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eatful dead (2013) 수작과 걸작 사이. 미져리와 일본 하이틴물 그리고 막장영화의 결합. 스포일러 있음.
내가 이 영화 제목 철자를 잘못 쓴 것이 아니라 원래 제목이 저렇다. 제목을 저렇게 붙인 이유를 모르겠다.
하지만 덕분에, 저 영화 제목을 한번 보면 잊지 않게 된다. 어쩌면 제목을 실수로 저렇게 지은 것이 아니라, 일부러 마케팅 목적으로
그렇게 한 것이 아닐까 싶다. 영화를 보면, 이 영화 만든 사람은 머리가 아주 좋다. 센스가 기발하고 관객들보다 두 발은 앞서서 움직인다.
이 영화 저예산이다. 배우들도 좀 어색하고. 하지만 걸작이라고 할까 말까 망설이게 할 정도 작품이다. 순전히 기발한 센스와 차분하고 안정적인 전개, 등장인물에 대한 깊이 있는 고찰, 군데군데 섞어넣는 막장성과 코메디 섞인 호러, 심오한 상징같은 것이 잘 결합되어 있다.
영화는 처음 시작은 하이틴물 같다. 배용준 미소같은 상큼발랄한 미소를 흘리고 다니는 나미라는 소녀가 주인공이다.
어머니가 집을 나간 후 폐인이 된 아버지와 함께 외롭게 자란 그녀는, 아버지마저 돌아가신 후에 혼자가 된다.
아버지 유산을 물려받아 부자가 되었지만, 혼자서도 씩씩하게 산다. 상큼발랄한 미소를 흘리며 자전거를 타고 동네를 휘젓고 다닌다.
여기까지는 시간을 달리는 소녀의 주인공 같다. 외로워도 슬퍼도 씩씩하게 혼자 잘 논다.
나미는 혼자 지내면서 망원경으로 동네 사람들을 엿본다. 뭐 혼자 외롭게 쭈욱 살아왔으니, 이해가 안 가는 것도 아니다.
혼자 고독사한 노인의 집을 몰래 찾아가 기념사진을 찍고 올 정도로 뭔가 똘끼가 있기는 하지만, 뭐 범죄도 아니고, 남에게 피해를 준 것도 아니니......
하지만 이 상큼 발랄한 소녀의 내면에는 올해의 사이코 살인마 상을 수상할 정도로 광기가 있었다 (그런 상이 있다면 말이다).
하지만 이 광기가 평소에는 그냥 남의 집을 망원경으로 들여다 보는 정도로 그쳤는데, 길에서 어느 할아버지를 만나면서 폭주하고 만다.
도대체 이 할아버지는 누굴까?
이 할아버지는 나미가 누군지도 모른다. 이 소녀가 자기를 타겟으로 삼고 훔쳐보고 있다는 사실은 꿈에도 상상 못한다.
이 할아버지가 기독교에 귀의해서 독실한 신자가 되었다는 것을 망원경으로 훔쳐보고 나미는 웬일인지 폭주하기 시작한다. 할아버지 주변사람들을 망치로 때려죽이고 부엌칼로 쑤셔죽이고 슬래셔무비를 찍는다. 그것도 시간을 달리는 소녀 주인공같은 상큼 발랄한 미소를 띠면서. 생글생글하면서 망치로 사람 머리를 딱! 때리는 그 언밸런스함이 공포의 핵심이다.
그런데 할아버지에게는 굉장히 애착을 보인다. 감금당한 할아버지가 망치로 때려서 머리에 피가 나는데도, 전혀 화내지 않고 상냥하게
오늘 저녁을 맛있는 것 해드릴께요 하고 깡총깡총 뛰어나간다.
이 여배우, 연기가 엄청 뛰어나지는 않은 것 같다. 하지만, 상큼발랄한 미소를 지으며 주저없이 사람의 머리를 망치로 때리고 칼로 쑤시고 하는 그 장면은 참 잘한다. 얼굴이 멀티태스킹으로 연기가 가능하다.
뭐, 모든것을 완벽하게 연기해내는 것이 이상적이겠지만, 이렇게 핵심을 잘 짚어가면서 인상적으로 쾅!하고 터뜨리는 것도 좋다.
아직도 이 여주인공 얼굴이 잊혀지지 않는다.
아무튼 영화 클라이맥스 폭주장면은 대단하다. 방금 전까지 상큼발랄하던 나미는 갑자기 망치로 할아버지 주변 사람들을 주저 없이 때리고 부엌칼로 쑤시고 한다. 마치 사이코패스처럼 사람을 죽이는데 아무 주저도 감정도 없다. 갑자기 처음 사람을 죽이면서도 십년은 사람 죽이고 다닌 사람처럼 무신경하게 능숙하게 사람을 죽인다.
하지만 할아버지에게는 이상하게 순애보같은 사랑을 보인다. 그게 묶어놓고 강X을 하는 것으로 표현되지만 (!). 할아버지는 "저한테 왜 그러세요? 흑흑" 하는 표정이지만, 나미는 할아버지를 마침내 가지고 그의 아내가 된 듯한 행복에 춤춘다. 물론 할아버지 주변사람들은 다 죽인다.
나미의 이 이상한 폭주는 개연성이 없는 것이 아니다. 사실은 감독의 심오한 아이디어가 숨어 있다. 영화 마지막에 사실을 알고 "아, 그랬었구나. 그런 심오한 이유가 있었구나. 나미가 너무 불쌍하다."라고 관객들이 무릎을 칠만한 아이디어가 여기 숨어 있다.
나미는 감정이 없는 사이코패스가 아니라, 영혼에 큰 상처를 입은 감수성이 풍부한 여자였던 것이다. 이 정도는 되어야 관객들을 두 수는 앞서는 기발한 아이디어라고 할 것이다.
이것이 다가 아니다. 영화 내내 뭔가 깊은 상징이 숨어있다.
가령, 당하고만 있던 할아버지, 나미가 자기 아들까지 죽이자 분노해서, 너 죽고 나 죽자 하고 덤빈다. 수건에 아들 피를 묻혀 가지고 죽창을 들고 덤빈다. 하지만 저 모습은, 군국주의시대 일장기를 머리에 두르고 죽창을 들고 싸우던 그 모습 같다. 어떤 상징이 숨어 있을까?
그리고, 아버지가 폐인이 되어 집안이 몰락해 가는데, 나미의 언니는 혼자 도망가 버린다. 나미를 폐인이 된 아버지 곁에 두고......
나미 언니는 나미에게 "마침내 보통 사람을 찾았어. 그 사람과 함께 살 거야."하고 떠나 버린다. "보통사람"이란 무엇일까? 보통사람을 찾은 언니가 소외된 나미를 두고 떠나버린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나미는 망원경으로 자기 주변사람들을 훔쳐본다. 고독사한 노인의 미이라화된 시체 곁에서 셀카를 찍는 나미는 무슨 의미일까? 나미가 고독사한 시체 집에 몰래 갔을 때, 그 집은 포르노잡지와 비디오로 채워져 있었다. 그리고 시체는 죽었어도 발기가 잔뜩 되어 있었다.
나미가 할아버지를 훔쳐만 보다가 마침내 폭주하기 시작한 것은, 할아버지가 기독교를 믿으면서부터다. 나미는 십자가에 발작을 보인다.
분노하고 부정적 에너지에 차 있던 할아버지는 종교를 믿으면서 무력해지고 수동적이 된다. 이 영화가 종교에 대해 보이는 태도는 냉소적이고 어딘지 섬찟한 데가 있다.
나미의 최후는 예수처럼 연출되었다. 할아버지가 분노해서 죽창으로 찌르자, 나미는 대항하지 않고 갑자기 팔을 십자가처럼 활짝 벌린다. 그리고 죽창에 가슴이 꿰뚫려 죽는다.
이렇게 부드럽고 능란하게 영화가 흘러가지 않고, 상징들이 들어가서 꺼꿀꺼끌하게 눈에 와 박히는 것들이 있다. 이 영화가 그냥 막장슬래셔물이 아닌 이유다.
감독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스래셔물을 찍을 때는 막 몰아치면서 충격적으로 찍었다가, 나미가 할아버지에게 사이코적인 애정을 보일 때는 소름이 끼칠 정도로 심리물처럼 찍고, 나미가 상큼발랄하게 동네를 다닐 때는 또 하이틴물처럼 찍었다가 쟝르를 왔다 갔다 한다. 하지만 전혀 어색하지 않다. 참 훌륭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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