뽕 (1985) 누가 에로영화라고 했나? 미성년자 열지 마시오.
뽕이 왜 그렇게 메가히트를 했는지는 포스터만 봐도 안다. 당시 이미 이미숙은 스타였다. 그정도 스타가 저정도까지 노출을 했다는 것이 놀랍고 이해가 안 갈 정도다. 이미숙의 연기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연기력이 놀라운 여배우가 에로씬을 찍으면 그 생생함과 선정성은 100000배가 된다. 말론 브란도 연기의 혁명성은 그 RELAXATION 과 NATURALNESS에 있다고 앤소니 홉킨스가 이야기하던데, 이 영화 뽕 에로씬에서 이미숙의 연기(?)에 대해서도 같은 말을 하고 싶다. 마지못해 어색하게 에로씬을 보여주던 다른 여배우들의 연기에 비하면, 이미숙의 자연스러우면서도 코믹한 에로연기는 한차원 다른 것이었다. 정극연기를 하다가 보너스로 어색하게 에로연기가 생뚱맞게 끼어드는 느낌을 주었던 다른 여배우들 연기와 달리, 이미숙의 에로연기는 자연스럽게 정극연기 안에서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에, 연기가 끊어지지 않고 이어지게 되었다. 벌써 포스터 사진만 봐도 이미숙 에로연기의 RELAXATION 과 NATURALNESS를 느낄 수 있다.
뽕은 아주 훌륭한 코메디영화다. 무슨 에로영화의 대명사처럼 불리는 것이 안타깝다. 에로영화로서도 기념비적인 명작은 맞지만.
시대는 일제시대 모든 민족들이 수탈당하던 시대에 특히 가난했던 농민들 이야기다. 안협댁 (이미숙)은 찢어지게 다가난한 삼보에게 시집와서 고생이란 고생은 다한다. 삼보는 어엿한 명문대가 자손이지만 지금은 노름에 빠져 투전판을 돌아다니느라 집에는 몇달에 한번 들어온다. 안협댁은 삼보를 계속 욕하지만 명문대가 며느리라는 것을 자랑스러워한다. 하지만 어쩌랴? 지금은 흙집에 가구 몇개 놓고 사는 처지인데. 그나마 있는 돈은 삼보가 노름한다고 싹 다 털어가고. 안협댁은 마을 뽕밭에 룸을 설치하고 몸을 팔아 돈을 번다. 어찌 보면 우울하고 어두운 이야기다. 하지만 이미숙의 놀라운 코믹연기 때문에 전혀 어둡게 보이지 않는다. 이렇게 많이 웃을 수 있는 영화 별로 없다.
"안협댁, 제발....난 봐야지 서 (?)." "으이구. 자, 여기. 어머머머...진짜네?" 이거 안협댁이 남자 앞에서 다리를 확 벌리며 하는 대사다. 굉장히 화끈한 장면이지만 동시에 엄청나게 웃긴 코메디장면이다. 이거 에로장면인가 코메디장면인가? 아니, 이 둘이 영화적으로 결합한 것이다. 이 영화 전체를 이런 장면으로 꽉 채운다. 이미숙을 찾아 뽕밭으로 오는 사람들은 가지각색이어서 농민도 있고 폐병 걸린 인텔리도 있고 다양하다. 이두용 감독은 아무리 작은 등장인물이라도 캐릭터를 선명하게 부각시키는 능력이 있다. 안협댁의 손길을 한번 맛본(?) 폐병쟁이가 콜록콜록 비실비실하면서도 옆구리에 쌀자루를 끼고 안협댁 집 주위를 맴도는 장면같은 것은 너무 웃긴다. 아니 도대체 안협댁이 뭘 했길래......알고 싶은 분들은 이 영화를 보시라.
그렇다면 이 영화는 그저 재미있고 훌륭한 코메디 스케치의 집합인가? 아니다. 단단한 구성의 작품이다. 이 영화에는 머슴 삼돌 (이대근)과 안협댁 간 갈등이 영화 전체를 관통하여 흐르는 뼈대같은 사건이 된다. 힘좋고 난폭해서 동네에서 두려워하는 이대근인데 안협댁은 늘 이대근의 구애를 싸늘하게 거절한다. 돈 주고 한번 달라는데 이미숙은 늘 이대근을 무시하며 거절하는 것이다. 뭐 이미숙이 정숙한 유부녀라면 모르겠는데, 동네 남자들 치고 이미숙 고객(?) 아니었던 적 없다. "왜 나만?" 이대근은 억울하다. 이미숙은 이유가 있다. 명문대가 며느리인 자기다. 속으로는 자부심이 엄청나다. 그런데 무식한 머슴 이대근에게 몸을 팔 리가 있으랴? 돈을 지게로 한 짐 져다가 갖다줘도 절대 안된다. 그래서 둘은 늘 싸운다.
이대근은 다 아시다시피 흥행면에서나 작품성면에서나 대배우다. 이대근과 이미숙 둘이서 개그를 치면 다른 코메디 시시해서 못본다. 젊은 이미숙은 이미 무시무시한 배우다. 이대근같은 대배우에게 절대 안 꿇린다.
그러니까 영화 전체가 마을사람들 합창같다. "우리는 가난하고 괴로운 사람들. 밥 한 그릇 먹기 힘들어. 뽕밭에서 즐겁게 놀아보자. 뽕밭에서 몸 팔더라도 나는 행복해." 이거 진짜 행복한 것 맞나? 영화 전체가 이런 톤이다. 영화 전체가 역설인데 이게 그렇게 웃긴다. 겉으로 보면 엄청 웃기는 천의무봉 영화인데, 속으로는 역설과 긴장이 팽팽하게 흐른다. 이역설과 긴장을 영화 내내 유지시킨다. 나는 이 영화 걸작이라고 생각한다.
이대근 캐릭터 이미숙 캐릭터 너무 강렬하고 선명하다. 노름 나갔던 안협댁 남편 삼보가 돌아온다. 명문대가집 며느리 안협댁은 당장 개점휴업하고 보약을 사다가 먹이고 삼보 뒷바라지에 혼신을 다한다. 사실 둘은 서로 깊이 사랑하는 사이다.
그런데 이대근이 집으로 쳐들어온다. 이미숙이 몸 파는 사실을 남편에게 알려 깽판을 놓으려는 셈이다. 찌질하다. "안협댁이 당신 없는 동안 뽕밭에서 뭘 했는지 아슈?" 노름만 하는 점잖은 양반인 줄 알았던 삼보는 현란한 택견실력으로 삼보를 떡실신시켜버린다. 동네에서 천하장사 행세 하던 이대근은 우물 안 개구리였던 거다. 이대근을 떡실신시킨 삼보는 그 자세 그대로 눈에 핏발 세우고 안협댁에게 다가온다. "너, 뽕밭에 몇번 갔니?"
이대근이 뭐라 할까 아까부터 조마조마하던 안협댁은 얼굴이 노래진다. 그 다음은 내가 본 사람들 백이면 백 다 웃음을 터뜨린 명장면이 나온다.
안협댁과 남편 삼보 간 개그도 엄청나게 웃긴다. 안협댁은 시골에서 나고 자라 동네 밖은 나가본 적 없는 무식한 여인이다. 아무리 영악하고 머리를 잘 굴려도 이건 어쩔 수 없다. 전국 각지를 돌며 안 겪어 본 것 없고 아마 배운 것도 많을 남편 삼보는 안협댁 머리꼭대기에서 논다. 지금까지 안협댁의 근성과 활약을 본 관객들은, 안협댁과 삼보 간 불꽃 튀기는 대결을 기대할 것이다. 하지만, 안협댁은 삼보의 말빨에 놀아나는 맹한 반전매력을 보여준다.
삼보는 그동안 안협댁이 모은 돈을 싸그리 훑어 노름판으로 떠난다. 안협댁은 툴툴거리고 삼보 욕을 하면서도 있는 돈을 싸그리 다 삼보에게 준다. 삼보가 동네 밖까지 멀어지는 것을 바라보며 안협댁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해진다. 노을 속으로 삼보는 점차 사라진다. 삼보가 사라지자 마을사람들은 다시 "뽕밭에 가세"하고 노래부르는 소리 멀리서 들려온다. 안협댁에게는 지금까지와 같은 내일의 시작이다.
우리나라 역대 코메디영화들 중 몇손가락 안에 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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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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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에 영상자료원이 올려놨을 텐데 화질 복원은 안 됐더라고요.


이 영화 걸작이죠.

아주그냥~~~^^:

뽕주세요했더니 그분이 심하게 웃으셔서 난처했던 기억이 나네요.
그냥 영화제목인데,어쩌라고..

반지 사건도 웃겼었지요ㅎㅎ 강문영씨 나오는 뽕2를 먼저 본 것 같아요.~~
정말 끝내주게 잼있는 영화였어요
지인들 모여서 가끔 뽕 이야기 나오면 다들 엄지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