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일럿' 봤습니다. 조정석의 천연덕스러운 여장 연기

1982년 더스틴 호프만 주연 영화 <투씨>랑 이야기 전개가 거의 흡사합니다. 재능 있는 능력자 남주인공이 행실 문제로 업계에서 퇴출당하자 여장을 하고서 재도전해 승승장구, 그러면서 남자로선 몰랐던 여성의 고충, 유리천장을 깨닫는다는 얘기죠.

그런데 <파일럿>은 <투씨> 이후 30년 뒤에 나온 스웨덴 영화 <Cockpit>의 리메이크라고 하네요. 40년 넘게 국가를 넘어 비슷한 영화들이 나오는 게, 예나 지금이나 차별과 편견이 여전하고, 또 먹히는 이야기도 비슷한가 봅니다.

<투씨>를 봤다면 <파일럿>은 뻔히 예상되는, 전혀 신선할 게 없는 얘깁니다. 여기에 또 한국 상업 영화 특유의 과한 팬시함, 오버스러운 장면들이 아쉽게 느껴지지만, 배우들의 좋은 연기와 적절한 리액션이 어색한 상황에서도 웃음을 끌어냅니다. 특히 무리수 같았던 여장을 천연덕스럽게 소화하고 순식간에 남녀 캐릭터를 성전환해내는 조정석의 연기가 상당한 볼거리네요. 언론 시사에서도 웃음 소리 많이 나왔는데, 일반 관객들 반응도 좋을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