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촌 비니 (1992) 최고의 법정 영화
조 페시가 엄청난 재능의 소유자인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카지노와 좋은 친구들에서 유머와 폭력성, 잔인함을 결합한 에너제틱한 연기를 보여준 바 있다.
하지만 조 페시 원탑 영화로 그의 대표작이라 할만한 작품은 별로 떠오르지 않는다. 조연배우가 주연배우보다 못하다는 뜻은 아니지만, 그래도 조 페시 원탑 영화로 그의 매력과 재능이 마음껏 발휘되는 영화를 보고 싶다.
이 영화 나의 사촌 비니는 바로 나의 그런 열망을 채워준다. 흠결을 잡을 수 없는 완성도 높은 영화다. 굉장히 유머러스한 영화인 동시에 아주 치밀한 법정영화이기도 하다.
UCLA 장학생으로 선발된 스탠과 빌리는 미국 남부를 자동차 여행한다. 그런데 어느 상점에 들어갔다가 실수로 통조림을 하나 호주머니에 넣고 온다.
별것 아닌 통조림이기에 그 돈 주러 다시 가기도 그렇고 해서 그냥 차를 타고 가는데, 경찰차가 오더니 이들을 세운다. 이들은 통조림 이야기를 할 줄 알고 죄를 다 인정한다,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 하고 자백한다. 그런데 상점 주인은 총을 맞고 살해당했던 것이었다. 이들은 살인을 자백한 용의자가 되어 감옥으로 직행한다.
죄를 자백했다며 욱박지르는 경찰들 속에서 이들은 솜씨 좋은 변호사를 찾아야 한다. 빌리는 집에 전화를 한다.
"엄마, 내가 살인죄를 뒤집어 썼어요. 여기 남부 아시잖아요? 죄다 썩어있고 자기들끼리 응큼하게 혈연 지연으로 엮여 있다구요. 여기는 글쎄 남매끼리 X스를 한대요." 이런 소리를 전화로 어머니에게 하는데, 여기가 경찰서다. 남부 사람들이 모여있는 한가운데서 이런 소리를 하는 거다.
남부 사람들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빌리의 말을 듣는다. 그때 빌리의 어머니가 빌리에게 그의 사촌 비니가 변호시 시험에 합격했다고 알려준다.
"무료로" 비니의 변호를 받으면 된다는 거다.
그리고 비니 등장.
보수적인 남부에 저런 차림으로 동거녀와 함께 나타난 비니. 오자 마자 주위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는다.
특유의 건들건들거리면서 따발총처럼 쉴 새 없이 말을 쏟아낸다. 동거녀 마리사 토메이는 뚱하게 비꼬면서 둘이 만담을 한다.
빌리와 스탠은 잔뜩 기대에 부풀어 비니를 만난다. 그런데 비니는 변론이라고는 맡아본 적 없는 풋내기 변호사다.
빌리가 법대 졸업한 지 6년 지나지 않았냐고 물어보니까, 비니 왈 "변호사 시험에 6수를 했어."
스탠은 얼굴이 멀쩡한 법정변호인을 선택하고, 빌리는 그래도 의리 때문에 비니에게 변론을 맡긴다.
그런데 얼굴이 멀쩡한 법정변호인은 법정에 나가자 심한 말더듬이가 된다, "보 보 보 보 보 보 본인은.....여 여 여 여 여 여기 스 스 스 스 스탠을......" 이런 식이다.
비니는 뜻밖에 탐정소설에 나오는 명탐정 뺨치는 추리력과 논리력으로 빌리와 스탠을 변호해 간다. 비니는 다른 모든 명탐정이 가지지 못한 능력 하나를 갖고 있다.
바로 엄청난 개그 실력과 코메디인데, 그의 말 한 마디로 법정사람들을 들어놓았다가 내려놓았다가 한다. 변호사라기보다는 토크쇼 호스트에 더 가까운 혹은 스탠드업 코메디언에 더 가까운 퍼포먼스를 한다. 하지만 이것은 동시에 아주 치밀하고 차가운 법정 두뇌싸움이기도 하다.
빌리와 스탠이 범인이 맞다는 증인들을 상대로, 토크쇼에서 호스트가 게스트에게 말을 걸듯이 농담을 해가면서, 증인들 스스로가 자기 증언에 오류가 있다는 자백을 이끌어내는 장면은, 조 페시 아니고서는 이렇게 절묘하게 그려낼 수 없었을 것이다.
예일대 출신 판사는 뉴욕 삼류대 출신 비니를 무시한다. 심지어는 자기 재판정에 설 자격이 당신에게 있느냐, 있다면 증명해라 하는 식으로 딴지를 건다. 비니는 편견에 찬 판사를 설득시키는 동시에 외부인을 경계하는 눈으로 바라보는 남부인들도 상대해야 한다. 삼중 사중으로 장애물이 있는 셈이다.
이 영화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탄 마리사 토메이는 야한 복장과는 다르게 현명한 여자다.
집안 대대로 자동차 정비소를 해서, 마리사 토메이는 자동차에 대해서는 굉장한 지식을 자랑한다. 마리사 토메이는 자기 지식을 이용해서 법정 분위기를 뒤집는 서커스를 한다.
각본이면 각본, 연기면 연기, 일류 아닌 것이 없다. 조 페시의 유머러스하면서도 폭발적인 연기 - 굉장히 진지하고 서스펜스 넘치는 장면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SNL 의 코메디 스킷으로 만든다.
좋은 친구들이나 카지노에서 보였던 그 연기다.
하지만 이 영화 나의 사촌 비니에서 조 페시는 선량한 사람이다. 진지하게 남을 돕고 아주 성실한 사람이다.
비니는 탁월한 능력으로 어려운 법정 싸움을 반전시켜 빌리와 스탠을 무죄석방시키고 사람들의 환호 속에 남부 마을을 떠난다.
내가 본 법정영화들 중에서 아주 이색적이고 조 페시의 연기가 눈부시다. 굉장히 웃긴 대사들이 연이어 터져서
작가가 정말로 SNL 의 코메디 스케치로 이 영화를 만들 생각이었나 하고 생각될 정도다.
추천인 7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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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분들이 그렇게 생각할 것 같습니다. 조 페시 팬으로서 이 영화가 나와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재판정에서 판사님과의 티키타카도 너무 재밌었어요
영화 참 유쾌하게 재밌죠.
마리사 토메이가 이 영화로 아카데미상을 받아서 논란이 컸다고 하는데, 저는 독특한 캐릭터를 맛깔나게 연기했다고 생각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