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오브 인터레스트> 일본 특별 상영회에 온라인 참여한 조나단 글레이저 감독
영화 <존 오브 인터레스트>의 특별 상영회가 도쿄 유로라이브에서 개최되었다. 상영 후 진행된 GV에는 감독 조나단 글레이저, 음악을 담당한 미카 레비, 프로듀서 제임스 윌슨이 온라인으로 참가했다.
영화는 제2차 세계대전 중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와 벽 하나를 사이에 둔 저택에 사는 수용소 소장과 그 가족의 삶을 그린 이야기다. 먼저 사회자가 열화상 카메라를 사용해 사람의 모습이 아닌 체온이 시각화되는 장면의 의도를 묻자, 글레이저 감독은 “윤리적으로도, 시각적으로도 다른 장면과 대비를 이루고 싶었고, 열화상 카메라가 이 장면을 비추기에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1943년이 배경이기 때문에 자연광으로만 촬영하고 싶어서 다른 모든 장면은 모두 자연광으로 촬영했다. 그렇게 하면 야간 장면을 촬영할 수 없기 때문에 하나의 방법으로 열화상 카메라를 사용하게 되었다”라고 밝혔다.
한 관람객이 “등장인물의 표정이 잘 보이지 않았는데, 어떤 의도가 있는 것이냐”고 질문하자 글레이저는 “의도적으로 그런 연출을 했다. 관객을 영화적 심리로 이야기에 끌어들이고 싶지 않았다. 벽에 붙어 있는 파리처럼 등장인물들을 관찰하는 느낌으로 사물을 바라보길 원했다. 등장인물들의 행동, 대화, 몸의 움직임 등을 오롯이 바라보게 하는 것이 목표였다. 비판적인 거리를 유지하고, 무엇보다 나 자신이 감독으로서 배우들의 연기를 보는 것이 아니라 마치 실존 인물의 다큐멘터리를 찍는 것처럼 찍고 싶었다”고 답했다.
그리고 등장인물들의 리얼한 행동을 담기 위해 이 작품에서는 몰래카메라처럼 세트 안에 소형 카메라를 여러 대 설치하여 동시에 촬영하는 방식을 취했다고 한다.
프로듀서 윌슨은 “재정적으로나 시간적으로 상당히 어려울 것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고 운을 뗀 뒤 “하지만 그것이 리스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현장에서는 예를 들어 하루의 전반은 촬영을 하고, 후반에는 다음 장면의 배우들 동선 등을 치밀하게 계획하고 다음 장면 촬영에 들어가는 식의 진행이었다”라고 회상하며, “10대의 카메라를 동시에 돌리는 것은 물론 힘들었고, 상당히 계획적으로 진행해야 했다. 기믹으로 사용한 것이 아니라, 작품의 주제를 제대로 그려내기 위해 이런 촬영 방식을 하나의 방법으로 사용했다. 이 가족이 지금 여기에 살고 있고 그리고 그것을 우리는 가까이에서 보고 있는, 그런 느낌을 관객들이 맛보길 바랐다”라고 말했다.
이 작품에는 소리만 들리는 캄캄한 장면이 간간이 등장한다. 이러한 실험적인 구성에 대해 음악, 음향 디자인을 담당한 레비는 “영화의 표현은 구상과 추상으로 나뉘는데, 이 추상적인 부분의 소리에 대해서는 스토리적인 논리를 따라가기보다는 감각적으로 영상을 보면서 만들어 나갔다. 소리로 이야기를 이끈다기보다는 어떤 방향성을 의식했다. 예를 들어 이 소리, 이 스코어는 아래를 향해 가고 있고, 이건 위를 향해 가고 있고......처럼 논리보다는 감각적으로 만든 부분이 크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소위 말하는 타이틀 시퀀스와 음악에 이어 어떤 풍경이 나오는 것이 영화의 방식인데, 이 작품에는 독특한 의도가 있다. 그것은 바로 칠흑 같은 어둠이 나오는 장면이다. 어둠 속에서 갑자기 소리를 들려주는...조금 이상한 느낌이 들 것이다. 요컨대 이 작품은 눈으로 보는 영화가 아니라 귀로 듣는 영화이다. 그래서 감독은 관객이 귀로 소리를 섬세하게 들을 수 있기를 바랐고, 먼저 소리를 들려줌으로써 관객의 귀를 소리에 익숙하게 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기획 초기 단계부터 결정된 사항이다. 사운드 디자인으로서 귀를 자극하도록 설계했다. 영화에서 벌어지는 폭력은 눈으로 볼 수는 없지만 귀로 느낄 수 있는 그런 사운드를 디자인했다”
글레이저 감독은 지금 시대에 홀로코스트를 주제로 한 영화를 발표하는 의미와 이유를 묻자 “예전부터 홀로코스트에 대한 영화를 찍고 싶었지만, 홀로코스트 영화는 지금까지도 많이 만들어졌다. 그 영화들의 답습이 되지 않는 영화를 찍고 싶었고, 이 작품에서는 가해자 측의 시선으로 바라본 것을 그렸다. 80년 전의 일이고 역사물인데, 왜 우리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가 하는 생각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다. 지금 이 시대의 현재와 무관한 이야기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 세상에 제대로 호소할 수 있는 영화가 될 수 있도록 구성을 짜고 싶었다”라며 현대성을 부여하는 것이 중요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사회자는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각종 분쟁에 대해 당사자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인간의 태도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영화라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글레이저 감독은 “우리는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묵인하고 어딘가 공범적인 관계에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것은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대면하는 것을 피하고 안전한 영역 안에서 지내고 싶다는 것이다. 이 작품에서는 그런 묵인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극단적인 예를 보여 주려고 했다. 그리고 이 야망에 찬 부르주아 가족 안에서 여러분들이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면, 결국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있지 않을까? 이 영화는 머리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묵직하게 느낄 수 있는 영화로 만들려고 노력했다. 마치 독이 든 과일을 먹은 것 같은 쓴맛, 너무 씁쓸해서 다시는 입에 대고 싶지 않은......그런 쓴맛을 느꼈으면 하는 영화이다”라고 회상하며, 마지막으로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에게는 묵인하거나 공범이 되는 것, 그것을 거부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라며 일본 관객들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전했다.
(출처: 일본 eiga.com)
블록버스터들 제치고 오스카 음향상 받을 정도라니.. 사운드 어떻게 들릴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