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듄2' 또다른 형태의 걸작
화제작 '듄2'를 봤습니다.
결론적으로는 매우 만족스러웠는데요.
언젠가는 또 나오겠지만, 상당한 기간 동안 이 영화를 뛰어넘는 '듄'은 나오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 사막이라는 곳은, 환경상 '정신적'으로 느껴질 수 밖에 없는 곳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스토리 자체도 그렇지만 이 영화가 마치 정신 속에서 벌어지는 이야기 같은 느낌이 있는 것 같아요.
드래곤볼에 나오는 '시간과 정신의 방'에서 벌어지는 이야기 같은? ^^
- 무엇보다 영상과 음악과 배우들이 환상적입니다.
그것들만 보고 있어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 수 있을 만큼요.
장면 하나하나, 의상 하나하나, 배우들 얼굴 하나하나가 모두 황홀할 지경입니다.
가슴을 때리는 음악, 입이 떡 벌어지게 하는 이미지들이 넘쳐납니다 ㅠㅠ
- 이 영화를 보기 전에, 그 유명하고 위대한 트릴로지 영화들.
반지의 제왕, 스타워즈 이런 영화들... (저는 매트릭스도 넣고 싶습니다만)
이런 영화들을 뛰어넘는 걸작이 나온게 아닐까 생각했습니다만, 결과적으로
그렇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대중영화로서의 걸작 트릴로지.에는 살짝 못 미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약간 다른 필드에서. 대중영화와 예술영화의 중간영역 정도에서라면
거의 역대 최고 걸작으로 올려도 좋을 만큼의 훌륭한 성취라고 생각합니다.
- 위에서 말한 약간의 아쉬움은, 대중영화로서는 약간 불친절하고 약간 부족하다는 점 정도입니다.
이렇게 막대한 자본이 투입되는 영화에서는 제가 알기로, 중요한 액션 시퀀스를 치밀하게 설계해서
그걸 일종의 텐트폴처럼 곳곳에 배치하면서, 그와 함께 스토리와 다른 것들을 직조해 나가는 걸로 알고 있어요.
액션 시퀀스의 강도나 규모, 스타일을 치밀하게 설계하면서요.
그런 부분이 조금 부족하지 않나 싶은데, 그건 아마도 감독님의 성향 때문인 것 같습니다.
양식 셰프한테 한식 기준으로 뭐라 할 수는 없는 것처럼요.
- 마지막 전투의 길이도 좀 부족하고, 그 양상과 전개,결말에 대한 묘사가 좀 부족해 보였어요.
그보다 다른 걸 더 중요하게 생각하셨겠지만, 대중은 그걸 좀더 만끽하고 싶어하는 게 분명하잖아요.
-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의 위대함에 크게 흠결이 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 걸 제외한 부분들이 너무나 훌륭하기 때문이구요.
그동안 유명한 영화들의 원조의 원조격인 영화들, 예를 들어 '존 카터: 화성의 공주' 같은 영화들이
정작 영화로 나오면, 그 영화에 영향 받은 수많은 영화들 때문에 오히려 아류작처럼 느껴지면서
흥행에도 참패하는 경우를 많이 봐왔는데, 이 영화도 그럴 위험이 상당히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독창적이면서 훨씬 더 깊이있고 훌륭한 영화로 만들어낸 건 그야말로 감독님의 위대함이라고밖에 볼 수가 없습니다.
- 제가 이 영화를 보면서 제일 신기하고 신비롭게 느꼈던 점은,
이 영화가 묘한 기시감을 불러 일으킨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예전에 봤던 린치 버전 듄이나, 혹은 제가 어릴적 봤을 수 있는 일러스트 삽화 같은 것 때문 아닐까도 생각해서
검색도 많이 해봤는데 그건 또 아닌 것 같아요.
모든 위대한 작품들이 그렇듯, 뭔가 나도 알 수 없는 근원적인 무의식 같은 것에 닿아있어서 그런게 아닐까...
하고 자꾸 생각하고 싶어지는데요.
초고대문명의 태고적 기억, 또는 머나먼 미래의 머나먼 우주에서의 이야기에 대하 근원적 끌림, 또는 수많은 원형적 위대한 이야기들의 흔적.
이런 게 아닐까 생각되는데요.
그래서 영화를 보는 동안 순간적으로 머릿속이 아득~해지면서 마치 유체이탈하듯 하는 경험을 한 적이 몇번 있었습니다.
보통 영화를 보게 되는 뇌의 이성적인 부분, 감성적인 부분이 아닌 또 다른 영역이 작동하는 듯한 느낌이었어요.
이런 정도의 느낌을 불러 일으키는 영화가 결코 흔한 게 아니잖아요.
그것만으로도 저는 이 영화에 찬사를 보내고 싶습니다.
- 듄친자.까지 될 것 같진 않지만.
또 뭔가 2% 부족한 느낌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이 영화가 남겨준 그 강렬하고 웅혼한 이미지들은, 그 어떤 영화보다도 오랜 동안
제 뇌리에 각인되어 남아 있을 것 같습니다.
사족>
린치 버전 듄.은 몇번을 보면서도 졸면서 봤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항상 꿈속에서 벌어지는 이야기 같은 느낌으로 남아있어요.
시종일관 웅얼대는 몽롱한 나래이션 때문이기도 하구요.
하지만, 이 영화를 보고 나니 이상하게 그 영화도 의외로 괜찮은 영화였다는 생각이 자꾸 듭니다.
이 영화가 못해서가 아니라, 이 영화가 그만큼 듄의 세계를 잘 보여줘서인 거겠죠.
듄의 세계를 좀더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나니, 그 영화도 다시금 새롭게 보이는 것 같습니다.
한번 다시 볼까 합니다^^
숲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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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부터 반지의.제욍이 더 뛰어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제게는 반지의 제왕도 2% 아쉬움이 있는 건 사실이예요. 약간 유치한 느낌 같은 거?
반지의 제왕.은 2편에서 판타지보다 전쟁영화 성격으로 전환한게 신의 한수 였다고 생각하고, 대중영화로서 매우 적절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듄은 그런 면에서 조금 아쉬운 거구요. 하지만 그렇다고 반지의 제왕이나 기타 다른 트릴로지 보다 못하다...라고 하기엔 듄의 성취 또한 너무 뛰어나다는게 제 생각입니다. 그래서 약간은 다른 필드를 마련해서라도 칭송해 주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이구요. 마치 맷 리브스의 배트맨 처럼요^^
원작소설에서는 등장인물들의 생각과 심리의 묘사를
작은 따옴표를 쓰는 독백으로 처리하는 경우가 많은데,
데이빗 린치의 듄에서는 그 방식을 그대로 따라한 것 같더군요.
등장인물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기는 좋은데,
극의 흐름이 자꾸 끊어지는 느낌이 들어요.
게다가 독백을 속삭이는 목소리로 연출해서 몽롱하게 느껴지는 것도 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