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petition (1980) 피아노콩쿠르에서 경쟁하는 젊은이들. 스포일러 있음.
쉽지 않은 소재였을 텐데 아주 잘 만든 영화다.
특히, 전문피아니스트를 대역으로 해서 찍은 장면이 아닐까 하는 피아노연주장면에서도
카메라로 얼굴을 비추니 배우 본인들이 맞았다. 지금도 어떻게 배우들이 그정도까지 피아노를 칠 수 있었는지 이해가 안간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피아노 콩쿠르에서 경쟁하는 젊은 피아니스트들을 그린 영화다.
음악을 통해서 다른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영화들과 다르게, 이 영화는 본격적으로 음악 그 자체에 대해
다룬다. 상당히 많은 일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는 것이 콩쿠르인데, 이 영화는, 이 에피소드들을 잘 정리해서
콩쿠르의 긴박한 현실감도 잘 살리고, 주인공들의 심리묘사도 섬세하게 해내는 업적을 성취한다. 콩쿠르는 곁다리이고, 사실은 주인공들의 러브스토리같은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리처드 드레이퓌스는 콩쿠르에 입상하기 위해 십수년의 시간을 바친다. 이제 콩쿠르 참가 나이 제한에 다섯달 차이로 허용될 정도로 나이가 많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다.
지금까지 자신을 뒷바라지해온 아버지 어머니는 평범한 분들이다. 지금까지 부모님들 등골을 빼먹은 것만도 충분하다. 그는 음악학교 교사자리를 얻는다. 그리고, 부임 이전에 마지막 한번 트라이를 해 본다고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콩쿠르에 참가한다. 그는 열등감이 크다. 젊은 아이들은 자기보다 피아노를 잘 치는 것 같다. 유난히 격정적이고 화가 많다.
여주인공 에이미 어빙은 리차드 드레이퓌스와는 정반대다. 집이 부자에다가 부족한 것이 없이 산다. 심지어는,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리 레믹에게 단독개인교습을 받을 정도로 돈이 많다. 리 레믹은 유망한 제자 에이미 어빙을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로 키우려고 마음 먹었다. 그녀는 뛰어난 피아노 실력까지 갖추었다. 부족한 것이 무언가?
이 영화의 중심 스토리는 이 두명의 안 어울리는 피아니스트들이 만나고 사랑하게 되는 이야기다.
리처드 드레이퓌스는 에이미 어빙과 어떤 음악제에서 함께 연주했던 적이 있다. 에이미 어빙은 그때 그의 피아노 연주에 크게 감동하였다. 에이비 어빙은 이번 콩쿠르에서 리처드와 만나게 되어 무척 반갑다. 하지만 리처드는 그럴 마음의 여유가 없다. 나 빼고는 다 적이다. 나는 이번 콩쿠르에서 이겨야 한단 말이다.
콩쿠르에서 결선을 벌이는 피아니스트들의 불꽃 튀기는 경쟁을 보여준다.
리처드 드레이퓌스와 에이미 어빙이 주인공이다.
열등감과 강한 의지로 똘똘 뭉친 리처드 드레이퓌스에게 에이미 어빙은 호감을 느낀다. 항상 약한 자신의 의지에
불안감을 느껴온 에이미 어빙에게, 무엇에도 흔들리지 않는 리처드 드레이퓌스는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처음 만나자, 리처드 드레이퓌스는 그만 에이미 어빙에게 안겨 울음을 터뜨린다.
마초적이고 강한 의지를 갖고있는 듯 보였던 리처드는 사실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하지만, 이것을 숨기고 있었을 뿐이다. 오히려, 스트레스를 안 받는 사람은 에이미 어빙이다.
타고난 피아노 재능을 갖고 있어서 콩쿠르경쟁같은 것에 별로 스트레스 안 받는다.
리처드 드레이퓌스와 에이미 어빙의 사랑이야기가 이 영화의 중심이다.
에이미 어빙이 다가가고 리처드는 툭 툭 쳐내는 상황이다.
리처드 드레이퓌스의 캐릭터가 아주 강하고 인상적이다. 각본도 좋고, 배우의 연기도 훌륭하다.
열등감과 스트레스에 시달리지만, 자존심과 자기 중심은 있다. 에이미 어빙은 소녀소녀한 역인데,
모든것을 갖추고 태어나서 아무것에도 구애받지 않는 스타일이다.
소녀소녀하게 사랑에 대한 로맨틱한 꿈을 갖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라면, 다 버리고 함께 도망갈 수도 있는
사람이다. 하지만, 자존감과 현실의식 그 자체인 리처드는, 이런 로맨틱한 생각 자체가 사치다.
이들의 연애담과 콩쿠르의 진행을 번갈아 보여준다. 너무 감상적이지 않게 적절히 수위를 조절해 가면서 로맨틱한 연애와 살벌한 경쟁, 예술의 세계를 다 함께 살려낸 것 같다.
결국 마지막 결선에서 남는 사람은 이 두 사람이다.
리처드 드레이퓌스는 결선에서 엄청난 연주를 보여서 청중들의 갈채를 받는다. 스스로도 만족한다.
그는 에이미 어빙과 약속을 한다. 이 콩쿠르가 끝나면 함께 듀엣을 결성해서 연주여행을 다니자고.
자기 연주의 훌륭함을 믿은 때문이다. 처음으로 열등감을 버린다. 에이미 어빙을 위해 자키 커리어를 좀 희생하면 어때. 처음으로 자기가 에이미를 위해 무언가 해 줄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에이미 어빙은 결선에서 더 엄청난 명연을 펼친다. 리처드는 알 수 있다.
에이미 어빙은 자기와는 차원이 다르다. 세계적인 피아니스트가 될 것이다. 그녀 앞에는 엄청난 길이 펼쳐져 있다.
자기같은 사람과 듀엣이라니 당치도 않다. 자기는 그녀에게 방해만 될 뿐이다.
에이미 어빙이 붙잡고 매달려도, 리처드는 떠난다.
미래가 어떻게 될 지는 오픈 엔딩이다. 사실 캐릭터들이 아주 강하고 선명해서, 이 영화는 이것만으로도 성공이다.
평범한 부모님 밑에서 늘 실패만 해 온 리처드와 부유한 부모님 밑에서 모든것을 갖추고 태어난 에이미. 현실적이고 자존감 강하고 열등의식에 찬 리처드와 소녀소녀한 로맨틱한 사랑을 꿈꾸는 에이미. 이들이 콩쿠르와 음악이라는 것 안에서 하나가 되는 영화다.
이들 외에도 한명 더 비중 있는 역이 나오는데, 소련에서 참가한 소녀 피아니스트다.
소녀머리를 하고 나온 이쁘장한 소련 여류피아니스트는, 학생복을 입고 왔어도 되었을 정도 소녀다.
노년의 여자피아노선생을 엄마처럼 믿고 따른다. 그런데, 이 피아노선생이 미국으로 망명해 버린다.
소녀는 졸지에 엄마같은 선생을 잃고 소련당국의 의심의 눈초리까지 받는다. 거의 발작수준으로 충격을 받은 소녀가 어떻게 피아노 연주를 한단 말인가?
피아노 콩쿠르도 망치고 혼자 먹먹하게 복도에 서있는 엔딩은 참 불쌍하다. 아마 향후에도 소련에서
나올 가능성은 없을 것이다. 소련당국에 의해 요주의인물로 등록될 테니까.
걸작에까지 오르기에는 좀 부족한 감이 있다. 작품에 긴장감이 부족하다. 주제의식도 좀 약하고. 리처드 드레이퓌스와 에이미 어빙에게 너무 집중한 감이 있다. 그리고, 그들의 사랑이야기에 너무 집중한 것도 그렇고. 그들의 다른 사회계급, 다른 철학 등에 착안해서 더 심도 있게 콩쿠르를 그려낼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지만, 피아노콩쿠르라는 흔치 않은 소재를 가지고 이만큼까지 작품화에 성공했다는 것은 훌륭하다.
흥미진진하고 재미있다. 캐릭터들이 설득력 있고 입체감 있게 구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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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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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진 못했지만 80년대의 위플래쉬 같은 영화라는 생각이 드네요.
기회되면 찾아봐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