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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거장과 사람들] 메릴 스트립 편

수위아저씨
20425 5 6
이 기획연재를 시작하고 지금까지 12명의 전세계 영화인들을 언급하면서 단 한 번도 여성영화인을 언급하지 않았다. 나름 국가에 치중하지 않고 해보려고 했는데 이런 편파가 발생했다는 사실에 반성하며 이번에는 이 기획연재 이후에 첫 여성영화인을 소개해본다.
(※ 이번 편은 역대급으로 빡셌고 그만큼 쓰는 재미가 있는 편이었다)


936full-meryl-streep-1.jpg


별거 아닌 연재코너인데 그래도 첫 여성영화인을 언급하는 일은 매우 신중했다. 그야말로 누구나 공감할만한 거물급 여성영화인이어야 했다. 그러면서도 작성자의 무지한 지식세계에 걸맞게 충분한 인지도를 갖추는 것이 중요했다. 

그런 의미에서 유럽과 미국의 여성영화감독은 상당수 있었다. 문제는 작성자가 이 분들의 영화를 거의 챙겨보지 않았다. 게다가 남자들이 장악한 주류 영화의 변방에서 자신만의 독자적인 세계를 구축한 이 여성영화인들의 인맥을 언급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고민 끝에 첫 여성영화인은 '배우'로 하기로 했다. 그것도 누구나 인정할 수 있고, 지금도 왕성하게 활동하는 거물급 연기파 배우. '첫 여성영화인'으로 언급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거장. 그 영화인이 바로 메릴 스트립이다. 


Meryl-Streep-Don-Gummer.jpg

메릴 스트립과 남편 돈 검머(왼쪽).


1) 돈 검머, 마미 검머, 헨리 검머

결혼과 이혼이 난무하는 헐리우드 영화계에서 메릴 스트립은 한 남편과 30년 넘게 결혼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메릴 스트립은 1978년 조각가인 남편 돈 검머와 결혼해 현재까지 4명의 자녀를 낳았다. 사실 이게 당연한건데 헐리우드인걸 감안하니 좀 독특해 보이긴 한다. 실제로 그녀는 매우 가정적인 배우이며 배우로서 일 만큼이나 자신의 가족도 소중하게 생각하는 편이다.

4명의 자녀들 중 헨리 검머는 배우 겸 음악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엄마의 영화 '줄리 앤 줄리아'의 음악작업에 참여했다. 엄마와 쏙 빼닮은 딸 마미 검머는 벌써 엄마와 두 작품을 함께 했다. 2007년작 '이브닝'에서는 메릴의 극중 역할인 릴라 위튼본의 어린 시절 역할을 맡았다. 또 조나단 드미 감독의 영화 '리키 앤 더 플래시'에서도 엄마와 함께 출연했다. 마미 검머는 이밖에 '테이킹 우드스탁', '더 워드', '사이드 이펙트' 등의 영화에 출연한 바 있다. 


sigourney_weaver.jpg


2) 시고니 위버, 크리스틴 에스타브룩, 크리스토퍼 로이드

메릴 스트립의 대학시절 친구들이다. 예일대학교 드라마스쿨에서 연기를 전공한 메릴 스트립은 당시 시고니 위버, 크리스틴 에스타브룩과 같이 연기를 배웠다(크리스틴 에스타브룩은 '스파이더맨2'와 드라마 '위기의 주부들', '고스트 위스퍼러', '아메리칸 호러스토리' 등에 출연했다). 특히 시고니 위버와는 대학시절 수영장에서 열린 연극 '개구리'에 함께 출연한 적도 있다. '백투더퓨쳐'로 유명한 크리스토퍼 로이드와도 젊은 시절 예일레퍼토리극장에서 함께 공연한 적이 있다. 

흥미로운 점은 메릴 스트립은 리들리 스콧의 영화 '에일리언'에서 리플리 역할을 두고 시고니 위버와 최종까지 경합을 벌였다. 제작자 측은 당시 생짜 신인이었던 시고니 위버보다 그래도 몇 작품 출연했었던 메릴 스트립을 리플리 역할로 염두해두고 있었으나 촬영 직전 연인인 존 카잘이 골수암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그의 장례를 치르기 위해 리플리 역을 거절한다(메릴 스트립은 현재 인터뷰에서 존 카잘에 대한 언급을 극도로 꺼리고 있다. 슬픈 기억인 것과 동시에 현재 남편에 대한 예의로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리플리 역할은 시고니 위버에게 낙점됐고 그녀는 이 데뷔작으로 헐리우드 대표 여전사가 됐다. 하지만 이때의 인연이 이어진 탓인지 영국에서 촬영된 '에이리언3'에 메릴 스트립이 카메오로 출연했다(난 못 봤는데). 


968full-jean-arthur.jpg

배우 진 아더.


3) 진 아더, 조셉 파프

메릴 스트립의 연기 멘토들이다. 배우 겸 가수였던 진 아더는 '셰인'과 '스미스씨 워싱톤에 가다', '우리들의 낙원', '역사는 밤에 이루어진다' 등에 출연했다. 또 '레이지 리버'와 '파티 와이어', '역사는 밤에 이루어진다', '천사만이 날개를 가졌다' 등 작품의 OST에 참여했다. 영화제작자인 조셉 파프는 1985년 메릴 스트립과 샘 닐이 주연한 영화 '플렌티'의 제작을 맡았다. '플렌티'는 조셉 파프가 살아생전 마지막으로 제작한 영화다.


gal-madonna-11-jpg.jpg


4) 마돈나

가수 겸 배우 마돈나와 메릴 스트립의 인연은 묘하다. 메릴 스트립은 1996년 영화 '에비타'의 주인공 에비타 페론 역할로 물망에 오른다. 하지만 이 역할은 마돈나에게 넘어가고 그녀는 이 영화로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게 된다. 이후 1999년 마돈나는 영화 '뮤직오브하트'의 주인공으로 물망에 오르지만 이 역할은 메릴 스트립에게 넘어가게 된다. 

이밖에 메릴 스트립은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아이리스 역에 캐스팅됐지만 그녀가 포기하면서 그 역할은 로이스 스미스에게 갔다. 또 1980년작 '아메리칸 지골로'에서는 상원의원 부인인 미셸, 카렐 라이츠 감독의 '스위트 드림'에서 제시카 랭이 맡았던 팻시, '남아있는 나날'에서 엠마 톰슨이 맡았던 메리 켄튼, 그리고 '엘리자베스'에서 케이트 블랜쳇이 맡았던 엘리자베스 1세 등 역할이 메릴 스트립에게 돌아갔지만 모두 그녀가 아깝게 놓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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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타샤 리차드슨(왼쪽)과 질 클레이버그.


5) 나타샤 리차드슨, 질 클레이버그

리암 니슨의 아내였던 나타샤 리차드슨은 생전 메릴 스트립과 절친한 친구였다. 그녀는 2007년 영화 '이브닝'에서 함께 출연했었다. 나타샤는 2009년 스키 사고로 인한 뇌진탕으로 사망했다. 미국 '피플닷컴' 보도에 따르면 당시 나타샤는 초급 스키 레슨 중 슬로프에서 구르는 사고를 당했다. 사고 직후 병원으로 후송됐으며 처음에는 멀쩡한 듯 보였으나 1시간 후 고통을 호소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사고 이튿날 뉴욕의 병원으로 옮겨져 남편 리암 니슨과 온가족의 간호를 받았지만 결국 사망했다. 메릴 스트립은 당시 남편과 함께 나타샤의 장례식에 참석했었다.

질 클레이버그는 메릴 스트립의 또 다른 친구로 두 사람은 작품이 아닌 아이를 키우다 만난 사이다. 질 클레이버그는 1978년 '독신녀 에리카'로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으며 이듬해 '스타팅오버'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바 있다. 그녀는 2010년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gal-leo-marvins-room-jpg.jpg

영화 '마빈의 방' 중.


6)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오스카상의 지배자 메릴 스트립은 스스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열혈팬이라고 밝힌 바 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역시 그녀를 가장 존경하는 배우라고 밝혔다. 두 사람은 1996년 영화 '마빈의 방'에서 함께 연기한 적이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오스카상을 밥 먹듯이 타가는 메릴 스트립이 오스카상에 목 마른 레오나르도를 향해 어떤 조언이라도 해줘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레오나르도는 메릴 스트립을 그토록 존경하면서 오스카상이랑 그리 인연이 없는지 고민해볼 일이다. 


Davis, Bette_11-horz.jpg

베티 데이비스, 캐서린 헵번, 셰어(왼쪽부터).


7) 베티 데이비스, 캐서린 헵번, 셰어

어떤 의미에서는 메릴 스트립의 라이벌들이다. 메릴 스트립은 지금까지 19번 오스카상에 노미네이트 돼 역대 최다 노미네이트 기록을 가지고 있으며 지난 2012년 '철의 여인' 수상을 포함해 총 3회 오스카상을 수상했다. 베티 데이비스는 10회 노미네이트에 2회 수상했으며 캐서린 헵번은 12회 노미네이트에 4회 수상해 역대 여우주연상 최다수상자 기록을 가지고 있다. 메릴 스트립이 여전히 건재하며 아카데미상을 독식한다면 캐서린 헵번의 기록을 넘어서는 것도 머지 않을 것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캐서린 헵번은 작고한 뒤 출간된 전기 '케이트를 회고하며'에서 메릴 스트립의 연기에 대해 계산적이라며 별로 안 좋아했다. 

셰어와는 좀 특별한 라이벌 관계다. 메릴 스트립과 셰어는 1983년 '실크우드'에서 만나 함께 연기를 펼친다. 이후 5년뒤인 1988년 제 60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셰어와 메릴 스트립은 각각 '문스트럭'과 '엉겅퀴 꽃'으로 여우주연상 후보에 함께 오른다. 당시 메릴 스트립은 수상자로 셰어가 호명되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진심어린 박수를 보냈고 셰어 역시 수상소감을 통해 '실크우드'에서 함께 한 메릴 스트립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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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니콜스 감독, 노라 애프론 각본, 메릴 스트립 주연의 영화 '실크우드'.


8) 마이크 니콜스, 노라 애프론

메릴 스트립은 살아생전 마이크 니콜스의 영화에 즐겨 출연했다. 그녀는 1983년 마이크 니콜스의 영화 '실크우드'에 출연한 것을 시작으로 '제2의 연인', '헐리웃 스토리', '엔젤스 인 아메리카' 등에 출연한 바 있다. 이 작품들 중 '실크우드'와 '제2의 연인'은 노라 애프런이 직접 각본을 썼다. 노라 애프런과는 2009년 '줄리 앤 줄리아'를 통해 재회했다. 

재미있는 사실은 2010년 '헨리 루이스 게이츠 주니어와 함께 하는 미국의 얼굴'이라는 다큐멘터리에 출연하면서 메릴 스트립은 마이크 니콜스 감독이 자신의 먼 친척임을 알게 됐다는 것이다. 노라 애프론과 마이크 니콜스는 모두 2012년과 2014년에 각각 세상을 떠났다.


043-meryl-streep-theredlist.jpg

영화 '디어헌터' 중.


9) 로버트 드니로

연기파 배우 로버트 드니로는 메릴 스트립에 대해 '함께 연기하기 가장 좋은 배우'라고 평가했다. 많은 영화팬들은 메릴 스트립과 최고의 호흡을 자랑하는 남자배우로 로버트 드니로를 언급하고 있다. 두 사람은 1978년 마이클 치미노의 '디어헌터'에서 처음 만났다. 당시 로버트 드니로가 직접 메릴 스트립을 영화에 추천했으며 그는 1977년 링컨센터에서 안톤 체호프의 '벚꽃동산'을 공연하던 그녀를 인상깊게 본 것이 계기가 됐다. 이후 1984년 '폴링인러브'에서 위험한 사랑을 하는 중년 남녀로 만났다. 그리고 1996년 다이앤 키튼,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함께 출연한 '마빈의 방'에서 로버트 드니로가 조연 캐릭터로 출연한 바 있다. 메릴 스트립은 로버트 드니로 외에 로버트 래드포드, 잭 니콜슨, 제레미 아이언스와 두 작품 이상의 영화에서 만나 함께 호흡을 맞췄다.


AmX4evJ-horz.jpg

'리키 앤 더 플래시'의 세바스챤 스탠, '플로렌스 포스터 젠킨스'의 레베카 퍼거슨, '서프레지트'의 캐리 멀리건(왼쪽부터).


10) 세바스챤 스탠, 캐리 멀리건, 레베카 퍼거슨

메릴 스트립은 현재 3편의 영화의 개봉을 앞두고 있다. 조나단 드미의 새 영화 '리키 앤 더 플래시'와 사라 가브론의 영화 '서프레지트', 그리고 현재 촬영을 진행 중인 '플로렌스 포스터 젠킨스' 등이다. 위 언급한 배우들은 메릴 스트립의 신작에 출연하는 젊은 배우들이다. '캡틴 아메리카'의 '윈터솔져' 세바스챤 스탠과 '미션 임파서블:로그네이션'의 개봉을 앞둔 레베카 퍼거슨은 이제 막 커리어가 꽃 피기 시작한 시점에서 메릴 스트립을 만나게 됐다. 가장 개성있는 필모그라피를 만들고 있는 캐리 멀리건 역시 여배우로 무르익어가는 중요한 시점에서 메릴 스트립을 만난다. 헐리우드 시스템이라는게 자기 할 일만 하면 되는 시스템이라지만 항상 상대배우들로부터 존경과 찬사를 받아온 메릴 스트립이 이 젊은 배우들에게 안겨줄 영향은 충분히 주목해볼만 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세 작품 가운데 '서프레지트'에 기대가 크다. 20세기 초 영국 여성참정권 운동을 일으킨 여성 운동가들의 실화를 다룬 작품으로 메릴 스트립과 캐리 멀리건 외에 헬레나 본햄 카터, 벤 위쇼, 브랜단 글리슨 등이 출연한다. 메릴 스트립은 유독 실존인물을 연기할때 빛을 발한 배우다. 그녀는 '실크우드'의 캐런 실크우드, '아웃오브아프리카'의 캐런 블릭센', '줄리 앤 줄리아'의 줄리아 차일드, '뮤직오브하트'의 로버타, '철의 여인'의 마가렛 대처 등을 연기했다. '서프레지트'에서 그녀가 연기할 에멀린 팽크허스트는 급진적이고 호전적인 여성참정권운동가로 매우 활동적인 캐릭터로 묘사될 것으로 보인다. 메릴 스트립이 연기할 그녀의 모습이 몹시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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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image 1등
감사합니다. 제가 존경하는 배우 중 한분이시거든요. 배우로서든 여성으로서든 사람으로서든 존경하는 롤모델입니다. 메릴처럼 삶을 사는게 목표에요ㅋ
09:05
15.07.13.
포인트팡팡녀!
뷔포우
축하해~! 뷔포우님은 50포인트에 당첨되셨어 ㅋㅋㅋ 활동 많이 해 +_+
09:05
15.07.13.
profile image 2등

의외로 동림할배와의 인연은 언급이 없네요,..^^

잘 봤습니다.

09:19
15.07.13.
3등
블리피
삭제된 댓글입니다.
11:31
15.07.13.

내 인생의 여배우를 꼽으라면 주저하지 않고 오드리 햅번과 함께 꼽을 메릴 스트립 여사님 이시지요....

좋아하는 여배우보다는 존경하는 여배우라는 표현이 더 적합할 듯한.... ^^;;

14:24
15.07.13.
profile image

딴지는 아닌데, 마돈나는 뮤직 오브 하트의 캐스팅 물망에 오른걸 넘어 실제로 캐스팅이 됐었죠. 촬영 직전인가, 아니면 촬영 몇 회차를 찍다가 웨스 크레이븐과 '창작적 견해'차이로 스스로 물러나면서 그 자리메 메릴 스트립이 들어가게 됐습니다. 메릴 스트립은 촬영 당시 마돈나 대타라는 항간의 시선에 전혀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보여주었죠. 당시 메릴 스트립은 여주인공이 주도할 수 있는 영화는 드물다며 기쁜 마음으로 뮤직 오브 하트에 참여하게 됐다고 출연 소감을 밝혔습니다.  

20:16
15.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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