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byrinth (1986) - 수공예로 만든 최고의 판타지. 스포일러 있음.
CG가 아직 원시적인 때, 판타지영화는 어떻게 만들었을까? 가령 반지의 제왕같은 영화 말이다.
극강의 수공예로 하나 하나 조각을 파고 그림을 그려내서 만든
최고의 판타지영화들이 있다. 생각해 보라, 피터 잭슨의 반지의 제왕 영화의 환상적인 장면들을
많은 예술가들이 수많은 조각과 그림들을 만들어 붙여 재현해내는 것을.
이렇게 손으로 하나 하나 만든 장면들은 굉장히 실감이 느껴진다.
CG가 아무리 환상적인 장면들을 만들어내도, 아직은 그것이 현실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이렇게 수작업으로 만든 장면들은, 촉감과 색채가 손에 잡힐 듯 느껴진다.
배우들도 블루스크린 앞에서 혼자 연기하는 것이 아니다. 환상적인 장면들 속에 들어가 다른 배우들과 함께 연기한다.
네버 엔딩 스토리나 윌로우 그리고 이 영화 라비린스 등이 그런 영화들이다. 엄청난 고퀄을 자랑한다.
그 말은 조각가, 화가들을 갈아넣었다는 것이다. 내가 이 영화에서 가장 좋아하는 것은 이것이다.
아무리 머릿속에 엄청난 환상적인 장면들이 있어도, 표현의 한계를 생각하고,
실제 연출할 때는 어느 정도 타협하는 것이 정상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 환상적인 장면들을 타협 없이 그대로 표현한다.
아무리 많은 수작업들을 집어넣어야 한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그래서, 이 영화에서 표현하려는 이미지들은 대단히 스케일이 크다.
새러라고 하는 어린 소녀가 주인공이다. 놀고 싶어하고 자유롭고 싶어하는 보통 소녀다.
하지만 어린 동생 토비가 있어서, 마음내로 놀지도 못하고 아이를 돌보아야 한다.
어느날 짜증이 나서 트롤더러 데려가라 하고 투정했더니, 진짜 트롤의 왕이 나타나서 토비를 성으로 데려가 버린다.
새러가 후회해도 소용 없다. 트롤의 왕더러 사정해도 들어줄 수 없단다. 직접 성으로 와서 데려가라는 것이다.
그런데 그 성으로 가려면 엄청나게 큰 미로를 지나가야 한다. 그것도 13시간 안에.
이 영화는, 새러가 신비와 위험과 괴물들이 가득한 이 미로를 통과하여,
그 끝에 위치한 성으로 토비를 찾으러 가는 이야기다. (이 미로 안에는 정말 신비와 마법 그리고 괴물이 가득하다. 이것을 어떻게 일일이 다 수작업으로 구현하였는지 생각하면 아찔하다.)
새러역을 맡은 제니퍼 코넬리는
원스 어폰 어 타인 인 어메리카에서 아름다운 소녀로 인기를 얻은 다음, 몇편 영화에서 주연을 맡았는데
이 영화가 그중 하나다.
매력적이기는 한데, 원스 어폰 어 타인 인 어메리카에서 보여준 그 극강의 아우라는 보이지 않는다.
그 아우라는 아마도, 제니퍼 코넬리의 것이라기보다, 세르지오 레오네감독의 것이리라.
이 영화에서 카리스마를 발휘하는 사람은, 가수 데이빗 보위다. 중성적인 얼굴을 하고
요란스런 옷을 입은, 펑키한 록가수를 연기한다. 이 사람이 트롤의 왕이다. 카리스마와 베일 듯 예리한 용모
그리고 차가우면서도 열정적인 표정과 발성연기 - 카리스마 그 자체다. 그리고, 데이빗 보위의 뮤직비디오라고 할 만한
장면들이 여럿 등장해서 그의 노래와 영상이 어우러진 장관을 연출한다.
제니퍼 코넬리는 아직 남을 생각할 줄 모르는 소녀다. 그 정도까지 아직 자라지도 않았다.
하지만, 미로를 탐험하면서 동료들을 만나고, 그들을 북돋아서 미로를 통과하여 성까지 가야한다.
어린 소녀는 이 과정을 거치면서 성숙해진다. 혼자가 아닌, 친구를 이해할 줄 알게 된다.
심지어는 그 친구가 자길 배신했다고 하더라도, 그를 용서하여 함께 한 길을 걸어갈 줄 알게 된다.
여러번 자기를 가로막고 위협하는 괴물들과 싸우면서 용기를 배우게 되고,
토비를 찾아 성으로 가면서 책임에 대해 배우게 된다. 미로에 처음 들어갈 때의 제니퍼 코넬리와
미로를 나올 때 제니퍼 코넬리는 다른 사람이다.
마지막에 성에 도달한 제니퍼 코넬리와 데이빗 보위가 대결하는 장면은 정말 수작업 특수효과의 진수를 보여준다.
이것은 어떤 기준으로 보아도, 반지의 제왕이 판타지라는 것과 같은 기준에서 판타지영화다.
아찔할 정도의 수작업으로 하나 하나 만들어낸 특수효과들은,
정말 동화적이고 환상적인 상상력의 풍성한 축제가 아닐 수 없겠다.
추천인 6
댓글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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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감사합니다!
수작업의 아름다움.. 노래도 잊을 수 없고..
빛나는 제니퍼 코넬리의 미모까지 +_+
악당인 대마왕은 미남 록가수이고 동료들은 어리벙벙하게 생긴 괴물들이라는 것도 어찌보면 꽤 전복적인 설정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