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터널스] 영원함의 진화 (영화 내용 포함)
#1 안녕 찰리?
영화 초반 수업에 늦은 현시대의 세르시는 어느 동상 앞에서 인사합니다. '안녕 찰리' 그 상대는 진화론의 아버지 찰스 다윈이죠.
그녀는 수업에서 포식자에 대해 설명을 시작하죠. 그리고 영화 중반부 아리솀을 만난 세르시는 이터널스와 데비안츠의 탄생 배경에 대해 듣게됩니다. 재미있게 이터널스 세계관에는 창조자와 진화가 공존하죠.
지적 생명체인 인류의 번성이 필요한 셀레스티얼은 데비언츠를 인류의 포식자를 제거하는 최상위 포식자의 역할로 창조하였습니다. 하지만 데비언츠는 진화라는 결함이 있었고, 자유의지를 갖게된 데비안츠는 셀레스티얼에게 통제되지 않고 인류를 공격하기 시작합니다.
이런 결함을 보완한 종족이 영원을 의미하는 이터널스입니다. 이터널스는 영원히 늙거나 죽지 않는 반안드로이드 같은 생명체로, 아리솀에 충성하며 진화없이 기억을 교체하며 수천년 이상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2 왜 강하지 않은 나를 리더로 선택했을까?
에이젝은 최강의 이터널 이카리스 대신 세르시를 후임 리더로 선택합니다. 사실 에이젝은 이카리스를 후임 리더로 생각했었고 바빌론에서 이터널스의 비밀과 지구의 멸망을 그에게만 알려줬습니다.
이카리스는 세르시에 대한 사랑보다 창조자에 대한 충성을 지키기 위해 그녀의 곁을 떠난 아리솀의 설계에 가장 부합한 결함 없는 이터널이었죠. 하지만 이런 무결함의 추구는 결국 동료들을 위험에 빠뜨리게 되죠.
이터널스의 구성은 인류의 구성과 꽤 닮아있습니다. 전부 백인이었던 MCU 어벤져스 초기멤버와 다르게 히스패닉계가 리더이고 성별, 인종이 고르게 있습니다. 또한 소수이지만 우리 사회속에 존재하는 청아나 LGBT도 함께하고 있습니다.
재미있게 이터널스는 행동파와 두뇌파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두뇌파 스프라이트는 짱돌 공격에 쓰러질 정도로 물리 공격에 약한데 그렇다고 최강의 행동파 이카리스도 데비안츠를 압도하는 모습을 보이지 못합니다. 불안정한 테나 옆을 길가메시가 지켜주고 에이젝이 외로운 세르시를 살피라 스프라이트를 보낸것 처럼, 이터널스는 혼자 활약하기보다 동료와 함께해야 강한 존재들입니다.
사실 에이젝이 세르시를 리더로 선택한 이유는 그녀는 강하진 않지만 동료들 그리고 인류를 가장 사랑하는 이터널이었기 때문이었죠. 무언가를 사랑하게 되면 진심을 다해 지켜주게 되니까요.
#3 그런 결점을 가진게 인간이거든.
드루이그는 아즈텍에서 인간들의 참혹함을 보며 좌절합니다. 본인의 마인드컨트롤로 손쉽게 분쟁을 멈출수 있지만 이터널스의 개입을 막는 에이젝에 의해 제지당하고, 결국 본인의 의지대로 살기 위해 이터널스를 떠납니다.
그로부터 오랜 시간을 보낸 드루이그는 다툼을 없애기 위해 인류의 기억을 지워버리려다 그만 둡니다. 완벽하지 못하고 결점을 가진 것이 바로 인간만의 특성이라는 것을 깨닳았기 때문이죠.
이터널스는 직접 진화하지 않게 설계되었지만 오랜시간 인류의 곁을 지키며 사랑과 시기, 좌절과 혼란 등의 인간의 모습과 닮아가며 결국 아리솀의 명에 대치하게 됩니다.
#4 알고 있어.
인간들의 역사적 분쟁처럼 이터널스도 아리솀의 명령에 따르는 자와 반하는 자로 나눠 싸우게 됩니다. 많은 전투 끝에 최강의 이카리스와 유일한 희망 세르시가 최종적으로 마주하게 되죠.
무결한 이카리스는 티아무트의 탄생을 위해 세르시를 죽이려 하지만 결국 그녀를 막아내지 못합니다. 이카리스를 막아낸 그의 유일한 결점은 인간다움의 정수인 사랑의 기억들이었습니다.
결국 티아무트의 석화를 도운 이카리스는 세르시에게 사과하지만, 세르시는 알고 있다는 말로 그동안의 그의 고뇌를 이해해주고 사과를 받아들여줍니다. 동료들에 대한 죄책감과 임무의 실패 등의 복잡한 심경의 이카리스는 결국 신화 속 이카루스처럼 태양을 향해 몸을 던지게 되구요.
본인의 모습에 불만족하며 창조주를 원망했던 스프라이트는 남은 유니마인드의 힘을 빌어 유한한 삶의 인간이 되기를 선택합니다. 결국 영원을 지향했던 이터널스의 유일한 진화는 오랜 기간 함께했던 결점 많은 인류의 인간다움이었습니다.
#0 개인적인 평
단평에도 썼듯이 저는 이터널스가 너무 좋았습니다. 노마드랜드의 정적임을 경험했기에 이런 흐름에 익숙하기도 했고, 잘 알려지지 않은 문화권에 대한 소개와 문명과 신화의 삽입도 정말 적절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잘못된 PC로 지적받던 사회적 약자였던 집단의 우월함을 어필하기보다, 다양한 인류에 대한 어울림과 사랑에 대해 자연스럽게 표현했다 생각되구요.
많은 이들이 히어로 영화의 천편일률이 영화계를 망친다 걱정하지만, 더 많은 관객은 팝콘무비의 익숙함을 찾는게 현실입니다. 영화 감독은 새로움과 낯설음, 대중성과 작품성 사이에 황금비를 찾아야 하고 낯선 대중영화는 평가가 절하되기 쉽죠.
이 영화의 불호평에도 충분히 공감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터널스가 007 여왕폐하 대작전처럼 낯설음에 당대 좋은 평은 못받아도, 시간이 흘러 MCU에 많은 의미있는 작품이 되지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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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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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멋진 리뷰네요.
와 이 구절에서 찡했어요
와아... 비록 전 불호긴 합니다만... 이건 정말 멋진 리뷰네요!
감독의 의도를 굉장히 잘 읽어주신 듯 합니다.
많이 공감가고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