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리뷰] 인디아나 존스 5 "우리가 원하던 유물은 없었다네"
생각해 봅시다. 분명히 이 영화엔 액션 장면이 정말 많아요. 특별히 완성도가 떨어지는 시퀀스도 없고, 오프닝 장면은 근래 보았던 액션 영화 중에서도 최상위권의 시퀀스였어요. 그런데 극장에서 나오고 몇 시간만 지나면, 우리는 인디아나 존스의 다섯 번째 모험을 거의 다 잊어버리고 맙니다. 대체 왜일까요? 첫 번째 이유는, 보다 지칩니다. 그리고 두 번째 이유는, 인디아나 존스가 없어요.
영화에서 반복되는 추격전만 대체 몇 번인지 세다 졸 뻔했습니다. 유물 이야기하다 악당들한테 잡히고, 빠져나와서 다시 유물 찾다가 악당들한테 잡히고, 쭈욱 원 패턴이예요. 액션의 질이 문제가 아니라, 그냥 액션 시퀀스를 절반으로 줄였어야 합니다. 보물도 나무판을 찾고 나무판의 암호로 다이얼을 찾아야 하는 구조인데, 어차피 원패턴 시전할 거 나무판 빼 버려도 별 문제 없잖아요. 올해 영화관에서 나오고 이렇게 피곤했던 영화는 처음입니다. 심지어 처음부터 끝까지 액션으로 꽉꽉 차 있는데! 단순한 영화의 미덕은 간결함에 있다는 걸 몰랐던 걸까요?
그러면 이런 반복되는 원 패턴을 어떻게 살려야 할까요? 추억 보정 빵빵하게 준비되어 있는 우리의 주인공, 인디아나 존스를 전면에 내세우면 됩니다. 그런데 작중에서 인디아나 존스가 활약하는 장면이 거의 없어요. 대부분 A가 도망가다가 잡히면 B가 구합니다. 서사적 측면에서 보면 인디와 비교해 헬레나의 비중이 너무 과한데, 액션 장면에서도 마찬가지예요. 그렇다고 헬레나가 매력 있는 캐릭터냐 하면 그것도 아닌데, 헬레나는 꾸준히 인디와 목표는 같은데 동기가 다른 불균형 속에서 동행하다 결말부에 와서야 겨우 감화됩니다. 덕분에 헬레나와 인디아나 존스의 관계를 정의 내리기 굉장히 애매해졌고요.
이쯤 되면 알겠지만, 본작은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의 최종장이라기엔 모든 면에서 실격이라고 봐요. 최종장치고는 팬 서비스도 상당히 빈약한 데다 결말부까지 이야기를 끌고 가는 힘도 부족해요. 추억을 가장 큰 무기로 삼을 거라면 작정하고 그쪽에 투자해도 나쁘지 않았을걸요? 신규 팬층도 노릴 거였다면, 러닝타임 줄이던가. 잘 만든 시퀀스에 가지치기를 실패하면 완성도가 어디까지 폭락할 수 있는지 시험해 보는 듯한 느낌이예요. 올드 팬들은 인디아나 존스를 다시 극장에서 볼 수 있다는 데 위안을 삼을 수도 있겠지만, 글쎄요. 이것보단 조금 더 재밌는 모험으로 만나길 바랬을 텐데요.
+ 특별관에서 보겠다면 돌비가 가장 좋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사운드가 엄청 빵빵하고 색감도 좋거든요.
영화에도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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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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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팬일수록 더 아쉬워하는 것 같습니다

인스타 업로드를 위해 줄일 거 최대한 줄이고 쓴 리뷰인데, 사실 더 언급하자면 헬레나만 문제는 아니였죠. 얘기해 주신 대로 뽀글머리 꼬맹이도 좀..

해리슨 포드 옹의 나이가 많기에 액션을 크게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이건 아예 그의 모험기 자체가 아니네요. 저도 크게 실망했네요.
뜬금없이 로마시대가 나와서 쌩뚱 맞았네요.시라큐스전투가 뭔지 찾아봤더니 중요한 고대전투군요.
인디아나 존스 보러온 영화팬들은 인디 활약을 기대하는데... 헬레나는 그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