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칸토 자막&더빙 관람 후기(스포 有)
호평보다 혹평이 많은 것 같은데, 저는 재밌게 잘 봤습니다.
역시 영화는 개인 취향이 크게 좌우하는 것 같다고 다시 한 번 느꼈어요.
원데이 프리패스 사용 후기에 간단히 관람 후기도 남겼었는데, 엔칸토를 가장 재밌게 봤던 터라 자세한 후기를 남기려고 합니다.
개봉 첫 날 자막 버전을 빵원티켓으로 보고 마음에 들어서 더빙 버전을 원데이 프리패스로 한 번 더 봤습니다.
더빙이 별로라는 익무 후기들이 많아 자막 버전으로 한 번 더 볼까 고민했지만...(안 본다는 고민은 안 하고ㅎㅎ)
오히려 얼마나 별로일지 궁금해서 더빙으로 봤습니다.
결과는 만족스러웠습니다^^
물론 자막에 비해 좀 아쉽긴 했어요.
특히 많은 대사를 빠르게 말하는 부분이 많은 탓에 발음이 뭉개져서 대사 전달이 잘 안 되는 곳이 좀 있었습니다.
화사한 색상과 화려한 영상, 특별한 능력을 가진 개성 있고 매력적인 캐릭터들, 귀를 즐겁게 해주는 노래들...
정말 눈과 귀가 즐거운 영화죠.
반면 혹평이 이해가 되는 단점들도 분명 있습니다.
1. 이야기가 너무 허술하고 부실해요.
뭐, 마법이나 기적이 별다른 인과관계 없이 처음부터 나오는 경우야 흔하니 넘어가고,
주인공인 미라벨만 능력이 없는 이유를 알 수 없어요.
미래를 보는 환영에서 재앙이 될 수도 있을지 모른다는 언급이 다예요.
그마저도 확실한 게 아니죠. 확정된 미래가 아니라 변할 수 있으니까.
그런데 그거랑 능력이 없는 거랑은 무슨 상관인지 모르겠네요.
마법이 약해지면서 루이사만 힘이 약해지는 것 역시 이해가 안 되죠.
루이사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다 멀쩡하거든요.
힘이 사라지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부담과 중압감이 다른 사람보다 컸기 때문일까요?
만약 그렇다면 미라벨만 능력이 없는 이유도 가족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엄청난 부담 때문이라는 건데...
과거 회상에서 그런 장면이나 언급은 전혀 없죠.
오히려 어떤 능력을 갖게 될지 기대에 부푼 소녀의 모습만 나오거든요.
그리고 문제 해결방법도 참 간단하죠.
포옹이라니!
까시타가 올라프 친척이라도 되는 줄 알았네요ㅎ
2. 캐릭터를 제대로 활용하질 못합니다.
힘이 굉장히 세고,
꽃과 나무를 피울 수 있고,
먼 거리의 아주 작은 소리도 들을 수 있고,
다른 사람의 모습으로 변신도 할 수 있고,
동물들과 대화도 할 수 있는데다 친구가 될 수 있고,
미래도 볼 수 있고,
기분에 따라 기후도 조종할 수 있으며,
음식으로 질병과 부상도 치료할 수 있는 이런 개성 넘치고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만들어 놓고
정작 활용을 안 해요.
가족의 사랑이 주제라면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 각자의 능력을 활용해 위기를 극복하거나 해야하는 거 아닌가요?
마을을 지켜주던 산이 사라져 마을에 큰 위험이 닥친다든지 할 수도 있잖아요?
하지만 영화는 각자의 능력을 보여주기만 할 뿐, 큰 활약은 없죠.
위험이나 위기랄 것도 딱히 없고요.
기적이 만들어 준 능력이 중요한 게 아니라 가족이 중요한 거라는 영화의 주제를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너무 아깝지 않나요?
각자 저마다의 능력을 내세워도 안 되다 가족의 사랑으로 위기를 극-뽁! 하는 것과
그냥 포옹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 중 어느 쪽이 더 설득력이 있을까요?
(물론 제 주장처럼 되려면 촛불이 꺼져도 능력은 여전히 남아 있어야 하기에 이야기가 많이 바뀌어야 하겠죠.)
3. 더빙의 대사 전달력이 안 좋아요.
저는 자막을 먼저 보고 더빙을 본 터라 발음이 뭉개져도 대충 알아듣고 이해할 수 있었는데,
더빙을 먼저 봤더라면 무슨 말인지 모를 부분이 곳곳에 있습니다.
특히 노래를 부를 때 그 현상이 더욱 심해지는데요,
매끄럽지가 않아요.
자막으로나 적당했을 직역투의 가사로 노래를 하니 노래가 굉장히 딱딱하게 들립니다.
원래라면 라임이 살아서 부드럽게 연결돼야 하는데...
우리말로 바꾸니 어색한 거야 이해합니다.
하지만 번역할 때 단어 선택이 좀 안 어울리지 않았나 싶기도 하네요.
예를 들면 미라벨이 [기적을 기다리며(Waiting On A Miracle)]를 부를 때 나오는 가사죠.
안토니오가 축하 받는 자리에서 그동안 애써 외면하고 숨겼던 자신의 진심을 인정하며 자신은 괜찮지 않다고 노래하는 부분인데
영어로는 [I'm not fine]이어서 바로 앞에 나오는 [I'm fine]과 확실히 구별이 되죠.
하지만 우리말 더빙에서는 [안 괜찮아]인데 조용히 속삭이듯 부르는 장면이라 마치 [난 괜찮아]처럼 들립니다.
앞뒤 상황을 보면 [안 괜찮아]로 이해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고 [난 괜찮아]로 듣는다면 굉장히 이상해지는 장면입니다.
특히 아동 관객이 다수 보는 더빙 버전이라는 점에서 혼란스러울 수 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도 유튜브로 엔칸토 OST(우리말 버전)를 들으면서 새롭게 들리는 가사가 한둘이 아니에요.
하지만 이런 단점들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 마음이 가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가장 큰 장점은 아무래도 노래죠.
노래가 별로라는 분도 있지만, 아무래도 노래는 개인 취향을 크게 타는 부분이니ㅎㅎㅎ
저는 굉장히 마음에 들어서 계속 듣고 있어요^^
밝고 경쾌한 분위기로 가족을 소개하는 [마드리갈 가족(The Family Madrigal)]
아무렇지 않은 척하지만, 자신만 능력이 없는 것에 소외감을 느끼는 미라벨이 부르는 [기적을 기다리며(Waiting On A Miracle)]
힘이 사라지면 아무것도 아니라며 어깨를 짓누르는 중압감을 토로하는 루이사의 노래 [사실은 말이야(Surface Pressure)]
안 좋은 미래만 예언하던 브루노의 일화를 노래하는 [입에 담지마 브루노(We Don't Talk About Bruno)]
늘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던 이사벨라가 틀을 깨며 부르는 [또 뭘 만들까?(What Else Can I Do?)]
할머니 아부엘라가 과거를 회상할 때 잔잔히 흐르는 [Dos Oruguitas]
모두가 힘을 합쳐 무너진 집을 재건할 때 나오는 [다함께(All Of You)] 등
들을수록 좋네요.
노래로도 부르고, 영화 속 대사에서도 기적이 자주 언급되는데, 주인공 이름 뜻이 기적인 줄 알았는데 아니더군요.
미라벨과 미라클, 왠지 발음이 비슷하잖아요?
그런데 mirabel은 스페인어로 명아주의 일종, 해바라기(네이버 사전 기준. 구글은 결과 없음)로 나오네요.
까시타(casita)는 별장(네이버), 시골집(구글)이라는 뜻이고요.
(참고로 집은 까사(casa)입니다.)
할머니 이름인 아부엘라(abuela)는 스페인어로 할머니라라서 할머니 이름이 할머니인...;;;
그리고 제목인 엔칸토(encanto)는 뜻이 매력이네요.
겨울왕국이나 코코처럼 사람들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을 정도의 노래는 아니지만, 한동안 제 귀는 즐거울 것 같습니다^^
한류의 영향이 점점 커가는 현재, 조만간 디즈니에서 한국이 배경인 작품도 만들어 줬으면 좋겠어요.
추천인 5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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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개인의 취향이니, 상대방의 취향을 존중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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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3월에 디즈니에서 중국인이 주인공인 [메이의 새빨간 비밀]이 개봉 예정이라고 하는데, 한국인이 주인공인 작품도 빨리 나왔음 좋겠어요^^
진짜 더빙으로 먼저보면 노래 대부분이 알아듣기 힘들었습니다 내용을 떠나서 가사가 잘 안들려서 머지머지 하다가 넘어간 부분이 많았네요..
자막을 먼저 본 게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더빙 먼저 봤으면 내용 제대로 이해 못 했을 거 같아요.

캐릭터들도 하나 같이 매력적인데 그 매력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것도 아쉽고요ㅠㅠ
후기 잘 봤습니다. 디즈니가 한국에도 좀 관심 가져줬으면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