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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저링 3 - 악마가 시켰다> 스포일러 포함된 지극히 개인적인 리뷰입니다!

MatthewBellamy MatthewBella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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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저링 3: 악마가 시켰다>는 <엑소시스트>로 시작하여, <샤이닝>으로 끝이난다. 영화의 오프닝 시퀀스는 악령에 씌인 데이빗(줄리안 힐리아드)에 행해지는 엑소시즘을 보여준다. 엑소시즘을 위해 집에 도착한 고든 신부(스티브 콜터)의 뒷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은 명백한 <엑소시스트>에 대한 오마주일 것이다. 그리고 시작되는 엑소시즘. 어린 데이빗은 <엑소시스트>의 어린 소녀 리건이 그랬던 것처럼 신체를 비틀며 악마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영화의 결말부, 사탄 숭배자(유진 본듀런트)에 의해 조종당하는 에드 워렌(패트릭 윌슨)은 해머를 질질 끌거나, 휘두르며 자신의 아내인 로레인 워렌(베라 파미가)을 쫓는다. 이 모습은 <샤이닝> 속 자신의 아내와 아들을 도끼를 들고 추적하던 잭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이 영화는 그 두 번의 장면에서 <컨저링> 시리즈의 모습을 녹여낸다. 오프닝 시퀀스에서 엑소시즘은 신부와 워렌 부부 뿐 아니라, 데이빗의 ‘가족’들 역시 참여한다. 그리고 마지막 결말부의 장면에서 에드가 마침내 악령의 저주를 이겨내는 계기는 로레인의 ‘말’을 통해서다. 가족들이 지켜보는 엑소시즘과 가족으로 인한 악령으로부터의 해방은 <컨저링> 시리즈가 가지고 있는 전통의 방식이다. 이렇듯 <컨저링 3: 악마가 시켰다>는 호러 장르의 잊히지 않는 걸작인 <엑소시스트>로 시작하여, <샤이닝>으로 닫는 방법 속에서 <컨저링> 시리즈의 색깔을 녹여내려고 한다. 

 

이 영화의 또 다른 흥미로운 시도는 영화의 장르에 추리극 혹은 법정 드라마를 결합시킨다는 점이다. 어니(로우리 오코너)는 악령에 의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살인을 저지른다. 워렌 부부는 이 살인이 어니의 살인이 아닌, 악령의 살인임을 밝혀야하는 변호사가 된다. <컨저링> 시리즈의 그동안의 행보를 악령의 존재를 증명하려는 걸음으로 본다면, 이 영화는 그 악령을 이제는 법리적인 관점에서도 증명하려고 하는 시도를 보여준다. 어니가 무죄임을 밝혀야하는 그의 ‘변호사’ 워렌 부부는 그 증거를 찾기 위해 이곳 저곳을 누비고 다닌다. 

 

이렇듯 이 영화는 시리즈의 세 번째 영화이고, <애나벨>을 비롯한 수많은 스핀 오프 영화가 만들어진 상황에서 시리즈의 피로감을 덜기 위한 방식으로 새로운 시도를 보여주는 듯하다. 그러나 이 영화는 내내 서성이기만 한다. 여러 가지 시도를 하며 새로운 방식을 제시하여 이야기를 풀어나려 하지만, 이야기의 결정적인 맥을 짚지 못하고 방황하고 그 주변을 배회한다. 

 

호러 걸작 두 편을 영화의 시작과 끝 부분에 배치하는 야심을 보여준 이 영화지만, 결과적으로 이 영화를 보면서 떠오르는 영화는 그 두 편이 아닌 <쏘우> 시리즈다. (두 시리즈 모두 제임스 완 감독에서부터 시작되었다는 점이 흥미롭다.) 여러 장점들이 결합되어 컬트적인 인기를 끌었던 <쏘우>는 이후에 줄줄이 시리즈를 만들어낸다. 그렇지만, 1편 이후의 영화들은 1편의 성공 요인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채, 자극적인 고어 장면들에 도취되어 말그대로 영화를 찍어내기 바빴다. 알맹이 없이 잔혹하게 사람을 찢어 죽이는 영화로 가득찬 시리즈가 되어버린 <쏘우> 시리즈는 그렇게 ‘고문 포르노’가 된다. 

 

<컨저링> 시리즈 역시 마찬가지다. 고전적인 느낌을 선사하면서도 세련된 연출을 보여주었던 <컨저링>과 그에 못지 않은 매력을 보여주었던 <컨저링 2>와 달리, 이른바 ‘<컨저링> 유니버스’를 구성하는 외전 격인 <애나벨>, <더 넌>, <요로나의 저주> 등의 영화는 그저 관객들을 깜짝 놀래키기 급급한 점프 스케어 장면으로 도배되어 있다. 관객을 무섭게 하는 것과 깜짝 놀라게 하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깜짝 놀라게 하는 것은 무섭게 하는 것이 아니라, 관객들에게 무서움을 ‘강요’하는 것이다. 제임스 완이 연출하지 않았던 ‘<컨저링> 유니버스’의 영화들은 그렇게 관객들에게 무서움을 강요해왔다. 그리고, <컨저링 3: 악마가 시켰다>는 <컨저링>, <컨저링 2>가 아닌, 제임스 완이 연출하지 않았던 나머지 스핀 오프 영화들의 뒤를 따른다. 이 영화 역시 관객들에게 ‘공포’를 강요한다.

 

이 영화의 점프 스케어는 다른 스핀오프 영화들에 비하면 줄어든 것처럼 느껴지긴 한다. (물론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이야기다.) 당장 감독의 전작이었던 <요로나의 저주>와 비교해서도 그 횟수는 줄어든 듯 보인다. 그렇지만 문제는 여기서 또 발생한다. 이 영화는 호러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결정적으로 무섭지가 않다. 이 영화의 점프 스케어는 갑작스럽게 등장하지 않는다. 점프 스케어가 등장할 만한 순간이 되면, 이 영화는 스스로 분위기를 잡는다. 관객들 역시 자신을 깜짝 놀라게할 무언가가 등장할 것임을 직감하고 준비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 영화는 그렇게 점프 스케어 직전에 분위기를 잡는 순간이 아니면 전혀 공포감을 느낄 수가 없다. 예를 들어 장의사 사무실 속 시체보관소에 워렌 부부가 들어가는 장면은 ‘늦은 밤’, ‘시체’가 득실 거리는 장소를 두 주인공이 들어가는 순간을 보여주는 ‘공포 영화’ 속 장면임에도 전혀 무섭지가 않다. 

 

그 이유는 앞서 말한 이 영화의 패턴 때문일 것이다. 이 영화는 점프 스케어를 사용하기 직전에 예고를 해준다. 조명을 어둡게하고, 배경 음악을 꺼버리는 것으로 이 영화는 점프 스케어를 맞이할 준비를 한다. 이 영화는 그 패턴을 한 치도 벗어나지 않는다. 조명이 어둡다 한들, 영화의 음악이 흘러나오는 순간은 안전한 순간이다. <요로나의 저주>보다는 나아졌지만, 마이클 차베즈 감독은 또 다시 그 연출에서 한계를 보여준다. 점프 스케어는 영리하게 사용해야한다. <여고괴담>의 복도 장면이나, <컨저링> 속 박수 장면이 좋은 예다. 영화 내내 도배된 점프 스케어와 심지어는 명확한 패턴까지 보이는 점프 스케어는 전혀 영리하지 못하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영리하지 못한 점프 스케어로 인해 이 영화는 점프 스케어가 아닌 장면에서는 공포감을 줄 수 있는 힘을 잃고 만다. 

 

120분 가량의 이 영화의 화법은 전형적인 장르 영화의 화법을 따른다. 이야기가 발단을 하고, 전개되다가, 결말을 맞이한다. 그에 따라 보여지는 장면들은 역시나 관습적이다. 하지만 그것은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1편인 <컨저링> 역시 어느정도 장르적 화법을 따르며, 관습적인 모습까지 보여준다. <컨저링 3: 악마가 시켰다>의 생기를 잃게하는 요소는 그러한 관습적인 모습이 아니라, 공포의 감정을 관객들에게 강요하는 부분과 그로 인해 이 영화가 공포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공포를 잃어버렸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엑소시스트>와 <샤이닝>을 꿈꾸었던 이 영화는 실패하고 말았다. <컨저링 3: 악마가 시켰다>는 실패한 공포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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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영화 안 봐서 정독 못하는 게 아쉽습니다.;;

22:42
21.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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