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고 코타로와 모리 나나 배우의 오랜만의 [날씨의 아이] 대담
지난달에 일본에서 [날씨의 아이] 소설 오디오북이 출시가 되었는데, 오디오북 낭독 녹음에 참여한 다이고 코타로와 모리 나나 배우의 오랜만의 [날씨의 아이] 대담 인터뷰를 번역해 봤습니다. 하느라 진짜 죽는줄... 미숙하지만 최선을 다해서 번역을 해 봤습니다.(생략한 부분도 아주 조금 있고 오역이나 의역이 있을 수 있으니 양해 바랍니다 ㅠㅠ)
두 분은 오늘 ‘오랜만에’ 만난거군요.
다이고 코타로: 오랜만이었어요. 올해는 아직 못 만난 것 같아서, 나나가 방금 전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라고 해서 놀랐어요.
모리 나나: 작년 12월에 호치영화상 수상식에서 만났던게 마지막이었거든요. 1년 전엔 거의 매일 만났었는데.
다이고 코타로: 정말이네요! 다시 만나서 기쁩니다. 게다가 또 호다카와 히나를 연기할 수 있어서요.
신카이 감독이 직접 쓴 [날씨의 아이] 소설을 낭독, 게다가 영화 본편에서 맡은 역할뿐만 아니라 (소설 속) 남성 캐릭터는 전부 다이고 씨가, 여성 캐릭터는 전부 모리 씨가 읽고 연기하는 이번 오디오북의 기획을 들었을 때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다이고 코타로: 글쎄요, 저는...
모리 나나: (웃음)
다이고 코타로: 잠깐만, 왜 웃는데!
모리 나나: 다이고 씨는 취재할 때 마다 ‘글쎄요’ 부터 꺼내서요.
다이고 코타로: 또 그렇게 단점만 지적한다니까.
모리 나나: 단점이 아니라 좋은 점이에요.
다이고 코타로: 좋은 점 아닌데.
모리 나나: 매력 포인트?
본론으로 돌아오자면...
모리 나나: 네, 죄송합니다. 저는 솔직히 ‘못하겠다’ 라고 생각했어요. 나츠미 역의 혼다 츠바사씨와는 소리도 전혀 다르고, 혼다 씨의 멋진 부분이라고 하는게 난 표현할 수 없겠지 하구요... 이야기를 듣고 나서 상당히 연구를 했습니다만, 어렵다고 마음 먹은 채 녹화하면서도 그 부분과 맞서듯이 녹화했어요.
다이고 코타로: 저 역시 호화 출연진 분들이 했던 역할을 내가 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이 있었어요. 그리고 호다카를 연기한 것에 대해서도 영화 더빙한지 1년 가까이 지났거든요. ‘목소리가 변하지 않았나?’ 하는 불안감도 있었죠. 다만 그런 불안감은 막상 녹화가 시작되자 비교적 괜찮았고요.
모리 나나: 저도요. 히나 대사 자체는 꽤 잘 했을지도.
소설판은 영화에 존재하지 않는 ‘서장’ 부터 시작합니다. 모든 사건과 사건이 끝난 시점에서 호다카가 과거를 되돌아보고 회상하고, 다이고 씨의 독백이 쌓이면서 ‘그러니까 울지 마, 호다카.’ 라는 히나의, 모리 씨의 대사가 삽입된 순간 소름이 돋았습니다. 그 두 사람과 다시 만날 수 있었다... 라고 느꼈기 때문인 것 같구요.
모리 나나: 기쁘네요. 영화에서 히나가 한 말은 저도 머리에 박혀있거든요. ‘있지, 지금부터 맑아질거야’ 라든가 ‘어디 보는 거야’ 라든가 하는 것은 특기라고 해야되나, 레퍼토리처럼 되어 있습니다. 음정도 전부 정해져 있고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대사 부분은 괜찮았습니다. 그냥 지문이 너무 어려웠어요.
다이고 코타로: 어렵죠.
모리 나나: 다이고 씨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어요. 저보다 몇 배나 읽는 양이 많았거든요.
다이고 코타로: 지문 양이 엄청 많았고, 한번에 오케이 사인 받는 것도 꽤 어려워서요. 나중에 스태프한테 배운건데, 총 30시간 정도 녹화한 것 같아요.
1인칭 시점으로 전개되는 소설 지문은 독백의 모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영화는 호다카의 독백에서 이야기가 펼쳐지지만, 소설은 호다카를 기본으로 하면서 히나의 독백도 등장하는 거죠.
모리 나나: 맞아요. 히나가 자신의 심정을 고백하는 듯 한 지문을 어떻게 말해야 할 지 계속 탐구를 했어요.
다이고 코타로: 저는 영화 본편에 독백이 있었기 때문에, 더빙 할 때 신카이 감독님으로부터 연출을 받았습니다. 거기서 단련이 되었기 때문에, 지문을 읽을 때에는 왠지 감각적으로 ‘신카이 감독님은 반드시 이런 소리의 느낌을 원할 것 같다’ 라고 떠올리면서 읽었습니다.
모리 나나: 부럽네요! 그래도 저도 의외로 쭉 진행할 수 있었을지도 (웃음). 히나가 내 몸에 배어있구나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제가 녹화할 때는 다이고 씨의 목소리가 전부 먼저 녹음된 상태였어요. 그 말을 듣고 틈새를 채워가면 됐기 때문에 저는 읽기 쉬웠습니다. 다이고 씨, 고마워요!
다이고 코타로: 천만에요.
소설을 낭독하다가 새롭게 발견한 부분도 있지 않았나요?
다이고 코타로: 신카이 감독님이 그린 세계는 역시 정말로 아름답구나, 라고요.
모리 나나: 정말 아름다웠어요. 그 중에서도 비유 표현이 정말 아름답고. 신카이 감독님의 눈에는 세상이 그렇게 보인다면 이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울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소설은 영상이 없기 때문에, 그 아름다운 것을 ‘보여지고 있다’ 기 보다는 ‘자신이 이걸 보고 있다’ 는 감각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다이고 코타로: 영상을 상상하면서 읽어가는군요. 역시 신카이 감독님의 세계관이랄까, 말이 섬세하고 영상적이어서.
모리 나나: 정말 섬세해요. 조금이라도 만지면 풀릴 것 같은 레이스 같은 느낌으로...
다이고 코타로: (웃음)
모리 나나: 왜 웃는건데요.
다이고 코타로: 그러고 보니 이런 인터뷰 할 때, 이따금 좋은 코멘트를 넣어야겠다고 생각이 났습니다. 잘 기억나는게, ‘영화 보기 전에 아무 것도 생각하지 말고 마음의 안전벨트를 매고 꼭 보세요.’
모리 나나: 좋죠?
다이고 코타로: 응, 그러니까 다른 작품 인터뷰 할 때 쓰는거.
모리 나나: 생각났어요! 둘이서 함께 많은 인터뷰 받고 있던 시기에, 제가 ‘오, 좋은 표현 방법이 되겠다’ 라고 생각했던 말을, 그 다음 인터뷰에서 다이고 씨가 썼어요!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낭독 했을 때 특히 인상에 남은 장면이나 말의 표현 등을 알려주셨으면 합니다.
모리 나나: 저는 히나가 롯폰기의 고칭빌딩 옥상에서 날씨를 맑게 하는 장면의 문장이 정말 좋았습니다. 그 장면의 히나의 독백을 녹음 전에 몇번이나 연습했어요. 영화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장면 중에 하나고, 이 장면을 어떻게 음악도 영상도 없는 소설로 표현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니... 신카이 감독님의 표현력은 대단합니다. 꼭 들어주셨으면 하는 포인트 중 하나죠.
다이고 코타로: 저는 꼭 스가 캐릭터의 파트에 주목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소설은 호다카와 히나의 심정이 영화보다 더욱 세밀하게 표현되어 있습니다만, 스가나 나츠미에 대해서는 영화에선 그려지지 않았던 것이 많이 적혀 있습니다. ‘아, 그 장면에서는 이런 것을 생각하고 있었구나’ 라고 놀랄 수 있는 부분이 분명히 많고, 스가와 나츠미 캐릭터를 더 좋아하게 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어른 캐릭터들의 대사를 읽을 수 있다는 건 [날씨의 아이] 소설의 큰 재미겠네요.
모리 나나: 다이고 씨의 낭독을 처음 들었을 때, 스가 캐릭터의 목소리가 오구리 슌 씨 그 자체로 들려서 놀랐습니다. 존경하고 있을 만도 하구나, 라고. 평소에 오구리 슌 씨 성대모사도 하거든요.
다이고 코타로: 아, 네. 공식석상에서 성대모사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가능한 한 나를 지우고, 영화에서 오구리 슌 씨가 연기한 스가에 가까어지고 싶다고 생각해서 했어요.
모리 나나: 엄청 잘했어요.
나츠미 캐릭터의 목소리도 변신한 느낌이 있었습니다.
모리 나나: 저도 혼다 츠바사 씨의 목소리를 최대한 맞추고 싶어서 영화를 몇 번이나 다시 봤구요. 목소리 자체는 한계가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말투' 는 가능한 한 따라할려고 했습니다.
다이고 코타로: 나나의 나츠미 연기는 혼다 츠바사 씨가 연기한 나츠미 캐릭터와는 또 다른 장점이 있었어요. 독백 하고 있는, 자신의 진로로 고민하고 있는 심정이라던가... 생생하다고 할까, 실사영화 같은 연기도 조금 느껴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대단하다고 생각한게 일기예보 아나운서 목소리. 나츠미 캐릭터 이외의 여성 캐릭터도 전부 나나가 했습니다만, 일기예보 아나운서 목소리는 진짜 아나운서 같았어요.
모리 나나: 기쁘네요. 저는 개인적으로 점집 할머니 목소리를 연기할 때 ‘할 수 있다!’ 라는 반응을 느꼈습니다.
다이고 코타로: 알겠다. 그것도 진짜 점집 할머니 같았어요. 그 밖에도 할머니 목소리라던지, 초등학교 5학년 여자아이의 목소리라든지. 정말 능숙하게 연기했어요. 엄청난 잠재력을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극 중 특별출연하는 [너의 이름은] 의 타키와 미츠하를 어떻게 연기했는지... 라고 하는 것도 듣고 싶은 부분이네요. 그렇다고 해도, 두 분에게 있어서 가장 난관이었던 부분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모리 나나: ‘절대 못해!’ 라고 생각했습니다.
다이고 코타로: 어려웠어요.
모리 나나: 그래도 열심히 했어요. 카미시라이시 모네 씨의 상냥한 느낌을 전면에 내세울 수 있도록 저의 상냥한 느낌을 최대치까지 끌어올렸습니다.
다이고 코타로: 저는 오로지 [너의 이름은] 을 몇 번이고 본 다음, 카미키 류노스케 씨가 되어버릴려고 생각했어요. 그 장면에선 ‘나는 카미키 류노스케다’ 라고 생각했습니다.
후반부의 전개는 낭독하는 동안 짜릿한 게 있지 않았나요?
다이고 코타로: 영화 더빙했을 때의 기억이 되살아났습니다. 영화 본편에서도 목이 쉬도록 녹음했었거든요. 이번 녹화할 때도 읽는 동안에 목소리가 쉬어서 스태프한테 ’다음 대사는 좀 나중에 합시다’ 라고, 영화 더빙할 때도 같은 말을 들었다고 생각해서 그리운 느낌이었습니다.
모리 나나: 영화 더빙했을 때, 소리 지르고 목이 상해서 ‘피맛 나요’ 이러고 하더라고요. 태연한 얼굴을 하고 ‘정말 괜찮아요’ 라고 하니까, 모두 ‘아니, 안 괜찮죠!’ 라고. 하지만 다이고 시의 쉰 목소리 정말 좋아요. 이번에 또 들을 수 있어서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다이고 코타로: 드디어 칭찬해줬구나.
모리 나나: 계속 칭찬했잖아.
다이고 코타로: 조금 신기하다고 생각한건, 예를 들어 마지막 장면 있잖아요. 영화 본편 더빙할 때는 계속 울면서 소리를 넣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울지 못했구요. 울고 싶은 기분도 있었지만, 뜨거워진다고 할까. 영화 더빙할 때는 100% 호다카의 시점으로 히나를 보고 있었기 때문에 울 수 밖에 없었습니다. 시간이 지나 조금씩 제 안에서 호다카의 느낌이 빠져나가면서 부감으로 작품 전체를 볼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모리 나나: 확실히 저도, 객관적인 시점으로 볼 수 있게 된 걸지도 모르겠네요. 영화 더빙 때처럼 히나에게 몰입해 호다카를 소중하게 생각할 뿐만 아니라, 호다카와 히나 두 사람을 향한 존경을 이번에 많이 느꼈습니다. 그래서 이 두 사람이 소중하게 보이기 위해서는 어떤 표현이 좋을까 생각했고, 마지막 장면은 노래를 따라 부를 뿐만 아니라, 지금의 내가 무너가 새롭게 할 수 있는 일은 없을까 하고 고민하기도 했습니다.
[날씨의 아이] 에 이렇게나 끌리고 자꾸 보고 읽고 싶은건 대체 왜일까요.
다이고 코타로: 정답이 하나가 아니라서 그런 것 같아요. 보는 시기에 따라서 분명 느끼는 방법이 달라질 것 같고요. 예를 들면 우리가 20년 후에 이걸 다시 봤을 때는 스가의 감정에 공감할지도 모르죠. 보는 사람이나 보는 시기에 따라서 같은 작품이 전혀 다른 것 처럼 느껴진다는 것이 이 작품의 특징이 아닐까 하고요.
모리 나나: 이렇게 1년이 지나고 인터뷰를 하거나 작품에 대해 지금 자신의 기분을 말하는 것은 좀처럼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되어있다는 것이 [날씨의 아이] 의 매력을 잘 나타내고 있는 것 같고요. 아무리 깊게 파고 들어가도 바닥에 닿지 않고 계속 베일에 싸여 있고, 영화로 나오고 소설로도 나오고 이번에 오디오북으로도 나오고.. 앞으로도 계속 제작자와 관객, 독자도 모두 가능성을 추구해 나갈거라고 생각합니다.
다이고 코타로: 여러 작품과 비교해봐도 [날씨의 아이] 는 ‘남는다’ 는 느낌이 강하죠. 이번 오디오북을 계기로 좀 더 빠져들었으면 좋겠어요.
모리 나나: 녹화는 처음 하는 일도 많아서 힘들었지만 정말 재밌었어요. 아름다운 단어를 읽으면서 마음이 정화되어가는 느낌이 있어요. 녹음 내내 파워스팟에 있는 것 같은 마음으로 힐링이 됐고요. 이번 오디오북은 10시간 남짓한 양에 볼륨 만점으로 [날씨의 아이] 에 대한 새로운 매력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고, 신카이 감독님의 언어로 만들어내는 세계관에 꼭 빠져들었으면 좋겠습니다.
다이고 코타로: 저도 즐거웠구요, 신카이 감독님의 말에 위로를 받았어요. 꼭 여러분들이 들어주셨으면 좋겠네요. 모처럼 열심히 해서, 30시간이나 녹화를 했으니까요!
출처 - https://ddnavi.com/interview/673801/a/
날씨의 아이.. Uhd 살지 말지 좀 고민중인데 사는 쪽으로 유혹이 생기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