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간단 후기(줄거리 정도의 스포)
샤말란 감독은 늘 흥미롭습니다. <식스 센스>의 대성공 이후 그가 보이는 갈지자 행보조차도 흥미롭습니다. 돌이켜 그가 만든 영화를 보자면, 그는 철저히 자기가 만들고 싶은 영화를 만들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애프터 어스>, <라스트 에어벤더>의 폭망이나 <해프닝>의 "해프닝" 등등, 대중이나 평단에서 철저히 바닥을 치거나 비난 일변도로 치닫는 영화가 한둘이 아님에도 자신이 만들 수 있는 영화만 만들 수 있다는 건, 그것도 비즈니스 논리와 적자생존, 약육강식이 난무하는 할리우드에서 버티어 낸다는 건, 축복을 넘어 그가 영화만 잘 만드는 감독은 아닐 거라는 추측도 가능하게 합니다. 어쨌든 한국에서는 샤말란을, 용두사미의 대가, 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식스 센스>의 탓이기도 하겠지만 저는 샤말란 감독의 팬입니다. 제목을 언급했으니 몇 마디 적자면, 저는 <식스 센스>가 상당히 뻔하고 재미 없었습니다. 특정 지점을 탁 알고 나면, 이후로 너무나 뻔해지는 영화가 <식스 센스>입니다. 극장에서 그만 나갈까, 를 속으로 꽤 고민했던... 그러나 그가 영화를 전개해 가는 방식은 참으로 흥미로웠습니다. 또 그를 좋아하는 이유 증 하나는 의도가 읽힌다는 겁니다. 그래서 이해하며 영화를 보게 됩니다. 영화 <올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올드>는 특정한 환경에서 인간의 노화가 급속도로 촉진한다는 설정입니다. 그리고 여기에 "투입"된 인간을 통해 인간이 가지는 탐욕과 사랑, 시기와 질투, 이를 넘은 포용과 용서까지도 다루어냅니다. 단 하루 만에 50살을 먹는 그 와중에도요.
매우 낯설고 두서없어 보이는 상황에서도 캐릭터들은 각자의 목적을 가진 역할이더군요. 그 목적과 역할은 노화와 죽음이라는 두려움 앞에서 팬데믹의 상징으로 보일 수 있는, 혼란으로 치닫습니다. 심지어 죽고 죽이려는 상황까지 치달아 고조될 때에는, 보는 제가 끔찍해서 눈을 감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다만 이를 넘어서는 즉 인간의 노화를 축약하여 보여주며 철학의 관점으로 돌려놓은 마지막을, 이렇게 마무리하면 샤말란이 아니지 같은 속삭임이 들리듯이 음모론으로 마무리지은 결말은 너무 뻔했던 듯했습니다. 어쨌든 이러저러 해도 창작자가 의도한 바이니 그건 그대로 또 고개 끄덕여지더군요.
아마도 <올드>를 통해 샤말란은 "유구한 역사를 축약한다"하더라도 "그래도 인간은 인간이다." 라는 말을 하고 싶지 않았을까요.
영화는, 알고 그러지는 않았으리라 생각됩니다만, 현재의 코로나19 상황과도 묘하게 맞물립니다. 오늘도 누군가는 코로나19 백신을 종말론에 근거한 악마의 술수라고 표현하는 이들도 있으니까요. 이를 대하는 누군가는 용서하겠지만 또 누군가는 칼을 들고 도륙하려 들지도 모르니까요. 영화 <올드> 속 상황은 그래서 시사하는 바가 컸습니다. 끔찍했고요.
역시나 샤말란의 영화답게 호불호 상당하겠더군요. 제 추측에는 거의 4:6비율 정도로 불호가 많을 듯했습니다. 이를 바꾸어 말하면 대중성은 떨어져서 흥행은 좀 요원할지도 모르겠다, 라고.
반면 저는 오랜만에 샤말란스러운 영화를 보고 상당히 만족했습니다. 상상하는 끔찍함을 맛보기도 했고요.
영화, 좋았습니다. 극장 갈 타이밍이 맞지 않아서 네이버 결제하고 보았네요. 14,900. 극장 갈 걸 그랬습니다. 저는 추천합니다. 그러나 어쩌면, 저만 추천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호불호를 넘어 극대노할 관객도 상상이 되어서요. 물론 그 상상도 즐겁습니다. 샤말란스럽잖아요.
굉장히 만족하는 부분이 많은 영화였어요.
특유의 기괴함도 살아있고, 의미도 좋았습니다.
좋은 후기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