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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금호러] 자극과 흥분의 쾌속질주 - 피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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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스트 - Feast (2005)
자극과 흥분의 쾌속질주


존 걸레거 감독의 <피스트>는 엉뚱하고 유쾌하며 재미있는 영화입니다. 특히 고어팬들을 흥분시키는 피범벅 살육으로 점철되어, 그들에겐 멋진 시간을 보낼수 있도록 배려를 아끼지 않습니다. 한 마디로 영화에서 벌어지는 상황들은 축제 같아요. 당연히 '피의 축제'입니다.


이야기의 무대는 한적한 곳에 위치한 허름한 술집입니다. 많은 손님들이 한가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난데없이 피범벅인 채 총을 든 의문의 남자가 들어옵니다. 사람들은 잔뜩 긴장하는데, 이 남자는 너희를 구해주러 왔다면서 괴물의 시체를 보여주며 썰을 풉니다. 사람들은 남자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으면서 수긍하며 신뢰를 하게 되는데, 그 순간 괴물의 습격이 시작됩니다.


<피스트>는 350만 달러 정도의 예산으로 만들어졌는데, 영화를 보고나면 피떡칠을 위한 메이크업, 특수 분장, 괴물 만들기 등 시각효과에 올인했나 싶을 정도로, 피콸콸 사지분리를 위해 질주합니다. 영화의 모든 구성이 오로지 그 하나에 집중된 것처럼 열정적이죠. 허름한 술집에 왜 손님들이 많이 모여 있을까? 드라마를 만들기 위한 인물이 아닌, 그저 한 명이라도 더 죽여야 할 대상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럼 뭐 어때요. 본질에만 충실하면 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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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희생자를 위한 구성들을 초반부터 노골적으로 보여줍니다. 게임 캐릭터를 소개하듯이, 한 명 한 명 소개를 해나가죠. 일종의 캐릭터 카드 같은 통계 수치를 보여주는데, 이름이나 직업, 그리고 이 인간의 기대 수명 같은 것이죠. 영화가 시작할 때 쓰윽 보고 지나치게 되는데, 이 수치는 정확한 정보를 담고 있기도 합니다. 그리고 공통적으로 술집에 모여 있는 사람들은 이름이 없습니다. 바텐더, 히어로, 히로인 같은 식으로 불리게 됩니다.


이런 소개 방식은 굉장히 재미있는 구성입니다. 다른 영화도 아니고, <피스트>는 피를 위해 만들어졌으니, 희생자가 될 사람들의 간략 정보를 담은 통계는 인상적으로 남습니다. 물론 달리 생각할 수도 있죠. 영화가 장난이냐? 시건방지게 느껴질 수도 있어요. 하지만 뒤에 이어지는 피바다 쇼를 접하게 되면 캐릭터 카드의 쓰임에 대해서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피스트>는 고어 파티를 위한 여러 방해 요소들을 깔끔하게 쳐내고 이야기를 진행합니다. 술집을 습격하는 괴물은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존재인 듯, 아무런 설명이 없습니다. 별안간 나타나서 소개된 술집 손님들을 죽이고 또 죽이며 먹어치울 뿐이죠.


<피스트>에서 괴물은 여러 마리가 투입됩니다. 이 괴물은 부모도 있고 자식도 있고 나름 가정을 이루고 있습니다. 둘을 구분하는 것은 신체 사이즈입니다. 아무래도 자식이 부모보다 작지만, 작은 고추가 맵다고 이것들은 정말 무자비합니다. 빠른 스피드로 사람을 따라 잡고, 날카로운 손톱 발톱으로 피부를 찢어발기고 능숙하게 절단해내고 있죠, 상대적으로 부모들은 자식에 비해 큰 활약을 보여주진 않는 것 같습니다. 그냥 존재 자체로 위협이 되는 괴물이죠. 하지만 부모 괴물은 분명한 용도가 있습니다. 살육이 시작될 때는 인간들이 일방적으로 당하지만, 조금씩 대응을 하면서 자식 괴물을 죽이는 단계까지 발전합니다.


여기서 <피스트>의 황당하지만 매력 넘치는 설정이 등장합니다. 자식 괴물이 죽음을 당하자, 부모 괴물들은 애도의 시간을 가질 겨를도 없이 곧바로... 떡타임을 가지고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 임신과 출산을 5G급으로 해냅니다. 그렇게 세상에 나오게 된 자식 괴물은 뭘 하겠어요? 곧 바로 술집에 투입되어 형과 언니가 못 다한 살육을 이어갑니다. 많은 고어 영화들이 피범벅과 신체 훼손에 지나치게 집중하고 오래 끌면서 흥미와 재미를 잃어버리곤 합니다. <피스트>는 빠른 속도감의 고어 파티 속에서 이런 재미있는 상황을 뻔뻔하게 툭 던져 넣습니다. 절로 무릎을 치면서 탄성을 자아내게 하죠. 그래! 이 맛이야! <피스트>는 대량의 살육과 어이상실 유머로 아드레날린 분비를 촉진시킵니다. B급 영화의 매력이란 이런 것이었지, 라며 감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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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스트>는 모자람이 없는 시체와 피의 향연입니다. 그렇다고 덮어놓고 마무리까지 무식하게 달리진 않습니다. 그러니까... 이런 영화의 살생부란 게 있죠. 닮고 닮은 눈치 빠른 장르 팬들은 다음에 죽을 희생자를 족집게처럼 집어내지만, <피스트>에서는 글쎄요. 죽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전혀 뜻밖의 사람들이 돌발적 상황으로 죽음에 이르게 됩니다. 예측을 빗나가는 죽음의 순서는 환기 작용을 합니다. 일종의 장르 클리셰들을 비틀기도 해서, 그런 점들을 눈여겨 보시는 것도 영화를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방법입니다.


<피스트>는 결코 걸작이 아닙니다. 하지만 짜릿한 자극과 흥분으로 가득한 영화인 건 분명합니다. 그 때문에 사랑스럽기도 하죠. 영화의 엔딩과 함께 빠른 속도로 잊혀질 순 있겠지만, 적어도 러닝타임 내내 우리의 표정에 행복한 미소가 끊이지 않도록 보장합니다. 무대뽀식 고어 영화 취향인가요? 그럼 <피스트>를 당장 보도록 하세요. 이건 영화를 추천합니다가 아니라, 고어팬들의 의무입니다. 아... 고어 팬들이라면 당연히 일치감치 챙겨봤을 겁니다.

 


1. 시리즈가 3편까지 제작되었습니다. 사실 1편의 흥행이 좋지는 않지만, 2차 매체 시장에서 인기를 끌면서 속편이 나올 수 있었죠. 완전히 독립된 이야기가 아닌, 하나로 쭉 연결이 되기 때문에 전체를 다 보는 것도 괜찮습니다. 물론 1편이 가장 좋습니다.


2. 바텐더 역을 연기한 배우 클루 걸레거는 영화의 감독인 존 걸레거의 아버지입니다. 그는 극중 자신이 빌리 더 키드가 아니라고 하는데, 과거 자신의 출연작인 <더 톨맨>에서 빌리 더 키드를 연기했습니다. 2022년에 세상을 떠났다고 합니다.


3. 히어로 역에 마크 월버그가 제의를 받았지만, 거절했다고 하는군요. 


4. 원래 시나리오엔 더 많은 액션과 피범벅이 있었지만, 예산 문제로 생략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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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어파뤼 작품이군요. 취향은 아니지만 흥미로운 B급 느낌입니다. 일단 찾아보긴 하렵니다. 볼지는 모르겠지만 ㅋ
왠지 '황혼에서 새벽까지'와 '미스트' 가 살짝 생각나는군요.
12:11
24.04.12.
뚜바뚜바띠
삭제된 댓글입니다.
20:55
24.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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