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드라마 래치드를 보았습니다.

공포물에 가까울거란 예상 때문에 시작하기까진 용기가 필요한 작품이었습니다. 허나 작품을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않았는데도 아 이건 끝까지 봐야 해!라는 강한 끌림이 느껴지는 작품이기도 했습니다.
이 작품에서 가장 특출난 점은 바로 영상미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넷플릭스표 작품들이 저마다 감각적인 영상과 색감에 눈이 황홀해진 순간이 많았는데(얼마전에 본 프로젝트 파워도 기대 이상의 수려한 때깔을 자랑했지요) 래치드는 상상하는 그 이상의 미장센을 보여줍니다. 공포물이고 스릴러물이면서 고어물이라는걸 믿을 수 없게 만드는, 어두컴컴을 몰아낸 환한 조명을 사용한 이 작품은 그래서 더 섬뜩하고 의뭉스러운 맘을 들게 하였습니다. 인물의 심리와 상황에 따라 조명 색이 바뀌는 연출은 연기자들의 뛰어난 연기와 어울려 더욱 극적인 분위기를 자아냈구요. 초록색을 기본으로 하여 청록색, 에머랄드색 등으로 변주한 이 작품 특유의 색감은 우리들이 보기엔 생명력을 떠오르게 하지만 미국인들 입장에선 마녀가 떠오르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습니다. 원장실과 각 병실의 빈티지하면서 아름다운 인테리어는 이곳이 병원이 아니라 휴식을 위한 호텔 같았습니다. 그래서 병원 내 몇 장소와 시설이 더욱 끔찍하게 대비되었네요.
영상을 완성해주는건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었습니다. 주인공 래치드 역의 사라 폴슨은 시종일관 압도적인 존재감과 섬세한 연기로 작품이 지루해질 틈을 주지 않았고, 병원 내외의 여러 등장인물들은 저마다의 독특하고 강한 개성을 쉴 틈 없이 어필하였습니다. 말해 뭐하나 싶은 찰떡 캐스팅과 연기였어요.
영상과 연기가 좋아봤자 이야기가 시시하면 다 헛수고일 것입니다. 끊어보기 너무 쉽고 보다 멈추기는 더 쉬운 상황에서 이 작품, 래치드 시청시에는 이야기를 보다 끊어야만 하는 상황들이 너무나 야속했습니다. 주인공 래치드의 중심 사연, 병원에서의 이 일 저 일들, 래치드와 엮이는 여러 인물들 각자의 사정, 병원 밖의 인물과 병원 내 인물들의 인연(혹은 악연)은 열심히 얽히지만 엉키지는 않게 그들의 사정을 한꺼풀씩 벗겨내 보여줍니다. 그 속이 어떤 상황일지, 그래서 어떤 식으로 인물들간의 업이 정리될지 궁금해서 다른 일을 하다가도 계속 넷플릭스에 들어가게 만드는 작품이 래치드였습니다.
래치드, 밀드레드 래치드는 꽤나 인간적인 케릭터였습니다. 마치 사이코패스와 같은 잔혹함을 보여줄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강한 목표지향성 외에는 어떤 방식으로건 아파하는 환자들을 도와주려고 하는 동정심 많은 인간적인 간호사의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암울했다는 말로는 부족한 아동~청소년기를 보낸 인물이기도 한 주인공 밀드레드 래치드는 이유없이 무자비하고 냉혹한 인물이 아니라 그럴만한 개연성이 충분하고 예상외로 정상적인 인물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극인 인물들 사이에서도 이익을 저울질하여 행동하는 모습이나 목적을 위해 무자비하게 행동하는 모습, 자신만의 룰이 확고한 모습은 그녀가 왜 스릴러의 레전드격 케릭터인지를 확실히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이 작품의 소개를 보며 떠오른 작품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작품인 '너의 모든 것'이었습니다. (아직 시작만 해본 작품이지만) 딱 한 편을 본 후의 주인공 조의 모습은 래치드의 주인공 밀드레드래치드와 닮은 점이 몇 군데 보였네요.
우선 둘 다 명석한 두뇌의 소유자이고 정보 수집을 잘 한다는 점입니다. 특히 조는 현대인다운 정보력을 바탕으로 짝사랑을 하게 된 상대의 (거의) 모든 것을 탈탈 털어내는데 그 모습이 참으로 섬뜩하고 무서웠네요. 
그리고 그 둘은 매력적인 외모가 닮았습니다. 누가 봐도 예쁘고 매력있다고 할만한 래치드와 외모와 언변까지 갖춘 조는 멋진 주인공이자 정을 줄 수밖에 없는 악당의 면모를 보여주었습니다.
본업을 잘한다는 점도 닮았습니다. 그리고 그 본업이 목적을 이룰 수단이 된다는 점도 동일하구요.
무엇보다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끔찍한 일도 서슴없이 저지르는, 빌런형 인간이 주인공이라는 점이 닮았습니다. 주인공의 이야기가 흥미롭지만 마냥 응원할 수는 없는 상황을 보여주는 두 작품은, 흡인력 높은 이야기 전개까지 비슷했습니다.
아름답고 독특한데다 독하기까지 한 매력적인 호러 스릴러 드라마, 래치드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마지막 두 화를 남겨두었는데 어떤식으로 마무리를 지을지 기대가 크네요!