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너머에] 시사회 간단 후기
감독 전작 <혼자>를 꽤 특이하게 본 기억이 강렬해서 신청한 시사회인데 이번 작품도 특유의 개성이 유감없이 발휘되는 작품이군요.
일단 대중적인 작법이 아닌지라 완전히 따라가기는 버거운 작품입니다. 중반에 나가는 분들도 있었고 독립영화에 익숙지 않은 분들이라면 난해할 스타일인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아주 흥미롭게 봤습니다. 초반엔 그냥 영화감독 경호가 인숙의 딸을 통해 인숙을 만나는 이야기겠거니 했는데 극중 경호처럼 머리를 띵하고 맞은 듯한 느낌이 드는 지점 이후로 영화는 그야말로 서로의 기억 속을 유유히 탐험합니다.
영화가 끝난 뒤 아직도 모든 게 논리정연하게 정리되진 않지만 기억이라는 추상적 개념을 이토록 영화적으로 잘 표현해냈다는 점에서 박수를 쳐주고 싶습니다.
소수의 배우들과 화려하지 않은 로케이션 등 한정된 여건 속에서 이만큼 그려낼 수 있는 것도 감독의 능력일진대 일종의 실험정신이 더해져 이 정도 결과물을 만들어낸 것도 독립영화로서는 큰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외부의 간섭 없이 자유로이 표현해내는 독립영화의 정신을 구현한 찐 독립영화를 간만에 만났다고 할까요.
본인의 스타일을 명확히 내세우면서도 그 안에 무모하게 함몰되지 않고 관객으로 하여금 스스로 길을 잃게 만들었다가도 다시 출구를 찾아내게 하는 그런 미묘한 매력이 있는 작품 같습니다.
누구의 기억속에서 헤매고 있는지도 모르는 극 중 인물들을 보면서 과연 내 기억은 얼마만큼 상대적이고 주관적이고 불공평한지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게 만드는 점도 참 재미있었어요.
시사회를 통해 스타일리시한 독립영화를 좋은 환경에서 본 것 같아 감사드립니다. 개봉하면 좋은 결과 나길 응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