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 [마리오네트] 후기 - 어둠 속 한 줄기 빛을 형상화한 영화
박엔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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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의 변주가 이렇게도 가능한 거였군요.
처음에는 한 여자가 마치 신과 같은 초현실적인 권능을 가진 아이에게 괴롭힘당하는, 마치 <더 보이>같은 공포영화인줄 알았는데, 점점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아이가 그리는 그림 속 현실이 아닌, 진짜 아이의 현실을 비추면서 급작스럽게 치유물로 뒤바뀌는 기묘하면서도 따뜻한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솔직히 여주인공이 어떻게 자기 정체성을 그 순간에 팍 깨달았는지 좀 이해가 안되기는 해요. 음.. 마치 '심연을 너무 깊게 들여다보면 그 심연이 너를 들여다본다' 같은 느낌?
그래도 아이가 겪은 일련의 충격적인 사고들로 끝내 인격이 부서지는 더 암울한 흐름보다는, 이런 힐링물로 흘러가는게 참 보기 좋았습니다. 마지막에 여주인공이 햇살을 가득 받으며 엔딩크레딧이 올라올 땐, 아이가 저지르는 발암 전개로 고통받았던 제 마음까지도 확 밝아지는 기분이었네요.
어린이가 총을 맞고 죽거나 여주가 총으로 자살하는 장면, 그외 기타 분신이나 사고 장면이 수시로 나오는데도 관람등급이 12세였던 건 분명 각본의 힘이 크게 작용했을 걸로 생각합니다.
실로 간만에 신선한 충격을 받은 영화입니다.
참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