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reatest Beer Run Ever
The Greatest Beer Run Ever
근사하고 편안합니다. 말하고자 하는 주제를 드러내는 연출이 노련합니다. 바에서 술이나 먹고 늦잠이나 자는 주인공이 전쟁의 참상을 직접 보고 깨닫는 감정선이 전혀 덜컹거리지 않아요.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면서 천천히 올라갑니다. 분명히 배를 타고 차를 타고 움직이는데 앉아있는 자리는 구름 위에 떠있는 것 처럼 편안합니다.
사운드트랙도 귀에 착착 감깁니다. 모든 노래가 하나처럼 들릴 정도로 선곡이 좋아요. 주로 포크록이나 서던록 스타일 노래가 많이 나오는데 담담하게 부르는 노래와 연주가 전쟁의 끔찍한 참상을 유머러스하게 표현하는 연출과 잘 어울립니다.
너무 웃기려고 들지도 않고 너무 보여주려고 하지도 않는 연기도 안락함을 더합니다. 신나게 웃길 수 있는 빌 머레이도 말을 아끼고, 제우스처럼 존재감을 더 드러낼 수 있는 러셀 크로우도 진짜 사진기자처럼 카메라 셔터만 누르면서 묵묵히 조연 역할에 충실합니다. 그리고 주인공인듯 아닌듯 천천히 스며드는 잭 에프론 연기는 느릿한 로드무비 리듬에 충실하게 뚜벅뚜벅 걸어갑니다.
영화의 실제 주인공 ‘치키’ 도나휴는 베트남에 자그마치 8주나 머물렀어요. 오직 베트남에 간 친구들에게 맥주를 전하기 위해서요. 나중에 책을 쓰고 영화로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라 친구들에게 맥주를 주기 위해서요.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건 민주주의나 공산주의가 아니라 고향 친구오 함께 마시는 맥주 한 캔이 아닐까요. 가장 소박한 생각이 가장 위대한 생각입니다.
불편하기 짝이 없는 코미디 영화를 만들던 패럴리 형제의 형 피터 패럴리. <그린 북>에 이어서 이번에도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편안한 드라마를 만들었네요. 하지만 편안한 음악과 연출로 전해주는 메시지는 전혀 무난하진 않습니다. 인종 문제를 정면으로 다뤘던 <그린 북>도 그랬고, 이번 <비어 런>도 주제의식은 <전쟁과 평화>에 못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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