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스포) 서울의 봄 2번 보니 보이는 것들.
서울의 봄 2번 봤습니다.
평이 좋다길래 개봉한 주 일요일에 큰 아들과 둘이 봤고,
와이프가 보고싶다는데, 혼자가기 싫다해서 지난주 일요일에 와이프와 둘이 봤습니다.
첫번째 관람에서 충분히 열받고 답답했었는데, 그 느낌을 또 받기 싫어서 가기 싫었지만, 와이프 혼자 외로울까봐 에스코트 했습니다.
두번 보니 처음 볼때 초반 등장인물들이 무더기로 나오느라 놓쳤던 부분들,
12.12 사태라는 큰 역사적 쿠데타를 일으킨 것은 전두환이지만, 결과적으로 그의 성공에 일조하게된 여러가지 요인들,
특히, 역사 의식의 부재 등 처음 볼때 안보였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1. 반란군 상대편 지휘관들의 오합지졸
계엄사령관을 대통령의 재가없이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장이 무력으로 체포한 것이 쿠데타가 맞는데도 불구하고, 하나회가 아닌 군 장성들 내에서 무력충돌을 피하고 대화로 해결하자, 날밝으면 얘기하자 등 군인의 본분을 망각한 안일한 판단들로 사태를 키우게 되었던 것이 좀더 눈에 들어왔습니다.
반란군의 신사협정을 믿고 아군측 공수부대를 철수시켰다가, 상대측 공수부대가 쳐들어오자 부랴부랴 도망가는 모습들... 전시 상황이라면 중요한 처벌을 받을 지휘관들이었습니다.
2. 우리 사회 이익집단의 판박이, 하나회
군 내부에서 하나회라는 육사출신의 이익집단을 만들어 자기들만의 세를 키워나가며 정치를 하는 군인들의 모임의 모습은 우리 사회의 작은 축소판이며, 회사나, 단체에서 특정 출신 소속 이익집단이 정치를 하는 모습과 판박이라고 보입니다.
하나회 맴버들이 군 도처에 숨어있다가, 하나회의 쿠데타 발생시
공수여단장이 공수부대 사령관을 안따르고, 하나회 지휘부를 따르고,
수도경비사령부 예하 부대 장교들이 하나회 지휘부를 따르고,
3군 사령관이 하나회 인맥 동원으로 움직이게된 장교들의 건의로 수도경비사령부의 지원요청을 거절하는 것을 보니,
나라를 지켜야할 군인들이 사조직 하나회에 충성하는 모습을 보니, 지금 현실을 비춰보게 됩니다.
<1979.12.13 경향신문, 네이버뉴스라이브러리>
3. 정보장악의 무서움
보안사령부의 정보 장악과 언론 통제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도청에 불안해하는 군 지휘관이 자기 부하들의 안전 때문에 진압요청을 거절하는 장면에서 열받지 않을 관객이 있었을까요?
이렇게 큰 사건이 발생했는데 의외로 당시 언론이 조용히 넘어간 것은 왜일까도 궁금했습니다. 찾아보니, 도청으로 모든 정보를 통제하고, 언론도 통제한 보안사령부와 하나회의 의도대로 12.12 사태 다음날 언론을 통해 계엄사령관이 시해사건과 관련있어 연행했고, 일부 장성도 구속했고, 같은 군인간에 오인총격이 있었다, 한강교 통제로 시민들 불편이 있었다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마치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넘어갔지만, 영화에서 보듯 정말 중요한 일들이 벌어졌고 이러한 사실들이 공개되기까지는 군인 대통령 시절이 끝나고, 한참 지나서였고, 제5공화국 mbc 드라마로 정말 드라마같은 일이 일어났을까 무시하고 지나갔는데, 이제 영화로 생생하게 보니 정말 큰 역사적 사건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만약, 그 당시 언론에서 제대로 취재하고 국민들이 알게되었다면, 전두환 신군부 세력이 그렇게 오랫동안 통치를 하게되었을까 싶었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언론 통제, 정보 장악이 무섭다는 것을 다시한번 알게 되었습니다.
4. 결말의 아쉬움
영화 말미에 하나회의 한장의 기념사진으로 보여주며 끝나는데,
이후 반란군 진압세력에 있던 군인들과 가족들이 어떤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고,
하나회가 김영삼 정부 때 해체되고, 강압적인 사후재가를 받아 내란죄로 두 대통령이 처벌을 받게 되었지만, 충분히 죄값을 치르지 않고 사면되어, 천수를 누렸는지 자막으로라도 알려주었다면 좀더 충격이 강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 이완용, 죄값을 받지않고 전두환처럼 천수를 누리고 감 >
5. 근현대사에 대한 정보 부족, 역사 인식의 중요성
일제 시대에 어떻게 나라를 팔고 자기 안위만 챙기며 사는 이완용 같은 매국노가 있을 수 있었을까 생각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를 보고 곰곰히 생각해보니 나라 보다 자기나 자기 집단의 안위만 생각하는 인물들이 현재에도 살고 있다고 생각하니 정말 일제 치하에도 그런 인물들이 살고 있었겠다는 현실감이 듭니다.
특히, 전두광은 둘째 치고, 국방부 장관 같이 자기 목숨 챙기자고 여기 저기 도망다니다 마지막에 매국노 짓을 하는 모습을 보니, 내가 저런 상황이라면 나는 절대로 저렇게 행동하지 않을꺼라고 자신있게 말할수 있을까 생각해 봅니다.
이 모든 것이 자의식, 자기 주인 의식, 역사 의식이 없이 나만 이로우면 된다는 안일한 생각으로 살다 겪게되는 비극의 결과가 아닌가 싶습니다.
역사공부가 대학진학이나 취업을 위한 암기과목이 되고, 가장 최근의 근현대사 역사 공부도 소홀해지고, 오히려 일본이 우리를 이롭게 했다는 역사관이 판을 치는 마당에, 역사의식없이 이기적인 삶을 사는 것도 당연하다고 해야할까요?
(결론적으로)
한편의 재미있는 정치스릴러로 보기에 (해외 관객들이 보면 잘만든 정치스릴러일 뿐이겠지만)
이 작품은 담고 있는 의미가 많은 것 같습니다.
당시 죄를 저지른 사람들이 충분히 댓가를 받지 않았다는 현실에 대한 불편함, 부당함을 보는 관객들이 더 많이 느꼈으면 좋겠고,
그 때 잃어버린 서울의 봄을 우리가 다시 맞이했는지...
내가 저 인물들 중에 하나라면 어땠을지, 어떻게 살아야 할지 다시 한번 생각해 봅니다.
추천인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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