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의 아이>, <해변의 에트랑제> 일본 팜플렛
구매한지는 꽤 됐는데, 읽다 만 부분들이 많아서 이제야 올리네요.
내부 페이지와 함께 인상깊었던 내용 일부를 남겨봅니다.
원문과 완전히 똑같진 않고, 좀 읽기 쉽게 말을 바꾸거나 축약한 부분들이 있습니다.
스태프의 말을 그대로 옮길 때,
혹은 스태프 본인의 생각과 제 감상을 쓴 부분이 혼동될 수 있는 부분은 " " 이렇게 따옴표를 써서 표기하겠습니다.
보통 팜플렛이 A4 사이즈인데, <해수의 아이> 팜플렛은 30cmx30cm로 꽤 큽니다. 레코드판 정도 되네요.
공식 스토리북과 내용이 꽤 겹치지만, 판형이 커서 소장가치가 있다고도 합니다.
가격은 1000엔에 세금별도입니다.
앞부분은 많은 팜플렛들이 그렇듯 스틸컷 모음으로 시작합니다. 내용순서에 따라 이런 스틸컷 모음이 여러 장 이어집니다.
감독 와타나베 아유무님 인터뷰
감독 오퍼를 받아들일 때는, 꽤 신중하게 생각했다고 합니다.
그 섬세하고 정밀한 비쥬얼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든다는 건 무모한 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고,
원작의 주제가 한 편의 영화로 갈무리하기엔 너무 방대했기때문인데요.
무엇보다도 중요했던 건, 코니시 켄이치씨를 영입할 수 있을지의 여부.
자신이 감독을 맡는다면 그 분이 작화감독을 맡아주어야 한다,
그리고 그 분이야말로 원작이 가진 그림의 매력을 애니메이션으로 끌어낼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뭐 이런 생각을 했다는 게, 반은 받아들일 예정이었다는 거죠.
결국, 불안보다는 두근거림이 컸기때문에 '하게 해주십시오'라고 답변을 했습니다."
스토리의 경우에는 오만가지 시도를 다 해봤다고 합니다.
굳이 주인공을 두지 않고 '세계의 비밀'에 중점을 둔 시놉시스도 만들어봤는데, 뭔가 탐탁지가 않았다고 해요.
"원작을 읽었을 때의 불안과 두근거림은 무엇때문일까? 루카(주인공)를 향한 걱정과 기대때문이 아니었을까?"
라는 데에 생각이 미쳐서, 루카라는 한 소녀의 이야기로 한정하도록(원문:조이다) 과감히 결단을 내렸다고 합니다.
총 작화감독 코니시 켄이치님 인터뷰
이가라시님의 그림 그 자체가 작품의 매력 중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이상,
정면에서 승부를 볼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는데,
(원문:정면에서 대치한다고 되어있는데, 원작과 반대 스타일로 간다는 의미가 될까봐 바꿨습니다)
오히려 원작자 이가라시님은 "좀더 애니메이션스럽게, 받아들이기 쉬운 작화로 해도 좋지 않을까요"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이가라시님의 그림은 좀만 잘못해도 무서워질 수 있기때문에,
어설프게 그리기보다 애니메이션에 맞게 바꾸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에서 (이가라시님이 그렇게)말한 것 같지만,
이 작품에서 이가라시님 특유의 화풍(원문:그림의 taste)을 빼버린다면 좋아할 사람이 아무도 없을 것"이라 생각하셨다고 하네요.
"이펙트는, 파도라든가 비라든가, 지금의 CG 기술로 묘사할 수 없는 건 없겠지만,
역시 '손으로 그려야만' 하는 부분(의역:손으로 그렸을 때야말로 빛이 나는 부분)이 있습니다.
손으로 그린 작화로 묘사한다는 것은 즉, 캐릭터화한다는 것으로,
사람이나 생물과 똑같이 혼이 깃드는 게 됩니다.
펜 하나로 자연을 공들여 그리는 원작에 대해서도, 그 의미가 굉장히 컸다고 생각합니다."
미술감독 키무라 신지님 인터뷰
혈계전선, 도로헤도로 등 미술감독과 작화감독으로 유명하시죠.
해수의 아이 배경도 이분이 작업하셨는데 정말 아름답습니다.
작품에 나온 배경이 작은 사이즈로 나열되어있네요.
원래는 이 작품의 미술감독 자리를 한 번 고사했다고 합니다.
혈계전선을 하게 됐으니 다른 사람을 알아보라~ 했는데,
'그럼 다른 사람을 소개시켜달라'는 말을 듣곤 마땅히 떠오르는 사람이 없더래요.
혈계전선 작업이 끝나고 스튜디오4도(제작사)에 가보니 전혀 진척이 없길래,
다른 대안도 없고 해서 받아들이셨다고 합니다.
인터뷰를 읽으면서 대단하다고 느낀 부분은
'여름 공기의 느낌(원문:여름의 공기감)'을 표현하려 했다는 부분입니다.
"... 공기 속에 엽록소가 가득 섞여있는 느낌을 내려고 했습니다.
여름철에 식물이 군생하고 있는 곳을 가까이서 지나가거나 하면 공기가 훅 하고 퍼지잖아요.
그 공기의 느낌은 분명 식물에서 나오는 것으로, 실제로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색으로 친다면 녹색이 넘쳐흐른다고 생각합니다.
애니메이션에서는 그림자에 푸른 색을 섞거나 하는 게 드문 일은 아니지만,
이번에는 공기에 색소가 들어가있다고 생각하면서 그림자 부분에 녹색을 넣었습니다.
그렇게 하면 여름 공기의 느낌이 날까하고요."
이 뒤에 공기 중의 부유하는 먼지같은 걸 묘사해서 공간의 깊이를 이끌어냈다, 이런 내용도 있는데
너무 길어질까봐 생략하겠습니다 😂
작품 속 공간을 섬세하게 떠올리는 감수성에 감탄했네요.
스태프들의 이름이 나열된 마지막 페이지까지도 멋집니다.
이외에도 성우 인터뷰, CGI 감독, CGI 스태프, 음향감독, 음악을 맡은 히사이시 조, 감독과 원작자의 대담 등
작품에 관한 여러가지 이야기가 실려있습니다.
대체로 원작자인 이가라시님은 애니메이션쪽에서 바꾸고 싶은 게 있으면 바꿔도 좋다고, 자유롭게 재량껏 만들도록 한 모양이더라구요.
<해수의 아이>는 읽은 사람의 수만큼 각자의 해석이 있는 작품이며,
원작과 그걸 영화화한 작품은 하나의 씨앗에서 태어난 형제같은 것이라 생각한다고도 써있었습니다.
더 많은 내용에 관심이 있으신 분은 공식 스토리북을 구매하셔도 좋을 것 같아요.
공식 스토리북엔 이가라시 다이스케님이 그린 녹음현장 후기만화, 그리고 해수의 아이와 관련된 단편만화도 실려있어요.
그밖에 팜플렛에 없는 설정화같은 게 있어서, 저도 구입할까 생각 중입니다.
다음은 <해변의 에트랑제> 팜플렛입니다.
A4 사이즈. 1500엔(세금별도)입니다.
표지가 너무너무 예뻐서 볼 때마다 뿌듯합니다.
첫페이지는 밤의 해변으로 시작합니다. 수미쌍관의 냄새가 나죠?
트레이싱 페이퍼에 희미하게 '에트랑제'라는 단어의 의미가 써있습니다.
미오가 너무 귀엽고 음식이 맛있어 보여서 찍은 페이지...ㅎㅎ
줄거리, 캐릭터 디자인, 주연을 맡은 두 성우의 대담, 다른 성우 출연진들의 코멘트,
작품에 나온 공간이라든가 소품에 관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몇 페이지만 올려봅니다.
배경을 등장인물 간의 관계라든가 내면의 상태에 맞춰 묘사했다는 내용이 있고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달의 이지러짐을 계산해서 그릴 만큼 섬세하게 신경썼다는 부분이 인상깊었습니다.
주인공인 슌과 미오가 재회하는 배경에 세 종류의 꽃이 피어있습니다.
중간에 산호덩굴, 미오쪽에 하얀 부겐베리아, 슌 쪽엔 빨간 부겐베리아를 배치했다고 하는데요.
꽃말을 알아보라고 써있어서 찾아보니 부겐베리아의 꽃말은 정열, 영원한 사랑이고 (그런데 비슷한 꽃말을 가진 꽃이 많지 않나요?)
가운데의 산호덩굴은 사랑의 사슬, 그러니까 사랑을 잇는 Chain 의 의미가 있네요.
감독인 오오하시 아키요님과 원작자 키이 칸나님의 대담
오오하시 아키요님은 <보석의 나라 PV>, <단간론파 더 애니메이션>, <암살교실> 등을 연출했습니다.
극장용 애니메이션 감독을 맡은 건 이 작품이 처음인데요.
키이 칸나님이 오오하시님과 몇 번인가 일을 할 기회가 있었고(키이 칸나님이 원래 애니메이터여서 그런가봐요)
이 분이라면 괜찮겠다 싶어서 감독을 부탁드렸다고 합니다.
"오오하시 : 저를 감독으로 타진하고 있다고 들었을 땐 솔직히 놀랐습니다.
아직까지도 어마어마한 몰래카메라가 아닌가 생각하고 있어요."
"키이 칸나: 아니, 농담으로 이런 중요한 일을 부탁드리진 못 하죠.
실제로는 확실하게 해주신 덕분에 제가 (작업을)쉽게 할 수 있었고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해변의 에트랑제 애니메이션에는, 원작과 다르게 추가된 장면들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 특히 원작자의 인상에 남았던 장면은 미오가 입에 물고 있던 아이스크림 막대를 떨어뜨리는 장면이라고 하는데요.
"키이 칸나 : 그 장면이 너무 좋아서, '오오하시 씨, BL에 재능있네...'라고 생각했습니다. ...
...BL과 관계없이, 영화로서도 좋은 장면이었다고 생각해요. 그 짧은 장면을 추가함으로써 인간미를 엿볼 수 있었다고 할까요.
사람이 사람을 조용히 바라보는 씬이라는 좋은 점이 있었습니다."
이외에 슌과 미오는 어떤 캐릭터이며 어떻게 탄생했는지, 작품 무대가 오키나와인 것은 어떤 의미가 있는지,
각 인물의 성격을 고려해서 장면을 설계한 점 등등 6페이지(콘티, 일러스트 포함)에 걸쳐 인터뷰가 실려있습니다.
스태프를 모을 때 키이 칸나님의 설정화로 딜을 했다고도 하고... 재밌었습니다!
주제가의 가사, 그리고 주제가를 부른 모노노아와레의 짧은 인터뷰가 있습니다.
18세 때 이 곡을 만들었는데, 첫사랑에 실패하고나서 만든 곡인가봐요.
사연인즉, 18세 때 첫사랑을 경험하게 되어 잠못이루다가,
나름 정해둔 타이밍이 있어서 반 년 후에야 고백을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땐 이미 상대방에게 애인이 생긴 뒤였고... 상대방에겐 그 사람 나름의 타이밍이 있는 것인데,
자기 자신의 타이밍만 멋대로 생각하고 행동한 걸 반성했다고 하네요.
그렇게 실연을 하고나서 만든, 끝나버린 짝사랑같은 곡이라고... 😅
주요 스태프와 그외 스탭들이 적혀있는 페이지
식구(가족이라고 할 수 있겠죠?)들이 식탁에 모여 앉은 장면을 넣은 게 좋습니다.
마지막은 낮의 해변가 벤치, 그리고 트레이싱 페이퍼로 마무리 됩니다.
일단 팜플렛이 참 예뻐서, 그것만으로도 소장가치가 있네요.
사실 아직 읽지 않은 부분도 많이 있는데, 다 읽을 날이 요원하기때문에 이대로는 기약이 없을 것 같아 올립니다.
다 읽더라도 어차피 다 쓰지 못할 것 같고요...
둘다 스토리면에서는 좀 부족하다는 평가가 있었지만, 작화는 호평을 받은 작품들 입니다.
저는 두 작품 다 몇 번이나 볼 만큼 좋아서 팜플렛도 구매했네요.
일본 팜플렛을 사는 건 처음인데, 후회없는 소비였습니다.
작품을 재밌게 보셨거나 관심이 있으신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셨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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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방의 의견에 반박, 비아냥, 조롱 금지입니다
영화는 개인의 취향이니, 상대방의 취향을 존중하세요
자세한 익무 규칙은 여길 클릭하세요
일본 팜플렛 수집하는데, 해수의 아이 팜플렛은 비싼 편이네요 그만큼 퀄이 좋네요 사진 잘 봤습니다^^
비주얼이 아트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