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본드의 넘버 007 번호의 유래
유럽역사를 읽다가 알게됐는데 훙미롭네요.
존 디(John Dee, 1527~1608)를 기억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20세기 영국 소설가 이언 플레밍이 창조한 스파이 영웅 제임스 본드가 다름 아닌 존 디를 모델로 삼은 캐릭터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더욱 드물 것이다. 플레밍이 쓴 14권의 007 소설에서 제임스 본드가 ‘여왕의 스파이’였듯이 디 역시 여왕 엘리자베스 1세의 스파이였다.
엘리자베스 시대 영국은 스페인 무적함대 격퇴와 셰익스피어로 대표되는 문화적 르네상스 등으로 말미암아 흔히 ‘번영의 시대’로 묘사되곤 한다. 그러나 사실 이 시기 영국은 아직 유럽 대륙의 변방에 위치한 작은 나라에 불과했을 뿐 아니라 안팎으로 큰 어려움에 처한 상태였다. 종교개혁을 시작한 헨리 8세에 이어 왕위에 오른 에드워드 6세와 메리 여왕의 짧은 치세는 극심한 정치적·종교적 혼란을 낳았다.
영국을 가톨릭 국가로 되돌리려 하는 과정에서 신교도들을 박해해 ‘피의 메리’라는 별명을 얻은 메리 여왕 사후에 즉위한 엘리자베스는 영국의 종교적 정체성을 확립하고 정치적 독립을 유지해야 하는 무거운 과업을 짊어지고 있었다. 더욱이 여성은 남성보다 열등하므로 남성에게 복종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던 시대에 등장한 여성 군주, 그것도 전례 없는 ‘미혼’ 여성 군주라는 점에서 영국의 입지는 더욱 위태로웠다. 이런 상황에서 유럽 대륙의 정세를 탐색하고 민감한 외교 문제를 처리하는 스파이의 역할은 매우 중요했다. 외국어에 능통하고 학자로서 유럽에 널리 알려져 있던 디는 여왕의 가장 비밀스러운 업무를 맡아 해결하는 스파이로 활동하게 됐다.
연금술사·점성술사·수학자인 디는 젊은 날 프랑스에서 유클리드 기하학을 소개하면서 범유럽적인 명성을 얻었다. 신성로마제국의 카를 5세와 프랑스의 앙리 2세가 디를 자국의 궁정 수학자로 임명하겠다고 앞다퉈 제의할 정도였다. 하지만 디는 모두 거절하고 엘리자베스의 총애와 후원을 받으며 국정의 민감한 사안에 조언자로서 활동하는가 하면 유럽 대륙에 건너가 스파이로서 여왕의 외교 책략에 도움을 줬다. 암호명인 007은 엘리자베스 1세 여왕과 디 사이의 사적인 외교 문서에 사용된 독특한 표식이었다. 디는 여왕에게 보내는 편지 말미에 ‘두 눈’을 나타내는 두 개의 원을 그린 다음 7이라는 숫자를 붙였다. 자신은 여왕의 비밀스러운 눈이고, 그 눈은 ‘성스러운 행운의 숫자’인 7에 의해 보호된다는 의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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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엘리자베스에서 007 배우 다니엘 크레이그가 나와서 고문당하던 장면 기억 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