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 죽음으로 맛있는데/맛없는데!! <마터스 후기>
성인이 되고 얼마 안 가서 이 영화를 처음 보게 되었는데
그땐 정말 재밌고 재미없고를 판가름할 수 없는 영화의 자극적인 면에 질려버려서 엔딩크레딧 이후 도망치듯 픽사의 애니메이션같은 꿈과 희망이 살아있는 작품을 봤던 것이 기억납니다
성인에게도 트라우마를 제조할 수 있을 것만 같았던 고어를 보는 기분은 그야말로 더럽기 그지없습니다
제가 비위가 강한 편이라서 다행이지 비위 약한 사람은 이 작품을 보려면 옆에 구토용 봉지 하나는 놔두고 있어야 할테니까요
시간이 흘러서 이 영화를 다시 켰습니다
이유는 모르겠어요
악몽과도 같았던 감상이었는데 전 영화의 전반부를 아우르는 팽팽한 긴장감을 만드는 그 영상을 다시 보고 싶었던 걸지도요
아니면 그냥 난 이런 영화도 두번 감상한다! 하는 가오를 부리고 싶었던 걸지도 모르죠
두번째 감상한 평가는 이렇습니다
여전히 고통스러운 시간이다
한 소녀가 겁에 잔뜩 질린 채 피를 잔뜩 묻힌 상처투성이로 어딘가에서 도망칩니다
성폭행을 당한 것 같지도 않고 누군가로부터 도망치는지는 모릅니다
시간이 흘러 한 회목한 가족이 아침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그 옛날 상처투성이로 도망쳤던 소녀 "루시"가 문을 두드리고 다짜고짜 산탄총을 난사합니다
갑작스러운 총기난사
하지만 루시는 이 총기난사를 원해서 하는 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며 이들에게 말합니다
"나한테 왜 그랬어?"
악몽은 이제 막 시작했을 뿐이었습니다
영화는 호평과 혹평이 공존합니다
정말 잘 만든 웰메이드에서 지루하기 짝이 없는 불쾌함으로 노선을 변경합니다
따라서 이 작품은 그 어떤 작품보다 훨씬 극단적인 양면성을 가집니다
먼저 호평을 안 줄수가 없는 도입부는 그야말로 죽음으로 맛있는 긴장감을 만들어내는 최고의 도입부입니다
클라이막스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전조전에 불과했다는 느낌을 훌륭한 연출력과 연기력으로 만들어냈습니다
다양한 색감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채도를 낮춰서 만들어낸 삭막한 느낌의 색감 또한 일품입니다
영화는 이렇듯 예상할 수 없는 전개를 보여주면서 관객에게 뻔한 영화가 아니라는 것을 끊임없이 상기시킵니다
공포 스릴러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죽음으로 맛있는 최고의 요리입니다
모든 것이 끝난 것처럼 보이지만 절대 끝이 아닌 오히려 시작이라는 그 찝찝함이 정말 살아있습니다
그런데 영화가 중간을 지나 후반부로 들어서면서 지나칠 정도로 그 템포가 느려집니다
갑자기 대사량이 많아져서 당황스럽고, 컷은 길어서 루즈해지고, 연출은 그냥 불쾌하기만 한 폭력으로 점철되어 고개만 갸우뚱해집니다
이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폭력의 이유를 장황한 대사로 설명하지만 그런다고 지루함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영화는 목적지를 잃은 오발탄마냥 횡설수설합니다
팽팽한 스릴러에서 단순한 고문포르노로 노선을 변경한 이유가 대체 무엇인지, 이렇게 단순하게 과도하기만 한 폭력에서 대체 어떤 공포를 느껴야 할지 당황스럽기까지 합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밥알의 감칠맛과 생선의 담백함, 향긋한 간장이 느껴지는 초밥이었는데 갑자기 와사비가 걸려서 코가 찡해지는 기분입니다
죽음으로 맛없습니다
알렉상드르 아야 감독을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감독이지만 이 영화는 그리 좋게 평가하고 싶진 않습니다
도입부가 최고라고 해도 후반부가 너무 재미없거든요
캐릭터성이 살아있는 살인마 캐릭터가 나오는 것도 아니고 그냥 이름 없는 엑스트라가 여주인공을 괴롭히기만 하는데 거기엔 어떠한 연출력도 미장센도 없습니다
그냥 관객들 일부러 불쾌하라고 만든 장면이란 소리에요
그럼 여기서 궁금해집니다
앞부분은 두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재밌게 만들어놓고 왜 후반부를 이렇게 만들어서 더 지루함이 부각되도록 만들었는가?
왜 일부러 이런 의미없는 불쾌함을 느껴야 하는가?
<퍼니게임>처럼 이마를 탁 칠만한 반전이 있는 연출도 없고 <안티크라이스트>처럼 의미심장한 미장센으로 가득한 영상도 없습니다
그 무미건조함이 오히려 미장센이고 의미는 만든다면 전 그 의미를 "성의없음"이라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제 점수는 10점 만점에 5점입니다
작성자 한줄평
"이유를 들었음에도 납득하지 못한 기행은 예술이 아니라 그냥 기행이 된다"
스누P
추천인 4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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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렌치 익스트림의 대표작 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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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후반부도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한 사람이 침몰해가면서 나락에서 천국을 볼 수 있겠는가?는 일견 클라이브 바커의 작품과 뉘앙스가 비슷하고, 실제로도 클라이브 바커 원작의 드레드라는 유사한 작품도 있었죠.
다만 리메이크작은 원작에 미치지 못 한다고 해서 안 봤습니다 OTL
아마 저는 평생 보지 않을 영화일거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