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G는 왜 점점 더 나빠지고 있나?
여러 가지 이유로 점점 더 나빠지는 것처럼 보이는 CG의 이상한 사례를 살펴보겠다. 대규모 예산이 투입된 영화에서 조잡한 CG가 허용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영화 <쥬라기 공원>이 컴퓨터가 만들어낸 이미지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불러일으킨 지 30년이 지났다. 그 이전에도 <터미네이터 2>에서 T-1000의 놀라운 액체 금속 효과와 같은 영화에서 혁신적인 CG를 볼 수 있었다. 스필버그의 <쥬라기 공원>도 이전에 볼 수 없었던 방식으로 공룡을 묘사했다. 컴퓨터로 디자인하고 애니메이션을 구현할 수 있는 가능성은 무한해 보였다.
10년 뒤, <매트릭스 리로디드>는 CG 떼싸움으로 배우를 완전히 디지털로 대체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관객들에게 보여줬다. 그게 완전히 설득력 있게 보였나? 아니다. 그래도 앞으로 10년 안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반신반의하며 지켜보았다. 1편의 트레이드마크인 불릿 타임, CG와 정교한 360도 스틸 사진의 영리한 조합을 잊지 말자.
제임스 카메론은 항상 영화의 최전선에 있는 기술 선구자였으며, <아바타>는 완전히 디지털화된 세계를 창조하는 데 있어 새로운 지평을 열었으며, 그것은 속편의 뛰어난 작업으로 더욱 잘 드러났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T-1000으로 돌아가 보자. 2003년부터 2019년까지 네 편의 터미네이터 속편이 제작되었다. 카메론 감독의 선구적인 첫 번째 속편이 나온 지 12~28년이 지났지만, <터미네이터 2>는 여전히 가장 인상적인 시각 효과를 자랑한다. 그 이후 스크린에 등장하는 모든 공룡 묘사와 비교했을 때 <쥬라기 공원>의 CG도 마찬가지다. 이유가 뭘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ILM과 같은 회사가 초창기에는 ‘적은 것이 풍부한 것이다’라는 전략을 썼고, 이것이 제작사의 요구와 일치했기 때문이다. 급성장하는 기술은 놀라울 수 있지만, 그러한 기술을 살펴보고 결함을 발견할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스필버그는 1975년 '죠스'를 제작할 때도 자신의 방식으로 돌아갔다. 그는 관객이 상어를 실제로 보는 순간까지 계속 암시만 주면서 기대감을 조성했다.
<쥬라기 공원>에서는 티렉스의 거대한 위협을 어렴풋이 보기 전까지 그 녀석의 육식성 식습관을 먼저 보여주는 형태로 빌드업을 많이 한다. 스필버그는 그러한 CG를 적절히 배분했고 대부분은 영화 후반부에 배치했다. 아, 빌드업, 속도 조절, 이런 것들은 과거에나 볼 수 있는 일이 되었다. 그리고 <쥬라기 공원>은 CG와 실제 효과를 훌륭하게 결합했다. 풀 디지털 랩터 장면, 티렉스 장면과 함께 <사인필드>의 뉴먼(배우 웨인 나이트)을 죽인 독을 뿜어내는 녀석 등 공룡이 실제로 지구를 걷고 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뛰어난 애니매트로닉스가 있었다.
초기 CG의 최고 전문가들은 돈을 쓴 관객이 감동을 받을 수 있는 중요한 순간에만 CG를 아껴서 사용했다. 지난 10년 동안 영화에서 CG가 사용되는 방식에 큰 변화가 있었다. 물론 여전히 좋은 사례들이 있고 관객이 전혀 눈치 채지 못할 정도로 은밀하게 사용되는 순간도 있지만, 보통 그러한 사례는 실제 효과 위주로 찍는 제작 방식에 기반을 둔 영화들이 그렇다. 최근의 대표적인 예로는 (대부분의 영화에서 사용하는 불규칙한 그린 스크린 방식과 다르게) 실제로 세트장 스크린에 투사하는 CG 배경을 활용한 맷 리브스의 칙칙하고 때 묻은 것 같은 영화 <더 배트맨>을 들 수 있다.
<더 배트맨>은 질감, 불과 물 같은 요소, 누아르 영화를 연상시키는 조명으로 가득 찬 영화였다. 이 영화는 물리적으로 느껴지는 과장된 세계로 우리를 감쌌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최근의 많은 스타워즈 영화와 TV는 그린 스크린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CG가 넘쳐나 실제 공간에 있는 듯한 느낌을 주지 못한다. CG는 종종 감흥을 주기보다는 분노의 대상이 되고 있다. <플래시>는 내재된 모든 논란과 함께 끔찍한 CG로 인해 관객들로부터 외면당했다.
이제 영화사들은 ‘많은 것이 풍부한 것이다’라는 사고방식으로 운영되는 것 같다. 우리가 보고 있는 코믹북 히어로의 CG 캐릭터는 고무 다리를 달고 공중을 날아다니면서 실제 인물처럼 보이지 않는 살짝 이상한 동작을 취한다. 종종 밋밋한 느낌의 CG 배경이나 몰입감보다는 현기증을 유발하는 빙빙 도는 '카메라'를 배경으로 그러한 동작을 수행한다. 화면의 CG 물체가 너무 많이 작동한다. 카메라가 과하게 움직인다. 프레임이 너무 많이 채워졌고 곧바로 설명할 내용으로 모든 것이 끔찍해 보인다.
그런 장면에 익숙한 젊은 관객들은 상관없겠지만, <탑건: 매버릭>은 다소 충격적이었을 것이다. 그 영화의 눈부신 공중 묘기를 본 젊은 관객들은 그 시퀀스들이 얼마나 실제처럼 느껴지는지 기분 좋은 스릴을 느꼈을 것이다. 얘들아, 내가 어렸을 때 영화는 그렇게 만들어졌단다. 인디아나 존스가 기차 위에서 추격전을 벌이거나, 말에서 탱크로 점프하거나, 큰 바위를 피해 달리거나, 틈새를 뛰어넘거나... 그런 스턴트들은 로케이션이나 사운드 스테이지에서 카메라로 포착한 것이다. 물론 그린 스크린에서 (움직이는) 기차 위로 추격전을 촬영하거나 전체 장면을 디지털로 제작하는 것이 더 안전하긴 하지만, 보기에는 끔찍하다.
<인디아나 존스: 운명의 다이얼>에 대해 많은 말들 있다. 어떤 사람들은 이 영화를 역대 가장 비싼 영화 중 하나로 꼽았다. 해리슨 포드를 40대처럼 보이게 한 디에이징 효과에 감탄한 사람들도 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기 직전을 배경으로 한 영화의 오프닝은 그 시간과 장소에 있다는 결 결코 느끼게 하지 못한 지나치게 긴 시퀀스였다.
인디아나 존스가 40대 버전으로 스크린에 등장할 때 부분적으로는 괜찮아 보인다. 인디가 많이 움직이지 않고 말 없이 가만히 있으면 좋아 보인다. 또한 영화 전체에 걸쳐 가장 많은 시간과 정성을 들인 CG인게 분명하다. 하지만 그가 움직이거나 눈을 굴리거나 말을 하면 환상이 깨지고 그 결과 악몽을 꾸게 된다. 하지만 그 장면은 그 뒤로 이어지는 때때로 잘못 합성된 끔찍한 CG의 모음들의 하이라이트다. 그 때문에 영화가 싸구려처럼 보이지만, 이 영화는 분명히 역대 가장 비싼 블록버스터 중 하나다.
<인디아나 존스: 최후의 성전>에서는 어린 인디아나(리버 피닉스가 훌륭히 연기)가 도둑들에게 쫓기면서 기차 안에서 펼치는 스릴 넘치는 오프닝 액션 시퀀스를 볼 수 있다. 그 장면은 배우와 스턴트맨이 실제로 달리는 기차 위에서 촬영했다. 흥미진진하고 코믹하며 큰 재미를 준다. 하지만 <운명의 다이얼>의 기차 시퀀스는 그렇지 않은데, 고무 같고, 이상하게 짧아 보이는 CG 인디아나가 한밤중 기차 위에서 어설프게 펄쩍 뛰는 장면과 함께 너무 많은 분위기 효과를 추가해서, 90%를 디지털 샷으로 찍는 대작 블록버스터에서 흔히 보이는 끔찍한 현대적 모션 블러를 만들어낸다. 디지털 촬영뿐만 아니라 모든 CG 애니메이션과 CG 요소들, 그레이딩의 정점이며 그러한 것들이 얼마나 어색하게 맞물릴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렇다. 너무 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또한 문제가 있는 제작 과정, 지연(일부는 코로나 관련), 과로(및 저임금)에 대해 불평하는 CG 아티스트와 회사가 증가하고 있다. 영화계의 주요 독점 기업 중 하나인 디즈니는 수많은 아티스트를 고용하여 일회용 콘텐츠에 얇게 분산시켜 왔다. 디즈니는 <쉬헐크>가 만들다 만 것처럼 보이더라도 신경을 쓸까? 인디아나 존스의 마지막 모험이 후반 작업이 지연되고 시간을 더 늘린 뒤에도 엉성하게 느껴진다고 해서 디즈니가 신경을 쓸까? 최근의 파업에서 알 수 있듯이 많은 사람들의 분노가 디즈니를 향하고 있지만, 물론 그들은 신경 쓰지 않는다. 관객들은 그저 지나가는 말로 조악한 품질에 대해 개탄할 뿐이며, 아마도 지금의 콘텐츠가 다음 작품으로 대체될 것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있을 것이다. 10년 전에 정점을 찍고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CG가 중요할까? 새로운 매력은 AI가 될까? 나의 수사학적 질문 할당량은 이제 다 끝났나?
스턴트맨이 단순 명확한 장면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치던 스펙터클 중심의 영화 제작 방식이 그리운 것은 나만의 생각일지도 모른다. 기술적인 결함들에도 불구하고 인디 역을 마지막으로 연기하는 포드의 모습을 보는 것이 즐거웠다고 말하고 싶다. 하지만 정말 그리웠던 것은 영화가 촬영된 장소에 실제로 있는 듯한 거칠고 지저분한 느낌이었다. <레이더스>에서는 먼지와 모래가 느껴지고 멋진 장소와 세트에서 해리슨 포드가 실제로 존재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세트 피스들이 끝없이 이어지는 듯한 현대 블록버스터들처럼 액션 장면들은 빠르게 지나간다.
문제는 왜 실제 촬영과 CG를 더 효과적으로 섞은 5분짜리 시퀀스를 만드는 데 우선순위를 두지 않고 관객을 지치게 하는 15분짜리 형편없는 CG 액션 장면을 만드냐는 것이다. 답은 간단하다. 톰 크루즈나 크리스토퍼 놀란처럼 하면 되는 것이다. 결국 영화 제작비가 3억 달러가 들더라도 형편없는 CG는 영화를 싸구려로 보이게 할 뿐인데, 그것이 블록버스터 영화들에서도 표준이 되고 있다. 내가 각본을 쓴 영화 중 하나인 <Firenado>는 5만 달러로 찍었다. 그 영화는 오스카 시각효과상 수상작이 될 수 없는 CG를 사용했지만, 솔직히 디즈니가 스탭들 밥값에 그보다 돈을 더 들인 영화들보다 크게 뒤떨어진다고 보지는 않는다.
(출처: 플리커링 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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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인디아나 존스 보면서 느낀 그대로를 꼬집었네요.
그들만 할수 있는 영역...
cg만 사용해선 안되는거군요.
과거의 영화 제작 철학은 지금과 비하면 많이 변질됐으니 그 변질된 철학을 언제 다시 교정할지 지켜봐야겠습니다.
별개로 반지의 제왕이 호빗보다 훨씬 먼저 만들어졌는데도, 반지의 제왕이 훨씬 정교한 건 놀랍긴 했습니다...😢
너무 많은 CG라는 점에서는 동의하지만 톰 크루즈, 크리스토퍼 놀란 처럼 하는게 정답이라고 콕 찝은건 좀 과한거 같네요. 그건 그들이니까 가능한 것이라...
아마도 너무 많은 영화들이 너무 많은 CG를 요구하면서 섬세한 디테일은 포기한게 문제가 아닐까 싶네요. 그리고 제작사들은 이 정도만해도 관객들에게는 충분하다는 자만하는것도 문제일거 같구요.
CG에 어설프게 돈들이지 말고 실제 액션이나 물리적 특수효과를 잘 써서 더 나은 화면을 만들라는 소리 같지만
예로 든 두 사람이 워낙 넘사벽이다 보니 전달이 안된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