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인과 완구] 성공시대

'명랑소녀'에 이어 두번째로 접한 마스무라 야스조의 영화.

미국의 자본주의를 고스란히 이식(당)한("미국이 일본이다!") 전후 일본의 시스템에 대한 비판이 통렬하다.

성과에 매몰된(영화 속 제과기업 월드의 사무실 모든 곳을 매출 그래프가 지배한다.) 조직의 톱니 같은 회사원들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하여 모든 것을 바친다. 신의와 도의와 같은 구시대의 덕목은 마땅히 사라져야할 질서로 전락하고, 돈만이 이를 대체한 새로운 질서로 군림한다. 돈 앞에서 사랑과 우정의 무게도 더없이 가볍다. 인간다운 삶이란 건 더 이상 아무런 가치가 없다. (자본주의) 시스템 안에서 성공에 가까워질수록 사람들은 점점 미쳐간다.(월드 홍보부의 엘리트 과장 고다는 카라멜 신제품 판촉전이 치열해지면서 각성제와 신경안정제를 동시에 먹는 아이러니한 처지가 된다.) 

마스무라 야스조는 제과기업 간 신제품 판촉 전쟁과 그 안에서 벌어지는 판촉을 위한 스타 메이킹은 엮은 블랙코미디의 서사 안에서 상기한 모든 것들을 강력하게 설득해 낸다.

마치 재즈와 같은 경쾌한 리듬의 편집을 통한 빠른 전개와 원색의 강렬한 조명이 인상적이다.

<거인과 완구>가 내포한 주제의식과 날카로운 통찰은 현재 시점에서도 여전히 강력하게 유효하다.

영화적 완성도와 재미 또한 지금의 영화들에 비교하여 전혀 뒤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