듄 2 (2024) 잘 만든 블록버스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스포일러 없음.
이 감독에게서 기대하는 것은 이 정도가 아니기 때문에
보고 나서 실망했다. 하지만, 이것은 상대적인 문제다.
이 정도 돈이 투입된 영화를 만들면서 관객들에게
불친절한 영화를 만들기란 불가능했을 것이다.
영화가 스토리면에서나 화면에 스토리를 구현하는 데 있어서나 엄청난 규모라서 힘들었을 텐데,
블록버스터 감독으로서 그 역량을 제대로 발휘했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그 이상을 기대해서는 안되는 것 같다.
우선 영화가, 스토리를 충실히 따라간다 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전형적인 액션영화다.
듄1과는 천지차이다. 1편에서 자기 영화를 만들었는데, 사람들이 자기들이 기대하는 영화가 아니었다고 비판하니까, '으아, 이번에는 거대한 액션씬들을 막 집어넣어서 볼 거리 풍성한 블록버스터를 만들어야 해'하고 작심하고 만든 것 같다 (이번에는 자기가 프로듀서도 하였다고 하니 더 그랬을 것이다.). 애초에, 1편 이후 감독은 수시로 이번 영화는 action packed blockcuster 라고 강조해 왔다.
이 영화에서 아주 단단히 약속을 지켰다.
스토리 전개에서 잠시 벗어나 인물을 묘사한다든지 주제를 제시한다든지 그런 것 없다.
그런데, 그 전개라는 것이 아주 빨라서 영화 처음에 "자, 싸우자"하고 일어섰다가 1시간 뒤에 행성을 집어삼키고 2시간 뒤에는 행성계를 차지하는 그런 스피드다 (이것은 줄거리가 아니라 비유다). 빨라도 너무 빨라서
만일 그 행성에서 "대한 늬우스"같은 것을 만들어 상영한다면 꼭 이럴 것 같다. 스토리 전개라기보다
"필요한 정보만 쪽집게처럼 꼭꼭 집어줄께"하는 기분이다.
사막종족 프레멘의 생태기라고 할 정도로 이들에 대해 자세하다. 주인공이 그 속에 숨어들어 있으니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너무 비중이 여기 놓여져 있다. 하지만 나머지에 대해서는 묘사가 빈약하다.
가령 이 영화에서 프레멘의 종교는 큰 역할을 하는데, 어떻게 이 종교가 프레멘의 사상적 기반이 되었는지에 대한 핍진한 묘사 대신에, "19세기 백인들이 밀림 원주민들을 찾아가 그들의 종교를 보며 피상적으로 신비해 하는" 그런 식으로 다루어져 있다. 프레멘 종교가 어째 "무안단물 마시면 반인반신이 된다" 수준으로 그려진다. 그렇게 보니까, 이 영화 주인공 티모시 샬라메는 서양제국주의 속의 백인 이미지와 비슷하다. 19세기 원주민들 사이에 들어가 단숨에 존경 받는 백인(?) 그리고 프레멘들은 티모시 샬라메를 경이의 눈으로 보면서 추종하는 어리석은 원주민들과 비슷하다.
CG가 대단하다. 우리가 가 본 적 없는 어느 먼 행성의 사막 협곡과 험준한 바위봉우리를 헤메다니는 느낌을 준다. 하지만, 이것도 문제가 좀 있다. CG가 매끄럽게 완성되지 않아서, 거대한 우주선인데 꼭 땅 위에 프라모빌 놓아둔 것처럼 아주 작게 느껴지는 씬도 있고, 원근법이 잘 맞지 않는 씬도 있고, 현실감이라기보다 CG로 만들어놓은 조악한 이미지처럼 느껴지는 씬도 있다. 하지만, 이것은 전체 CG의 0.1% 수준이니, 나머지 CG는 대단한 스케일과 박진감을 자랑한다.
그리고, 전쟁씬에도 문제가 있다. 보기에는 엄청나게 거대한 항공모함같은 우주선인데, 기관단총같은 광선총으로 두두두두 쏘면 지푸라기처럼 불붙어 넘어진다. 옛날 서부영화에서 백인이 총 한번 팡 쏘면, 인디언들이 우수수 떨어지는 그런 장면 비스무리하다. 그래서, 규모는 크고 화려한데, 피 터지는 박진감은 부족하다.
움악이 좋았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서 원시인들이 나올 때 신음소리 비슷한 음악이 나오지 않는가? 그 비슷한 느낌의 음악이다.
결론은? 잘 만든 블록버스터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감탄하며 본 부분도 많았고 재미있게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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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일단 재밌게 보신 것 같긴 하네요.
원작이 1965년에 나왔고, 그걸 충실히 옮기다 보니 당시엔 신선했을 지라도 지금 시점에선 클리셰처럼 된 부분도 있고 그런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