17:29 749
1146427
image
kknd2237 3시간 전17:13 317
1146426
image
hera7067 hera7067 3시간 전17:10 319
1146425
normal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4시간 전17:07 399
1146424
image
시작 시작 4시간 전16:46 772
1146423
image
golgo golgo 4시간 전16:42 1084
1146422
image
카란 카란 4시간 전16:34 1309
1146421
normal
다솜97 다솜97 5시간 전16:04 884
1146420
image
cwolff 5시간 전15:49 1351
1146419
image
NeoSun NeoSun 5시간 전15:37 450
1146418
normal
윤뱅 5시간 전15:36 234
1146417
image
호러블맨 호러블맨 5시간 전15:13 588
1146416
image
카란 카란 6시간 전15:00 747
1146415
image
카란 카란 6시간 전14:55 677
1146414
image
호러블맨 호러블맨 6시간 전14:48 230
1146413
image
호러블맨 호러블맨 6시간 전14:42 618
1146412
image
호러블맨 호러블맨 6시간 전14:38 292
1146411
image
카란 카란 7시간 전13:27 927
1146410
image
NeoSun NeoSun 8시간 전13:06 2576
1146409
normal
도삐 도삐 8시간 전12:45 640
1146408
image
시작 시작 8시간 전12:25 9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