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erno (1980) 다리오 아르젠토의 마녀 3부작. 마리오 바바의 최후작품. 스포일러 있음.
얼마 전 말룸이라는 영화를 보았는데, 오컬트영화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이 걸작을 만나게 된다.
바로 다리오 아르젠토의 인퍼노다. 만년의 마리오 바바가 사실상 촬영감독을 해서 그의 최후작품이라고 보아도 된다.
스토리는 오컬트영화 매니아들의 가슴을 뛰게 하는 마녀 이야기다.
로즈라는 이름의, 뉴욕의 어느 아파트에 사는 여자는
우연히 18세기 바렐리라는 과거 연금술사가 쓴 three mothers 라는 책을 읽게 된다.
오컬트매니아인 그녀는 책의 내용에 매료된다.
책의 내용인즉, 세 명의 끔찍한 마녀들이 각각 프라이부르크, 뉴욕, 로마에 집을 짓고 거기 산다는 것이다.
그 집을 지은 사람이 바렐리 자신이라고 한다.
프라이부르크의 집에 사는 마녀 - 바로 서스페리아의 그 마녀다.
여기 나오는 마녀는 동화 속 나오는 마녀가 아니라, 끔찍하고 무서운 악의 존재다.
악마의 힘으로 무서운 파장을 치고 그 안에서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고 수백년을 살아온다.
심지어는 악마숭배자들조차도 그녀들의 악마적인 힘에 공포에 떤다.
책에는 삽화로 뉴욕의 마녀 집이 그려져 있다. 로즈는 경악한다.
그 그림 속 마녀의 집이 자기 아파트와 똑같이 생겼지 않은가?
그리고 마녀의 집에서는 썩은 단내 비슷한 악취가 풍긴다는데, 그것도 자기 아파트와 똑같다.
이 정도 증거 갖고 자기 집이 마녀의 집이라고 단정짓기에는 무리지만,
로즈는 호기심에서 마녀를 찾아나서기로 한다.
그러자, 그녀 주변에 이상한 일이 발생하기 시작한다. 귓가에 누군가 자기 이름을 속삭이는 소리가 들리는가 하면,
검은 장갑을 낀 손이 칼을 들고 주변에 어슬렁거린다. 로즈가 마녀를 찾아나서다 보니, 그동안 주변의 이웃으로
친숙하게만 생각했던 사람들이 뭔가 조금씩 이상하다. 평범했던 일상이 공포스런 수수께끼로 가득 찬 악몽스런
경험이 된다. 아파트 지하 2층에 가자 몸 하나 간신히 들어갈 만한 구멍이 뚫려 있다. 구멍 아래에는 물이 가득 차 있다. 별 것 아니게 보았는데,
알고 보니 그 안 물 속에는 18세기식 화려한 방이 있고 썩어버린 익사체가 그 속에서 떠다닌다.
그녀는 지금까지 신비롭고 악마적인 연금술사가 지어놓은 저택에서 살고 있었던 것이다.
사실 이 영화의 절반 성공은 마리오 바바의 덕이다.
강렬한 조명과 현란한 색채가 공포 분위기를 조성한다. 뭐라 말할 수 없는 미묘한 공포가 화면을 물들인다.
로즈는 로마에서 공부하는 자기 오빠에게 편지를 쓴다.
오빠는 동생이 걱정되어서 뉴욕으로 날아온다. 하지만 늦었다. 동생은 이미 누군가의 칼에 난자되어 죽어 있다.
이 영화의 진짜 주인공은 오빠 마크다. 로즈는 마녀의 흔적을 추적하다가 중간에 살해당한다.
마녀의 존재를 끝까지 추적해서 밝혀내는 사람은 마크다.
마크가 등장하면서, 영화는 추리물로서의 성격을 갖게 된다.
그렇다고 치밀한 추리물은 아니고, 추리물의 형식을 띠면서 마크가 서서히 마녀의 방으로 다가가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이 영화의 매력은 바로,
마녀에 관한 오컬트책을 읽고 그 마녀 저택을 찾아가는 듯한 생동감 현실성을
느끼게 해준다는 것이다.
마리오 바바의 현란한 색채감각은 여기서도 빛을 발한다.
사실 이 영화의 공포는 강렬한 원색들의 충돌에서 온다. 마리오 바바 그리고 다리오 아르젠토의 스타일이다.
마침내 마크가 지하에 숨겨진 마녀의 방에 들어갔을 때의 공포는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영화 내내 그가 그렇게
찾아 헤멘 마녀의 방이 마크의 방 지하에 숨겨져 있었다니. 그리고 불꽃 속을 걸어 마크에게 다가오는
검은 마녀의 실루엣은 정말 대단히 아름답다.
마녀는 마크를 데리고 지옥의 모든것을 경험하게 해주겠다고 말한다. 마녀의 방은 불타버리고 마크는 간신히
아파트를 탈출했지만, 마녀는 나중에라도 그를 지옥으로 데려가지 않았을까? 그는 바로 그 순간 영원히 저주받은 것이다.
다리오 아르젠토는 지알로의 거장이다. 그는 검은 장갑을 낀 살인자를 늘 등장시키는 것으로 유명하다.
사실 검은 장갑의 살인자는 마리오 바바가 그의 영화 bay of blood 에 이미 등장시켰지만.
그는 현란한 살인장면의 연출에 집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살인박물관까지 지었다고 할 정도다.
유니크하고 현란한 스타일과 엄청 약한 스토리텔링 - 딱 지알로의 특징을 대변하고 있다.
하지만 다리오 아르젠토는 지알로를 만들었지, 오컬트영화는 몇개 안된다. 서스피리아와 인퍼노 - 이 영화는 마녀 삼부작 중 2편이다. 세번째 눈물의 마녀는 만년에 경력이 저물 때 만들었는데, 범작 이하의 작품이다.(그래서, 혹자는
다리오 아르젠토의 서스피리아와 인퍼노는 그의 작품이 아니라, 여자친구였던 다리아 니콜로디의
아이디어였다고도 한다.)
꼭 지알로의 팬이 아니더라도, 화려하고 색채적인 스타일의 극한을 느껴보기 위해 다리오 아르젠토의
서스피리아와 인퍼노는 꼭 보아야 하지 않을까. 마리오 바바와 다리오 아르젠토 이후 그와 비슷한
스타일의 영화를 본 적 없다. 표현주의영화를 현대에 화려하게 색채적으로 재구성해서 만든 것같다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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